“AI로 국가 암 검진 체계 구축”…루닛, 페루 ODA 사업자 선정
의료 인공지능(AI) 기업 루닛이 공적개발원조(Official Development Assistance·ODA) 사업자에 선정되며 AI 기반 암 조기진단의 국가 단위 확산 가능성을 열고 있다. 기존의 하드웨어 중심의 의료 솔루션 수출을 넘어, 개발도상국 대상 맞춤형 AI 암 검진 시스템 구축을 통해 공공의료 혁신과 글로벌 의료격차 해소에 도전한다는 의미다. 업계는 이번 사업이 의료AI의 산업·정책 패러다임을 전환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주목한다.
루닛은 최근 외교부 산하 한국국제협력단(KOICA)이 주관한 '2025년 정부부처, 지자체, 공공협력사업 통합 공모'에서, 페루 의료취약계층 대상 AI 암 조기진단 및 의료역량 강화 사업 파트너로 선정됐다. 이는 정부 ODA 사업 중 최초로 AI 암 검진 도입이 본격 추진되는 사례다. 이번 성과로 루닛과 보건복지부 산하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은 8개월 간 페루 공공의료 네트워크(SISOL)와 의료취약계층 실태조사 및 사업기획을 공동 수행한다. 향후 KOICA 평가를 거쳐 200만 달러(약 28억원) 규모 파일럿 사업, 최대 1000만 달러(약 140억원) 규모 본사업 전개 가능성도 확보했다.

이번에 적용되는 루닛의 AI 암 진단 솔루션은 흉부 엑스레이, 유방촬영 등 의료영상의 미세 병변을 AI로 자동 판독한다. 대규모 데이터 학습 기반의 딥러닝 알고리즘은, 기존 육안 판독 대비 조기 암 발견률을 크게 높이고, 검진 인력과 인프라가 부족한 개발도상국 현장 특성에 맞춰 신속한 실시간 진단 지원이 가능하다. 국내외 임상 연구 결과, 일부 암종의 경우 기존 대비 진단 정확도가 90% 이상까지 향상된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루닛은 이미 국내외에서 AI 영상진단 솔루션의 상용화 경험을 갖췄다. 이번 페루 ODA 사업은 이러한 기술력을 중남미 공공의료 현장에 체계적으로 적용하는 첫 국가 단위 시도로, 의료 소외지역 환자 보호와 지역별 보건정책 효율화를 동시에 노린다. 특히, WHO 등 국제보건 기구가 개발도상국 의료AI 활용 확대를 공식 권고하는 가운데, 아프리카·동남아 신규 시장 진출의 레퍼런스이자 글로벌 AI 의료 ODA 추진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한편, 루닛은 지난해 한-아프리카 정상회의, 한-아세안 보건복지 협력회의 등에서 ODA 관련 협력의향서를 확보했고, 2024년 5월 게이츠재단과의 만남을 통해 의료AI 접근성 확대 방안을 논의하며 저개발 국가 지원 확대에 집중하고 있다. 경쟁적으로 의료AI ODA 플랫폼을 구축하는 주요 글로벌 기업에 비해서도, 루닛은 한국 정부기관·공공 파트너와의 협력 강점을 내세워 사업의 확장성과 신뢰도를 높이고 있다는 평가다.
현재 페루를 비롯한 중남미 다수 국가는 숙련 의료인력과 검진 인프라 부족으로 조기 암 사망률이 높게 나타난다. 국내 의료AI 솔루션의 정밀 진단, 빠른 처리 속도, 저비용 구조는 현지 의료 접근성 제고 및 국가 보건지표 개선에 실질적 효과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ODA 사업의 성공적 추진을 위해, KOICA와 보건산업진흥원은 임상적 검증, 데이터 보안, 현지 법규 준수 등 국제 기준에 부합하는 관리 체계도 마련할 방침이다. 개발도상국 특유의 인프라 제약, 의료데이터 윤리, 사업단계별 정책 연계 등도 주요 과제로 지목된다.
서범석 루닛 대표는 “페루 ODA 사업자 선정은 저개발국가에 AI 기반 암 조기 검진 체계를 구축하는 의미있는 출발점”이라며 “의료취약 계층의 건강권 보장과 국가 공공의료 수준 제고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산업계는 이번 루닛-페루 ODA 프로젝트가 의료AI의 국제 표준화 및 실질적 의료격차 해소의 시험대가 될 지 예의주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