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틱톡이 판도 바꿨다”…미국 K뷰티, 20억달러 고성장 속 플랫폼 리스크 부상

강예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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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시각 기준 27일, 미국(USA) 경제전문매체 CNBC는 시장조사업체 닐슨IQ 분석을 인용해 올해 미국 내 한국산 화장품(K뷰티) 매출이 약 20억달러에 달해 전년 대비 37%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보도했다. 미국 화장품 시장에서 K뷰티가 주요 유통업체들의 핵심 성장동력으로 부상하면서, 틱톡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매개로 한 ‘2차 확산 물결’이 국제 뷰티 시장 판도를 바꾸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성장세는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의 대중(對中) 고율 관세 기조와 보호무역 흐름 속에서도 지속되고 있어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현지시각 기준 27일 CNBC 보도에 따르면, 닐슨IQ 뷰티산업 부문 테레세-앤 드 암브로시아 부사장은 인터뷰에서 미국 시장에서의 K뷰티 확산 속도에 대해 “성장세가 매우 놀라운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전체 미국 뷰티 시장 성장률은 한 자릿수에 머물고 있지만 K뷰티는 확실히 다른 속도로 나아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닐슨IQ 분석에서는 기초화장품이 매출 확대를 주도하고 있으며, 색조와 자외선 차단 기능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제품군도 견조한 성장세를 나타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업체들은 이러한 제품 구성이 미국 소비자의 스킨케어·메이크업 습관 변화와 맞물리며 시장 침투 속도를 높이고 있다고 해석하고 있다.

美 K뷰티 매출 올해 20억달러 전망…틱톡 타고 37% 급증세
美 K뷰티 매출 올해 20억달러 전망…틱톡 타고 37% 급증세

미국 주요 유통업체들도 K뷰티 수요 확대를 새로운 수익원으로 인식하며 ‘매대 전쟁’에 뛰어들었다. 한국의 올리브영과 유사한 대형 화장품 전문 매장 울타(ULTA)는 올해 1분기 한국산 화장품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38% 증가했다고 밝혔다. 울타는 2분기에도 월가 전망을 상회하는 실적을 기록했으며, 회사 측은 K뷰티 관련 파트너십이 매출 성장에 의미 있는 기여를 했다고 설명했다. 울타는 지난 7월 K뷰티 전문 편집 플랫폼 ‘K뷰티 월드’와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한국산 화장품 판매를 강화하는 전략을 본격화한 상태다.

 

글로벌 화장품 유통업체 세포라(Sephora) 역시 뉴욕 타임스스퀘어 플래그십 매장 한쪽 벽면을 K뷰티 전용 공간으로 꾸미고, 관련 브랜드들과 독점 공급 계약을 체결하는 방식으로 상품 구성을 재편하고 있다. 세포라는 K뷰티를 차별화된 상품군으로 활용해 고객 유입 효과를 노리고 있다고 CNBC는 전했다. 미국 대형마트인 월마트(Walmart)와 코스트코(Costco)도 에센스, 세럼, 마스크팩 등 K뷰티 제품을 매대에 추가하며 구매 접점을 넓히고 있다. 미국 유통 대형사들이 동시에 제품 구성을 확대하면서 K뷰티의 오프라인 가시성이 빠르게 높아지는 상황이다.

 

델핀 호바스 미국 뉴욕 패션기술대(FIT) 교수는 CNBC 인터뷰에서 “미국 내 한국산 화장품 시장을 누가 차지하느냐를 두고 유통업체 간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며 “한국산 화장품은 현재 가장 큰 성장 동력으로 간주되고 있으며 이런 추세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미국 유통망 전반에서 K뷰티 비중을 키우는 움직임이 나타나면서, 한때 틈새시장에 머물렀던 한국 화장품이 미국 주류 소비자층을 겨냥한 전략 상품으로 위상이 바뀌고 있다는 해석이 힘을 얻고 있다.

 

전문가들은 최근 미국에서의 K뷰티 급성장을 틱톡을 중심으로 한 SNS 기반 바이럴 마케팅 효과와 직결해 보고 있다. 짧은 영상 콘텐츠가 제품 사용법과 효과를 직관적으로 보여주면서 신규 수요를 유입시키는 구조가 자리 잡았다는 것이다. CNBC가 인용한 퍼스널케어인사이트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내 K뷰티 소비자의 약 4분의 3이 MZ세대에 해당하며, 이들은 주로 틱톡을 통해 제품 정보를 접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SNS를 통한 정보 탐색이 실제 구매로 이어지는 흐름이 뚜렷해졌다는 평가다.

 

호바스 교수는 “틱톡이 판도를 바꿨다”며 “제품 혁신에 대해 소비자에게 알리고 입소문을 내기가 더 쉬워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틱톡 특유의 알고리즘과 콘텐츠 소비 방식이 신제품 인지도 제고와 브랜드 확산에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K뷰티 기업들이 스킨케어 루틴, 성분 설명, 전후 비교 영상 등 시각적임을 강조한 콘텐츠를 적극 활용하면서 브랜드 신뢰도와 친숙도를 단기간에 높였다는 분석도 함께 제기된다.

 

CNBC는 2010년대에도 K뷰티 제품이 미국에 소개되는 ‘1차 물결’이 있었으나 당시에는 유통 채널이 소규모 매장과 아마존 등 온라인 판매자에 국한돼 틈새시장 성격이 강했다고 회고했다. 당시 마케팅은 피부톤을 밝게 하는 기능성 화장품 등에 집중되면서 타깃 고객층도 제한적이었다. 반면 최근 전개되는 ‘2차 물결’에서는 성장 속도가 훨씬 빨라졌을 뿐 아니라 제품 카테고리가 색조, 헤어·두피케어, 바디케어, 피부관리기기 등으로 다변화되며 소비자 층도 넓어졌다는 분석이다. 미국 주류 유통망 진입이 본격화되면서 시장 외연이 크게 확대됐다는 설명이다.

 

다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K뷰티 열풍이 틱톡 등 단일 플랫폼 중심의 입소문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구조를 잠재적 리스크로 보는 시각도 적지 않다. 플랫폼 알고리즘 개편에 따라 제품 노출이 급격히 줄어들 수 있다는 점에서 성장세의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닐슨IQ 드 암브로시아 부사장은 “단일 플랫폼에 성장이 집중돼 있을 때 추천 알고리즘 변경이 하룻밤 사이 제품 노출도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그동안 우리는 플랫폼들이 추천 알고리즘을 수정할 때 어떤 일들이 일어났는지 봐왔다”고 경고했다.

 

시장에서는 K뷰티가 미국 화장품 시장에서 고성장을 이어가고 있지만, 틱톡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 유통 채널과 홍보 전략을 다변화하는 것이 향후 안정적인 성장을 좌우할 관건으로 보고 있다. 특히 미국(USA)뿐 아니라 유럽(EU), 일본(Japan) 등 다른 주요 시장으로 K뷰티 수출이 확대되는 흐름과 맞물려 글로벌 마케팅 전략 재정비 필요성도 함께 제기된다. 국제사회와 뷰티 업계는 K뷰티의 미국 성장세가 일시적 유행을 넘어 구조적 트렌드로 안착할 수 있을지, 그리고 플랫폼 리스크를 어떻게 관리해 나갈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강예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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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뷰티#틱톡#미국화장품시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