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젤렌스키 회담에 신임장 제정식 연기”…강경화 대사, 의전 수행엔 차질 없나
정치적 의전과 외교관의 임무 사이에서 미묘한 긴장감이 이어졌다. 강경화 주미대사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상대로 한 신임장 제정식이 연기되며, 정상 외교 절차에 혼선이 빚어졌다. 그러나 당장 트럼프 대통령의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 방한 시 의전에는 큰 차질이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17일(현지시간) 뉴욕 유엔대표부에서 진행된 주미대사관 등 대상 국정감사에서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더불어민주당 간사 김영배 의원은 강 대사에게,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 시 공식 수행 가능 여부를 직접 물었다. 이에 강경화 대사는 “제가 신임장 사본을 제출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일정상 아직 (공식) 제정식 날짜는 잡히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제정식을 치르기 전까지는 완전한 대사가 아니기 때문에 그 부분(수행 가능 여부)이 불명확하지만, 주최국의 대사가 외국 정상을 수행하는 것은 의전상 큰 예우이다. 저도 대사로서 그걸 분명히 하고 싶은 상황”이라며, “오늘 제정식을 하려 했는데 미뤄졌다”고 설명했다.

이날 백악관에서는 트럼프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이 진행됐다. 외교 소식통과 국감 관계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정상회담 등 별도 일정이 신임장 제정식 연기에 영향을 미쳤다”고 전했다. 강 대사는 원래 이날 제정식 참석 후 워싱턴DC에서 온라인으로 국감에 응할 예정이었으나, 제정식 일정이 밀리면서 급히 뉴욕에 직접 참석했다. 국회 외통위 감사 위원들에게는 사전 양해를 구했으나, 제정식 연기라는 변수를 맞은 셈이다.
신임장 제정식은 새 대사가 주재국 정상에게 본국 원수의 신임을 공식 전달하는 절차로, 이를 거쳐야 본격 외교활동이 가능해진다. 대사 입장에서 공식적 자격을 부여받는 상징성이 크다. 실제 지난 4일 부임한 강 대사는 첫 업무로 백악관 영빈관을 방문해 미 국무부 의전장에게 신임장 사본을 전달한 바 있다.
다만, 외교 전문가는 "신임장 제정식이 연기됐다 해도 트럼프 대통령 방한 시 강경화 대사가 공식 의전을 담당하는 데 실질적 제약은 없을 것"이라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외교적 형식 절차를 엄격히 따르지 않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이라는 평가도 뒤따랐다.
국회 외통위는 신임장 제정식 일정과 주미대사의 공식 외교적 역할을 둘러싸고 추가 점검에 나설 전망이다.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 및 한미 정상 간 의전 절차를 둔 공백이 없도록 외교적 대응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