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멧세라 인수전 재점화에 급등락 반복…디앤디파마텍, 비만치료제 모멘텀 속 단기 조정

배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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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앤디파마텍을 둘러싼 인수합병 기대와 대주주 지분 매각이 맞부딪치며 주가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다. 12월 8일 KRX 정보데이터시스템에 따르면 장중 기준 디앤디파마텍 주가는 86,700원으로 전일 대비 9.59% 하락했다. 파트너사 멧세라 피인수설과 내년 1월 JP모건 헬스케어 컨퍼런스 임상 데이터 발표 기대가 맞물리며 단기 급등 이후 조정 흐름에 들어간 모습이다. 바이오 업종 내 비만·대사질환 섹터가 글로벌 증시의 대표 성장 테마로 부상한 만큼 향후 디앤디파마텍 주가가 국내 투자심리에 미칠 파급력도 적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근 한 달간 디앤디파마텍 주가는 파트너사 재료에 힘입어 신고가를 경신하는 등 가파른 상승을 이어갔다. 다만 이날 장중 9%대 급락하며 단기 이격이 컸던 주가가 5일선 하향 이탈을 시험하는 구간에 진입했다. 지난 6개월간 이어진 하락 추세를 벗어나 우상향 전환을 시도하던 국면에서 나온 가격 조정인 만큼, 시장에서는 과열된 단기 상승분을 일부 되돌리는 과정으로 해석하는 시각이 우세하다.

[분석] 멧세라 인수전 이슈에… 디앤디파마텍 비만치료제 모멘텀 재부각
[분석] 멧세라 인수전 이슈에… 디앤디파마텍 비만치료제 모멘텀 재부각

수급 흐름에서는 외국인과 기관의 수급 공방이 두드러진다. 외국인은 12월 5일 약 19만 주를 순매도하며 차익 실현에 나섰고, 기관은 같은 날 약 11만 주를 순매수하는 등 최근 3거래일 연속 순매수 우위를 이어가고 있다. 외국인 매물이 대량 출회될 때 주가 변동성이 커지고, 기관의 방어성 매수가 유입되는 패턴이 반복되는 점이 특징이다. 시장에서는 외국인이 단기 급등분을 차익으로 회수하는 가운데 연기금·자산운용사 등이 중장기 성장성을 보고 물량을 흡수하고 있는 구조로 보는 분위기다.

 

디앤디파마텍의 시가총액은 약 3조 7,649억 원으로 코스닥 시총 16위에 올라 대형주 그룹에 편입돼 있다. 상장주식수는 약 4,342만 주로 유통 물량이 적지 않은 편이며, 알테오젠·에이비엘바이오 등 동종 바이오 종목과 비교하면 시총 기준 중상위권에 해당한다. 외국인 지분율은 약 10.8%로 알테오젠의 14.11%보다는 낮지만 코오롱티슈진의 5.11%보다는 높은 수준이다. 다만 자기자본이익률(ROE)과 2024년 12월 기준 예상 영업이익률·순이익률은 모두 마이너스로 적자 구조가 지속되고 있어, 현재 주가가 실적보다는 비만·MASH(대사이상지방간염) 파이프라인에 대한 미래 성장 기대를 선반영하고 있다는 분석이 뒤따른다.

 

밸류에이션 측면에서 PBR(주가순자산비율)은 7.33배로 업계 평균을 상회하는 고평가 구간에 위치한다. 부채비율이 40%대에 그치고 유보율도 500%를 상회해 재무 구조는 비교적 안정적이라는 평가가 많지만, 아직 실적 턴어라운드가 가시화되지 않은 만큼 주가 수준 판단에서는 목표주가 대비 괴리율보다 파이프라인 성과와 현금 창출 능력의 검증 여부가 우선 변수로 거론된다. 상장주식수 4,342만 주를 고려할 때 지속적인 적자에도 높은 시가총액을 유지하는 것은 시장이 향후 비만·간질환 치료제 상업화에 대해 높은 확률을 부여하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최근 주가의 가장 강한 촉매는 멧세라를 둘러싼 글로벌 빅파마 인수전이다. 시장에서는 화이자와 노보 노디스크가 멧세라 인수를 놓고 경쟁을 벌이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며, 멧세라의 경구용 비만 치료제 파이프라인 기술을 함께 개발하는 디앤디파마텍이 잠재적 수혜주로 부각됐다. 멧세라가 실제로 글로벌 제약사에 피인수될 경우 디앤디파마텍은 마일스톤 유입뿐 아니라 상업화 일정이 앞당겨질 수 있다는 기대가 형성돼 있다. 특히 GLP-1 기반 비만 치료제가 글로벌 제약사의 핵심 성장 축으로 떠오른 상황에서, 경구용 플랫폼을 가진 디앤디파마텍의 기업가치 재평가 가능성이 커지는 구도다.

 

내년 1월 열리는 JP모건 헬스케어 컨퍼런스도 디앤디파마텍 주가에 중요한 분수령으로 꼽힌다. 회사는 이 행사에서 주력 파이프라인인 MASH 치료제 DD01의 임상 2상 중간 데이터를 발표할 계획이다. 글로벌 제약·바이오 업계 최대 행사에서 구체적인 임상 데이터를 공개할 예정인 만큼 기술이전 협상을 구체화할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증권가에서는 DD01의 안전성과 효능 데이터 수준이 시장 기대를 상회할 경우 디앤디파마텍이 비만·간질환 테마의 대표주로 자리잡을 수 있다는 해석에 무게를 두는 분위기다.

 

기술적 모멘텀 측면에서도 지적재산권(IP) 확보가 이어지고 있다. 디앤디파마텍은 최근 경구용 펩타이드 플랫폼 오랄링크에 대해 러시아와 캐나다 특허를 등록한 데 이어 DD01의 이스라엘 특허까지 확보했다. 업계에서는 경구 제형 개발이 난제로 꼽혀온 GLP-1 계열 치료제 분야에서 국내 기업이 글로벌 특허 포트폴리오를 확장한 점에 주목하고 있다. 특허 장벽을 두껍게 쌓을수록 향후 글로벌 빅파마와의 파트너링·기술이전 협상에서 협상력이 높아질 수 있다는 평가다.

 

다만 수급 측면에서는 주요 주주의 이탈이 단기적인 부담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초기 투자자였던 일동제약이 디앤디파마텍 보유 지분 전량 매각을 결정하면서 이른바 오버행 우려가 부각됐다. 실제로 일동제약 매도 소식 이후 단기 차익 실현 매물이 쏟아지며 주가 조정 폭이 커지는 양상을 보였다. 반면 회사 내부 임원이 장내 매수를 통해 지분을 늘린 점은 경영진이 장기 성장성에 대한 신뢰를 보여준 사례로 해석되고 있다. 시장에서는 일동제약 매도 물량이 소진된 이후에는 펀더멘털과 임상 진행 상황에 기반한 주가 재평가 흐름이 나타날 여지가 크다고 보고 있다.

 

글로벌 비만 치료제 열풍 속에서 디앤디파마텍은 GLP-1 비만 치료제와 MASH 치료제 섹터의 핵심 종목으로 분류된다. 위고비 등 경쟁 약물의 적응증 확장 뉴스가 나올 때마다 주가가 동조화되는 경향을 보여왔으며, 주사제 중심 시장에서 경구용 제형은 잠재적인 시장 판도 변화를 이끌 수 있는 카드로 거론된다. 업계에서는 최근 비만·대사질환 치료제에 대한 밸류에이션 프리미엄이 확대돼 있는 만큼, 멧세라 인수전의 구체적인 결말과 DD01 임상 데이터 결과가 디앤디파마텍에 대한 투자 프리미엄 유지 여부를 가를 변곡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동일 업종 내 알테오젠·펩트론과 비교하면 디앤디파마텍은 경구용 플랫폼이라는 차별화 요소를 보유하고 있다. 알테오젠이 주사 제형 변경(SC) 기술로, 펩트론이 지속형 주사제 기술로 경쟁하고 있다면, 디앤디파마텍은 복용 편의성이 높은 경구 제형으로 글로벌 메인 시장을 직접 겨냥하는 전략이다. 다만 일부 경쟁사가 영업이익 흑자 전환에 성공한 것과 달리 디앤디파마텍은 여전히 적자 규모가 큰 상황이어서 추가적인 밸류에이션 확장에는 임상 성공과 기술이전 성과가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단기 투자 전략 차원에서는 뉴스 흐름에 따른 급등락 리스크 관리가 중요해졌다. 멧세라 피인수설과 JP모건 컨퍼런스 임상 발표 등 호재성 이벤트가 남아 있어 추가 상승 여력은 열려 있지만, 최근 급등에 따른 피로감과 대주주 매각 물량 소화 과정이 맞물리며 변동성이 확대되는 구간이기 때문이다. 기술적으로는 8만 원 초반대 지지 여부가 관건으로, 해당 가격대를 지켜낼 경우 내년 상반기 임상 데이터 발표 전까지 우상향 추세를 재개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반대로 9만 5,000원대 매물대 돌파에 반복해 실패할 경우 단기 고점 인식이 강화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투자자들에게 단기 급등에 따른 차익 실현 매물 가능성과 임상 데이터의 불확실성, 추가 자금 조달 가능성 등을 동시에 점검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바이오 섹터 특성상 임상 결과가 기대치를 밑돌 경우 주가 조정 폭이 확대될 수 있고, 적자 지속이 장기화되면 유상증자 등으로 기존 주주의 희석 부담이 현실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멧세라 인수전이 루머로 끝나거나 일정이 지연될 경우 그간 쌓인 기대감이 실망 매물로 전환될 수 있다는 점도 잠재 리스크로 지목된다.

 

국내 증시는 비만치료제와 바이오 섹터가 성장 스토리를 주도하는 가운데 개별 기업별 임상·M&A 이벤트에 따른 종목 간 차별화가 심화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디앤디파마텍 주가 역시 멧세라 인수전 전개 상황과 JP모건 헬스케어 컨퍼런스에서 발표될 임상 데이터 수준에 따라 향후 방향성이 재차 결정될 전망이다.

배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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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앤디파마텍#멧세라#화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