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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겨냥 상설특검 가동 눈앞”…안권섭 특검, 특검보 인선 마무리

윤지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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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을 정조준한 상설특검과 법무부가 맞붙었다. 한국은행 관봉권 띠지 분실 의혹과 쿠팡 퇴직금 불기소 외압 의혹을 둘러싼 진상 규명이 정치권과 사법기관 전반에 파장을 예고하고 있다. 상설특검 가동이 2021년 세월호 참사 진상조사 특검 이후 두 번째인 데다, 검찰 내부 수사를 목적으로 한 것은 처음이라 긴장감이 커지는 분위기다.

 

관봉권 띠지 폐기 의혹과 쿠팡 퇴직금 불기소 외압 의혹을 수사할 안권섭 특별검사팀이 4일 특별검사보 인선을 마무리했다. 특검팀은 이날 언론 공지를 통해 2명의 특검보 명단 확정을 알리며 수사 개시를 위한 진용을 갖췄다고 전했다.

안권섭 특검을 보좌할 특별검사보에는 김기욱 법무법인 정률 변호사와 권도형 법무법인 LKB평산 파트너 변호사가 기용됐다. 김기욱 특별검사보는 사법연수원 33기 출신으로, 2004년 연수원을 수료한 뒤 춘천지방법원 강릉지원 판사,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 판사를 거쳐 2010년부터 변호사로 활동해왔다. 법원에서 형사 재판 실무를 맡았던 경험이 특검 수사 전략 수립에 반영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권도형 특별검사보는 변호사시험 1회 출신이다. 2012년 변호사시험 합격 후 경찰청 경력변호사 특채로 공직에 입문해 경기 일산동부경찰서 영장심사관과 경제팀장, 경기북부지방경찰청 수사심사관 등을 지냈다. 이어 2021년 10월부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합류해 사건조사분석관과 수사2부·1부 검사로 활동했다. 지난해 4월부터는 LKB 소속 변호사로 일해왔다. 경찰과 공수처를 두루 거친 전력이 수사기관 내 의사결정 구조와 관행 분석에 활용될 것이라는 해석도 뒤따랐다.

 

특검법에 따르면 상설특검팀은 특검 1명과 특별검사보 2명, 파견검사 5명, 파견공무원과 특별수사관 각 30명 이내로 구성된다. 안권섭 특검팀은 앞서 파견 검사 5명을 채우며 수사 라인 구축을 마쳤다. 파견 검사로는 김호경 광주지방검찰청 공공수사부 부장검사, 정성헌 부산지방검찰청 부부장검사, 한주동 서울중앙지방검찰청 부부장검사, 장진 청주지방검찰청 검사, 양귀호 부산지방검찰청 동부지청 검사가 합류했다. 이들 가운데에는 공공수사, 경제·형사 분야를 담당해 온 인사들이 포진해 수사 방향에 힘을 실을 것으로 보인다.

 

특검팀은 최근 서울 서초구 센트로빌딩에 사무실 계약을 마무리하고 사무 인력과 장비 배치 등 실무 준비 작업도 대부분 끝낸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법상 명시된 준비 기간은 최장 20일로, 안권섭 특검이 지난달 17일 임명된 점을 고려하면 이달 6일께 수사 개시가 유력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수사 기간은 최장 90일이며 한 차례 연장할 수 있어 최대 180일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관봉권 특검의 출발점은 검찰 수사 과정에서 드러난 증거 관리 부실 논란이다. 서울남부지방검찰청은 지난해 12월 건진법사로 불리는 전성배 씨의 자택을 압수수색해 5천만원어치 한국은행 관봉권을 포함한 현금 다발을 확보했다. 그러나 수사 과정에서 관봉권 띠지와 스티커를 분실해 논란이 커졌다. 증거 인멸 또는 은폐 의혹이 제기되면서, 수사 공정성과 책임 소재를 둘러싼 진상 규명이 필요하다는 야당과 시민사회 요구가 계속됐다.

 

쿠팡 퇴직금 사건은 검찰 지휘부의 부당한 개입 의혹이 핵심 쟁점이다. 인천지방검찰청 부천지청은 지난 4월 중부지방고용노동청 부천지청이 기소 의견으로 송치한 쿠팡 물류 자회사 쿠팡풀필먼트서비스 퇴직금 미지급 사건을 불기소 처분했다. 이후 문지석 당시 부천지청 부장검사가 지난달 국회 국정감사에서 상급자인 당시 엄희준 지청장과 김동희 차장검사가 무혐의 처분을 지시하며 압력을 행사했다고 폭로했다. 이 폭로는 검찰 내 조직 문화와 주요 기업 관련 수사에서의 외압 논란을 다시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두 사건에 대해 검찰 자체 수사로는 국민적 의혹을 해소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며 상설특검 가동 배경을 설명해 왔다. 정 장관은 독립적인 제3의 기관이 진상을 규명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하며 상설특검 수사 결정을 내렸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장관의 판단을 두고 검찰 견제 강화 조치라는 평가와 함께, 수사기관 간 갈등을 심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상설특검이 실제 가동되는 것은 2021년 세월호 참사 진상조사 특검 이후 두 번째다. 특히 수사 대상이 검찰 내부 의사결정과 증거 관리 과정으로 좁혀진 것은 처음이어서, 향후 수사 결과가 검찰 제도 개편 논의와 맞물릴 가능성도 제기된다. 야권은 특검 수사가 검찰 개혁 요구를 재점화할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있고, 여권 일각에서는 특검이 정치 쟁점화될 경우 수사기관 전반의 신뢰가 흔들릴 수 있다고 우려하는 기류가 감지된다.

 

정치권과 법조계의 시선은 수사 범위와 수사 방식에 쏠려 있다. 관봉권 띠지 분실 경위뿐 아니라 관련 수사 기록 처리 과정, 쿠팡 퇴직금 사건에서의 검찰 지휘 라인 보고 체계와 외부 로비 여부까지 조사 범위가 확대될 경우, 검찰 내부 기득권 구조 전반이 도마 위에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반면 피의사실 공표와 과도한 사법 드라마화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며, 특검이 절차적 정당성을 어떻게 확보할지가 과제로 떠올랐다.

 

안권섭 특검팀이 수사에 착수하면 검찰과 특검, 법무부 사이의 긴장 관계는 한층 고조될 것으로 보인다. 국회 역시 특검 수사 진척 상황을 지켜보며 필요할 경우 관련 입법과 추가 청문회 등 후속 논의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정치권은 관봉권 띠지 폐기 의혹과 쿠팡 퇴직금 불기소 외압 의혹을 둘러싸고 정면 충돌 양상을 보일 가능성이 크고, 국회는 향후 회기에서 특검 수사 결과와 책임 소재를 놓고 치열한 공방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윤지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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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권섭특검#관봉권쿠팡특검#정성호법무부장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