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 아래 천년고찰을 걷다”…속초의 사찰 산책이 주는 여름의 평온
여행을 떠나기 가장 좋은 계절, 속초 한켠의 사찰 산책을 찾는 이들이 많아졌다. 바다와 산, 전통이 만나는 곳에서 평범한 일상은 잠시 멈춘다. 예전엔 그저 명소였지만, 지금은 쉬어가고 싶은 마음의 일상이 됐다.
요즘 속초를 찾는 이들은 해변 산책과 함께 고요한 사찰 기행을 빼놓지 않는다. 흐린 하늘 아래에도 설악산의 푸름은 선명하다. 바람은 느리게 불어오고, 백사장이 넓게 펼쳐진 해변엔 파도 소리가 잔잔하다. 안개가 가시지 않은 영랑호에서는 산책을 즐기는 사람들의 발걸음이 가볍다. 설악산로로 이어지는 숲길 끝, 신흥사에서는 누군가 소리내지 않고 사색에 잠긴다.

이런 분위기는 숫자나 통계, 유행보다 각자의 체험에서 더 진하게 묻어난다. SNS엔 “고즈넉한 신흥사에서 힘을 얻었다”, “영랑호 벤치에 앉아 가을을 마중했다”는 글이 이어진다. 실제로 설악산 신흥사는 천년의 역사를 품은 사찰로, 화재와 재건의 시간을 지나 오늘에 이르렀다. 사찰 곳곳에는 삼층석탑, 청동불상처럼 보물로 지정된 유산들이 사람들을 맞이한다. 해변에선 바닷바람이, 산사에선 계곡물과 새소리가 명상의 시간을 부추긴다.
속초를 오랜 시간 안내해 온 한 지역 해설가는 “사람마다 속초에서 찾는 휴식의 결이 다르지만, 자연 속 조용한 사찰 산책을 하고 나면 마음이 한결 단단해졌다 느낀다는 분들이 많다”고 표현했다. 여행 전문가들은 “코로나 이후, 대규모 관광지나 북적인 명소보다 조용하고 깊은 곳으로 발길을 돌리는 사람이 부쩍 늘었다”며 “사찰을 걸으며 잠깐이라도 일상에서 벗어나 생각을 정리하려는 흐름”이라 분석한다.
댓글 반응도 흥미롭다. “요즘은 바다보다 산사에서 숨 고르다 온다”, “산에 올라 신흥사에 들어앉으면 세상 소음에서 해방된 기분” 등, 속초의 사찰기행이 단순한 여행을 넘어선 경험임을 공감하는 목소리가 이어진다.
작고 사소한 여행지의 선택이지만, 우리 삶의 방향은 그 안에서 조금씩 바뀌고 있다. 설악산 자락의 고즈넉한 신흥사와 호숫가 산책길, 파도 소리 가득한 해변은 지금도 누군가의 마음을 다독이고 있다. 여행이란, 결국 나다운 호흡을 찾는 여정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