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더블도 와이드 시대로…삼성 애플, 태블릿형 폼팩터 정조준
폴더블폰 주도권 경쟁이 화면비 전쟁으로 번지고 있다. 시장 개척자인 삼성전자가 내년 폼팩터 변화에 나서며 폴더블폰을 주머니 속 태블릿으로 진화시키려는 전략을 드러냈다. 애플 역시 가칭 아이폰폴드를 통해 가로로 넓은 독특한 화면비를 채택할 것이란 관측이 힘을 얻으면서, 그동안 세로로 긴 북 스타일이 주류였던 폴더블 시장의 판도가 바뀔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업계는 두 회사의 신규 디자인이 향후 폴더블 생태계의 표준 경쟁을 가르는 분기점이 될 수 있다고 본다.
23일 GSM아레나 등 외신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내년 출시를 목표로 내부 디스플레이를 가로로 넓힌 와이드형 폴더블폰을 개발 중이다. 제품을 펼쳤을 때 여권에 가까운 형태가 될 것으로 거론되며, 기존 갤럭시 Z 폴드 시리즈의 북 스타일과는 결이 다른 접근이다. 올해 나온 갤럭시 Z 폴드7이 펼쳤을 때 8인치, 10대9 비율의 메인 디스플레이와 6.5인치 21대9 커버 디스플레이 조합으로 세로 활용성을 강조했다면, 새 모델은 내부 7.6인치 OLED를 유지하면서 화면비를 4대3으로 바꾸는 안이 유력하다.

커버 디스플레이 역시 5.4인치 수준으로 줄어들 것으로 관측된다. 접었을 때는 상대적으로 작고 들고 다니기 쉬운 스마트폰에 가깝게, 펼쳤을 때는 더 넓은 작업 공간을 제공하는 태블릿에 가까운 경험을 동시에 노리는 설계다. 25와트급 무선 충전 지원 가능성도 제기된다. 업계에서는 삼성이 폴더블폰을 기존의 단순한 대화면 스마트폰이 아닌 초휴대형 태블릿으로 포지셔닝해 차별화를 꾀하는 것으로 해석한다.
삼성전자가 최근 폴더블 폼팩터 관련 설문을 진행하며 유출된 미공개 기기 이미지에서도 가로 폭이 세로보다 긴 와이드형 디스플레이가 포착된 바 있다. 애플의 폴더블 참전이 가시화되는 시점에 맞춰 폼팩터 다변화로 시장 방어와 수요 창출을 동시에 노린다는 분석이 뒤따른다. 2019년 첫 갤럭시 폴드 출시 이후 삼성전자가 사실상 독점적 위치를 유지해 온 시장에 강력한 경쟁자가 들어오면서, 디자인과 활용 시나리오를 둘러싼 경쟁이 본격화되는 양상이다.
애플이 준비 중인 아이폰폴드는 화면을 접는 구조만 가져오던 기존 전략을 넘어, 전혀 다른 화면비로 승부를 보려는 시도가 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제품을 펼쳤을 때 세로보다 가로가 긴 형태에 가까워 아이패드 시리즈와 유사한 시청 환경을 구현하고, 접었을 때는 과거 아이폰 미니처럼 작은 커버 화면을 통해 휴대성과 한 손 조작성을 유지하는 구조가 유력하게 거론된다.
현재 시판 중인 다수의 폴더블폰은 펼쳤을 때 정사각형에 가까운 화면비를 택한다. 이런 비율은 화면을 둘로 나눠 여러 앱을 띄우는 멀티태스킹에는 유리하지만, 16대9 또는 21대9 비율의 영상 콘텐츠를 재생할 때 위아래 남는 블랙바가 크게 생겨 효율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애플이 가로에 초점을 둔 디스플레이를 도입할 경우, 영상 시청과 가로 기반 생산성 앱 사용에서 기존 제품과 뚜렷한 차별화를 만들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아이폰폴드 내부 디스플레이 크기는 약 7.58인치 수준이 거론된다. 커버 디스플레이는 약 5.3인치로 예상돼, 접은 상태에서는 소형 스마트폰에 가까운 사용감을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결과적으로 접었을 때 극단적으로 작고, 펼쳤을 때는 아이패드급 시청 환경을 제공하는 강한 대비가 애플 폴더블의 핵심 가치 제안이 될 수 있다는 평가다.
삼성전자가 와이드형 폴더블을 준비하는 행보와 애플의 가로형 화면비 전략은 상호 견제 속에서 폼팩터 혁신을 가속하는 구조를 만든다. 삼성은 이미 두 번 접는 갤럭시 Z 트라이폴드를 공개하며 접는 횟수와 형태를 다양화하는 기술력을 보여줬다. 여기에 화면비까지 본격적으로 바꾸는 시도가 더해지면, 폴더블 시장은 단일한 북 스타일에서 벗어나 세로형, 정사각형형, 와이드형 등 복수의 표준이 공존하는 국면으로 옮겨갈 수 있다.
소비자 관점에서는 세로로 길어 문자·피드 중심 사용에 최적화된 폼팩터와, 가로로 넓어 영상·게임·문서 작업에 유리한 폼팩터 가운데 선택지를 고를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질 가능성이 있다. 다만 앱 개발자 입장에서는 다양한 화면비와 접힘 상태에 맞춰 사용자 인터페이스를 최적화해야 하는 부담이 커질 전망이다. 산업계는 향후 수년 안에 어떤 화면비 조합이 주요 플랫폼 사업자와 콘텐츠 제공자의 지지를 얻느냐에 따라 차세대 모바일 표준이 정해질 것으로 본다.
무선 충전, 폴더블 전용 힌지 구조, 접힘 자국을 줄이는 패널 설계 등 하드웨어 기술 경쟁도 계속되는 가운데, 폼팩터와 화면비를 둘러싼 전략이 맞물리며 폴더블 시장은 질적 전환기를 맞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내년 삼성과 애플의 새 폴더블 라인업이 실제로 어떤 디자인과 사용성을 보여주느냐에 따라, 폴더블폰이 틈새형 실험 기기를 넘어 주류 스마트폰 시장의 중심축으로 이동할지 여부가 갈릴 수 있다고 본다. 산업계는 두 회사의 전략이 소비자의 선택을 통해 검증될 때까지 시장의 반응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