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 주사로 심혈관 위험 낮춘다”…노바티스·릴리, 죽상경화증 신약 개발 속도전
심혈관 질환 치료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생명을 위협하는 죽상경화증에 대해 지속 복용이 아닌 한 번, 또는 분기별로 투여하는 혁신 치료제가 글로벌 제약사 중심으로 개발되고 있어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노바티스와 일라이릴리 등 대형 제약사들이 미국 바이오 기업을 잇따라 인수하며 신약 경쟁이 본격화되는 양상이다. 업계에서는 효능과 편의성을 모두 잡은 일회성 또는 주기적 치료제가 미래 심혈관 질환 시장 방향성을 결정할 분기점으로 평가하고 있다.
최근 노바티스는 미국 투어멀린바이오를 약 14억 달러(1조9400억원)에 인수, 죽상경화성 심혈관 질환(ASCVD) 치료제 ‘파시베키투그’를 확보했다. 파시베키투그는 항-인터루킨-6(IL-6) 항체로 염증을 유발하는 IL-6 단백질을 표적으로 삼아 잔류 염증을 억제한다. 2024년 5월 임상 2상에서 월 1회 15mg 투여로 90일간 고감도 C-반응성 단백질(hs-CRP)을 85% 감소시켰다. 50mg을 3개월에 한 번 투여한 환자군에서도 86%의 감소 효과가 나타났다. 이는 기존 치료법의 한계를 넘어, 분기별 한 번 투여만으로 높은 항염증 효과와 투약 편의성을 동시에 제공할 잠재력을 보여 줬다. 현재 글로벌 임상 3상 준비가 이뤄지고 있어, 상용화가 가시권에 들어왔다.

노바티스는 파이프라인 확장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2023년 종근당의 HDAC 억제제 ‘CKD-510’을 13억500만 달러에 기술 도입하며 심혈관 신약 다각화 전략을 이어간다. 노바티스 최고 의료 책임자인 슈리람 아라디예는 “IL-6 표적 신약은 기존에 없는 새로운 기전으로, 죽상경화 환자 치료에 구조적 전기를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일라이릴리 역시 미국 바이오기업 버브 테라퓨틱스를 13억 달러(1조8000억원)에 인수, ‘VERVE-102’ 파이프라인에 집중하고 있다. VERVE-102는 콜레스테롤 조절에 필수적인 PCSK9 유전자를 정확히 편집하는 유전자 치료제로, 평생 한 번 투여만으로 심혈관 질환 고위험군 환자(이형접합 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 등)의 근본 치료를 노린다. 임상 1b상 단계로, 장기간 지속효과와 환자 순응도 개선에서 혁신성을 인정받고 있다. 릴리의 루스 기메노 부사장은 “VERVE-102는 심혈관 치료를 만성 관리에서 일회성 치료로 바꿀 수 있다”고 밝혔다.
이처럼 죽상경화증 등 심혈관 질환은 세계 사망 원인 1위로, 기존 약물의 꾸준한 복용이나 반복적 시술 없이 치료 편의성을 극대화한 주사제·유전자 치료제 시장이 새 성장 축으로 떠오르고 있다. 미국·유럽 대형 제약은 신기술 도입과 바이오기업 인수로 신약 경쟁력을 강화 중이다. 반면 국내 제약·바이오의 글로벌 진입 장벽은 임상 데이터, 규제 승인, 대규모 자본 등에서 여전히 높다.
심혈관 유전자 치료제는 FDA(미국 식품의약국) 등 규제당국의 엄격한 가이드라인과 윤리 심사를 통과해야 한다. 이에 따라 임상 데이터 신뢰성, 장기 안전성 확보가 관건으로 꼽힌다. 업계 전문가들은 “상용화 여부가 심혈관 질환 산업구조 전체 전환점이 될 것”이라며, “기술·윤리·규제의 균형이 시장 확장의 핵심 요인이 된다”고 전망한다. 산업계는 이번 신약 기술이 실제 시장에 안착할 수 있을지 주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