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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길 따라 걷고 국수 한 그릇”…담양에서 찾은 느린 하루의 여유

권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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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담양을 찾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 예전엔 대나무 숲을 보러 잠시 들르는 여행지로 여겨졌지만, 지금은 숲길을 따라 카페와 국수 거리를 천천히 즐기는 하루 코스로 자리 잡았다. 사계절 다른 색을 입는 풍경 속에서 느리게 걷고, 앉고, 맛보는 시간이 일상이 된 셈이다.

 

담양 여행의 시작점으로 대전면 오프더커프를 찾는 이들이 많다. 1800평 규모의 넓은 야외 정원과 대나무 숲길이 펼쳐져 있어서 카페라기보다 작은 공원에 들어선 느낌을 준다. 모래 놀이터에서 모래를 만지며 노는 아이들 옆으로 반려견과 산책을 즐기는 사람들, 그 틈에서 커피 한 잔을 들고 천천히 정원을 도는 사람들의 속도가 제각각이라 더 여유롭다.

메타길 징검다리 출처 : 한국관광공사 포토코리아
메타길 징검다리 출처 : 한국관광공사 포토코리아

이곳의 빵과 커피를 고르는 기준도 달라졌다. 오프더커프는 매장에서 직접 로스팅한 원두로 스페셜티 커피를 내리고, 빵은 100퍼센트 식물성 재료로 당일 생산한 비건 제품이다. 건강을 위해 억지로 선택하는 메뉴가 아니라, 풍미와 식감이 충분히 만족스러워서 자연스럽게 손이 가는 조합이다. 200평 규모의 실내에는 좌석이 넉넉해 주말에도 숨 쉴 여유가 남아 있고, 1000평 주차장까지 갖춰 접근성도 편안하다. 반려동물 동반이 가능한 야외 정원과 아이들을 위한 시설 덕분에 “가족 모두 편하게 쉴 수 있다”는 반응이 이어진다.

 

숲과 함께 걷는 감성은 월산면으로 이어진다. 죽녹원과 메타프로방스 인근에 자리한 카페프로젝트 냠냠냠 담양본점은 메타세쿼이아길 끝에 기대듯 서 있다. 물결처럼 이어진 가로수길을 따라 걷다 보면, 어느 순간 발걸음이 자연스럽게 이곳 앞에서 멈춘다. 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초록의 결이 마음을 차분하게 만든다.

 

메뉴판에서도 담양의 풍경이 읽힌다. 부드러운 비엔나 크림과 핑크솔트가 어우러진 소금커피는 입 안에서 단짠의 리듬을 만들고, 수제 버터스카치 라떼는 고소하면서도 묵직한 달콤함으로 오후의 피로를 씻어낸다. 담양 딸기 크림 라떼와 꿀댓잎차는 지역 특산물을 활용해 이곳만의 계절감을 담아낸다. 벽면 가득한 거울 포토존에 서면, 초록 나무 사이로 끝없이 이어지는 숲길 착시가 만들어져 “숲 속에 들어간 듯한 사진을 남겼다”는 후기가 많다. 반려동물과 함께 찾을 경우 실내에서는 캐리어나 유모차를 사용하는 방식으로 서로의 공간을 배려하는 분위기가 자리 잡는 중이다.

 

색다른 경험을 찾는 이들은 금성면 카페 더하루로 향한다. 카페라고 하기엔 다소 낯선 풍경이 기다린다. 상어 전용 수족관을 비롯해 다양한 어종을 만날 수 있는 13개의 수족관이 공간 곳곳에 자리 잡고 있어서, 물속을 들여다보는 것만으로도 시간이 훌쩍 흐른다. 여기에 전국에서 유일하다는 키네틱 조명쇼가 하루 7번 펼쳐져 화려한 빛과 물고기가 어우러진 장면을 만들어낸다.

 

실제로 이곳을 찾은 가족 단위 방문객들은 “아이의 눈이 떠나질 않는다”고 표현한다. 수족관 앞에 서서 물고기를 바라보는 동안, 어른들도 자연스럽게 휴대폰을 내려놓게 된다. 실외에는 반려동물 운동장이 마련돼 있고, 실내에서는 반려동물 가방이나 유모차를 이용하면 함께 즐길 수 있어 반려가족에게도 환영받는 공간이다. 유아 의자와 기저귀 교환대 같은 세심한 시설은 부모들의 긴장을 조금 내려놓게 만든다.

 

담양에서의 하루를 마무리하기 좋은 곳은 담양읍 객사리의 담양국수거리다. 영산강 지류인 담양천을 따라 형성된 이 거리는 물소리를 배경으로 국수 한 그릇을 앞에 둔 사람들이 만든 풍경으로 늘 활기가 돈다. 대나무 숲과 강변이 어우러진 풍경 속에서 멸치국수, 비빔국수 등 담양의 대표 메뉴를 맛보는 일은 그 자체로 소소한 여행의 하이라이트가 된다.

 

숫자로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주말마다 이 거리를 채우는 사람들의 표정이 담양의 인기를 말해 준다. 뜨끈한 국물 한 숟가락에 “이 맛을 먹으러 또 올 것 같다”고 말하는 이들, 식사를 마치고 강변을 따라 산책하며 소화를 겸해 하루를 정리하는 이들까지, 국수거리는 음식과 풍경이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통로처럼 기능한다.

 

전문가들은 이런 여행 흐름을 “경험의 밀도를 중시하는 방식”이라고 부른다. 꼭 유명 관광지를 빠르게 훑지 않아도, 한 지역에서 카페와 산책로, 식당을 천천히 이어 붙이며 자신만의 루트를 만드는 사람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취향과 감정이 여행의 기준이 되면서, 비건 베이커리 카페나 수족관 테마 카페처럼 개성이 또렷한 공간에 대한 선호도 함께 높아지고 있다.

 

댓글 반응도 흥미롭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아이, 반려견과 함께 가도 모두가 만족했다”, “카페만 돌았는데도 하루가 꽉 찼다”는 경험담이 이어진다. 복잡한 일정표 대신 ‘숲길 산책 후 카페, 저녁엔 국수거리’ 정도의 느슨한 계획만으로도 충분하다는 분위기다. 누군가는 “특별한 관광지가 없어도, 잘 쉬고 잘 먹고 잘 걷는 여행이 더 기억에 남는다”고 고백한다.

 

담양의 카페 거리와 국수거리를 잇는 이 여행 동선은 화려한 볼거리를 내세우기보다, 걷는 속도를 조금 늦추는 법을 알려준다. 대나무 사이로 스치는 바람, 메타세쿼이아길의 그림자, 유리창 너머로 번지는 초록빛, 따끈한 국수 그릇에서 올라오는 김까지, 사소해 보이는 감각들이 하루를 채운다. 작고 사소한 선택이지만, 우리 삶의 방향은 그 안에서 조금씩 바뀌고 있다.

권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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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양#오프더커프#카페프로젝트냠냠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