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포 노화도 잡는다”…서울대병원, 당뇨병 새 표적치료 제안
세포 노화 조절을 통한 당뇨병 제어 전략이 정밀의료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 서울대병원 조영민 내분비대사내과 연구팀은 미토콘드리아에서 생성되는 펩타이드 ‘MOTS-c’가 췌장 베타세포의 노화를 억제해 인슐린 분비 기능을 유지하고, 이를 바탕으로 제1형·제2형 당뇨병 모델에서 혈당 조절 개선 효과를 세계 최초로 입증했다고 8일 밝혔다. 업계에서는 이번 연구를 ‘당뇨병 표적치료 경쟁의 분기점’이자, 세포 노화 공략이라는 새로운 치료 패러다임의 실마리로 평가하고 있다.
이번 연구에서 조영민 교수팀은 당뇨병의 본질적 원인인 췌장 베타세포의 노화에 주목했다. 연구진은 미토콘드리아 DNA에서 유래하는 펩타이드인 MOTS-c가 사람 췌도 세포와 마우스 모델에서 노화 관련 지표(p16, γ-H2AX 등)를 감소시키고, 인슐린 분비능을 회복시킴을 실험적으로 확인했다. 특히 노화가 진행된 마우스 췌장에 MOTS-c를 투여하자, 기존 대비 세포 노화가 대폭 억제되고 혈당 조절이 향상됐다.

기존 당뇨병 치료제는 혈당을 일시적으로 낮추는 데 주력해왔다. 이에 반해 MOTS-c는 췌장 베타세포의 노화 자체에 직접 개입하는 데 강점이 있다. 연구진은 MOTS-c가 세포 성장과 대사에 관여하는 mTOR 신호 경로, 아스파르트산–글루탐산 대사 경로를 정상화함으로써 베타세포의 생존과 기능 유지에 도움을 준다고 설명했다. 이는 기존 치료법이 접근하지 못했던 세포 노화 조절이라는 차별성을 갖는다.
실제 당뇨병을 유도한 S961 모델(제2형)에서는 MOTS-c 투여군의 당뇨병 발병률이 대조군 대비 절반 이하(70%→30% 내외)로 나타났고, 제1형(NOD) 모델도 발병 지연 효과가 관찰돼, 다양한 병인에서 베타세포 보호 효과가 동시에 입증됐다. 단계별로 세포 실험, 동물 모델에서 일관된 결과를 보였다는 점이 시장성과 기술 신뢰도를 높였다.
글로벌 차원에서도 노화 표적 플랫폼 연구가 주목받는 가운데, 서울대병원 연구는 미토콘드리아 유래 펩타이드 활용을 선도하는 성과로 평가된다. 미국, 유럽에서도 노화 관련 만성질환 치료제가 본격 임상에 진입 중이지만, 베타세포 노화 억제에 직접적 특화된 전략은 국내 연구가 앞선다고 전문가들은 평가한다.
향후 임상개발 및 제품화에서는 식약처 등 규제기관의 ‘노화 개입 치료제’ 허가 기준, 안전성 검증, 장기효과 평가가 주요 과제가 될 전망이다. MOTS-c와 같은 혁신 분자 기반 치료제가 실제 시장 치료 옵션으로 자리잡으려면 대규모 임상시험과 윤리적 데이터 관리가 병행돼야 한다.
서울대병원 조영민 교수는 "췌도 세포 노화가 당뇨병의 핵심 병리임을, 그리고 MOTS-c가 항노화 신약 후보가 될 수 있음을 확인했다"며 “향후 대사질환과 노화성 질환 전반으로 적응증 확대가 기대된다”고 밝혔다. 산업계는 이번 기술이 실제 시장 진입에 성공할지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