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급등한 국내 금값…국제가·환율 뚜렷한 변동 없어 프리미엄만 확대
국내 금값이 11월 25일 장 초반 2% 급등하며 연중 상단부를 향해 재상승을 시도하고 있다. 같은 시점 국제 금가격과 달러/원 환율이 뚜렷한 방향성을 보이지 않는 가운데, 국내 금시세가 국제가 대비 소폭 프리미엄 구간을 넓히는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연준 완화 전환 기대와 글로벌 안전자산 선호, 국내 수급 불균형이 맞물린 결과로 해석하며 향후 변동성 확대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한국거래소 정보데이터시스템에 따르면 25일 오전 9시 기준 한국거래소 금시장에서 1돈(3.75g) 시세는 740,025원으로 집계됐다. 전일 725,438원 대비 14,588원, 비율로는 2.0% 급등한 수준이다. 같은 시점 국제 금시세 국내 기준가는 736,134원으로 전일 대비 517원, 0.1% 오르는 데 그쳤다. 이로써 원화 기준 국내 금값은 국제 기준가보다 약 3,891원, 비율로 약 0.5% 높은 프리미엄을 형성했다. 환율은 오전 9시 기준 달러/원 1,475원으로 전일 대비 0.4원 하락(원화 강세)에 그쳐, 이날 금값 급등은 환율보다는 국내 수급과 프리미엄 확대 요인에 무게가 실린다.
![[분석] 2% 급등한 국내 금값, 국제가·환율·AI 랠리 속 괴리 확대(금값시세)](https://mdaily.cdn.presscon.ai/prod/129/images/20251125/1764033070005_674774064.jpg)
단기 흐름을 봐도 상방 압력은 상당한 편이다. 최근 7거래일 동안 1돈 시세는 11월 17일 725,513원, 18일 715,500원, 19일 728,813원, 20일 726,750원, 21일 721,875원, 24일 725,438원, 25일 740,025원으로 등락을 거듭하며 우상향을 시도했다. 1주일 평균 가격 대비로는 13,752원(1.9%), 30일 평균 대비로는 481원(0.1%) 높은 수준이다. 단기 평균선을 위로 돌파하며 재상승 발판을 마련하는 패턴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최근 1년 최고가인 851,250원과 비교하면 아직 111,225원(13.1%) 낮고, 최저가 421,875원과 견주면 318,150원(75.4%) 높은 위치라 가격 레벨 자체는 이미 상당 부분 조정을 거친 뒤 고점 재도전을 준비하는 구간으로 해석된다.
국제 금시장은 국내만큼 급격한 흐름은 아니지만 방향성은 비슷하게 우상향 재가동에 가깝다. 트레이딩 이코노믹스에 따르면 국제 금 가격은 월요일 온스당 4,120달러까지 올라 직전 주 소폭 조정 이후 되돌림 랠리를 시도하고 있다. 존 윌리엄스 뉴욕 연방준비은행 총재와 크리스토퍼 월러 연준 이사가 잇따라 비둘기파 기조의 발언을 내놓으면서, CME 페드워치 기준 12월 연방기금금리 0.25%포인트 인하 가능성은 약 80% 안팎까지 높아졌다. 이런 재가격 과정은 미 국채 수익률과 달러 인덱스를 끌어내려 금 보유의 기회비용을 낮추는 동시에, 기술주 중심 증시 반등 속에서도 금 가격의 하방을 받쳐주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뉴욕증시에서는 구글의 인공지능 서비스 제미나이 3.0이 시장을 자극하며 기술주 랠리가 이어졌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나스닥지수는 2.69% 급등했고, 알파벳과 엔비디아, 브로드컴 등 AI·반도체 대표주가 일제히 강세를 보이면서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4.63% 뛰었다. 통상 위험자산 선호가 강화되면 금 같은 안전자산 수요는 일부 약화되지만, 이번에는 12월 금리 인하 기대, 중앙은행의 꾸준한 금 매입, 지정학적·재정적 불확실성이 겹치며 금 가격을 완만한 상승 내지 강보합 구간으로 이끌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내 투자자 입장에서 핵심 변수로 꼽히는 환율은 아직 고점 부담과 정책 변수에 동시에 영향을 받고 있다. 삼성금거래소에 따르면 달러/원 환율은 수입 결제와 해외투자 환전 수요, 국내 증시에서의 외국인 매도에 따른 커스터디 수요가 맞물리며 1,470원대 중반 상단을 유지 중이다. 한편 외환당국과 국민연금 간 공조 체제가 가동되고 연준 완화 기대가 부각되면서 1,480원 안팎에서는 상단 부담이 커지고 있다. 구조적으로는 고환율·고금리 환경이 여전히 국내 금값을 지지하지만, 단기적으로는 당국 개입 기대와 연준 완화 전망이 환율 상단을 누르며 금값 변동성을 일정 부분 완충하는 이중 구조라는 평가가 제기된다.
국제 실물 수급 측면도 금 가격 하방을 제한하는 요인으로 거론된다. USA GOLD에 따르면 최근 금 현물 가격은 온스당 4,073.25달러 안팎에서 숨 고르기를 이어가는 가운데, 연준의 비둘기파 신호와 실질금리 하락, 관세 불확실성,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가 겹치며 실물 안전자산 수요를 지속 자극하고 있다. 특히 전 세계 중앙은행의 연간 순매입 규모가 700톤을 웃도는 흐름이 이어지고, 인도 현지 금값이 국제가 대비 4∼6% 프리미엄을 고착화하고 있는 반면 중국의 할인 폭은 2% 수준까지 좁혀진 점이 신흥국 중심의 견조한 실물 수요를 방증하는 신호로 거론된다. 이런 구조가 국제 조정 시마다 매수세 유입을 자극해 국내 금값 하락 폭도 제한될 수 있다는 관측이 뒤따른다.
국내에서는 환율 상단 부담, 외환당국 개입 가능성, 외국인 증시 수급 변화 등이 얽히면서 원화 기준 금값이 국제가 대비 소폭 프리미엄 구조를 유지하는 양상이다. 현재 약 0.5% 수준의 프리미엄은 국내 물량 부족과 수요 우위, 세공·유통 비용을 반영한 구조적 요인에, 단기 매수 쏠림이 겹친 결과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시장에서는 단기 급등이 이어질 경우 조정 국면에서 실물 매수가 다시 유입될 가능성도 염두에 두는 분위기다.
전문가들은 투자자 관점에서 금값을 단기 등락이 아닌 국제 금가격(달러 기준), 달러/원 환율, 국내 프리미엄이라는 세 축의 함수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단기적으로는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와 미국 소매판매, 생산자물가지수, 주간 실업급여 등 주요 지표가 금리 인하 속도와 폭을 어떻게 재조정할지, 또 AI 랠리를 중심으로 한 미국 기술주의 강세가 어느 시점까지 위험자산 선호를 자극할지에 따라 금값 방향성이 달라질 수 있다.
중기적으로는 각국 중앙은행의 금 매입 추세, 인도·중국 등 주요 소비국의 로컬 프리미엄 흐름, 달러 인덱스와 달러/원 환율 수준, 국내 증시에서의 외국인 자금 흐름이 핵심 변수로 꼽힌다. 기술적으로 금 가격이 단기 횡보·수렴 구간에 들어선 만큼, 향후 변동성이 확대될 때에는 과도한 추격 매수보다 분할 매수와 손익 관리에 초점을 맞추는 전략이 바람직하다는 조언도 나온다. 시장에서는 다음 달 예정된 연준 회의 결과와 추가 지표 흐름이 금과 환율, 위험자산 전반의 방향성을 가를 분수령이 될지 주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