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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BO 맥스에 티빙 브랜드관”…글로벌 OTT 협업으로 시장 확장 본격화

신유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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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빙이 국내 시장의 성장 정체 속에서 글로벌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일본에 이어 내년 초 홍콩, 대만 등 아시아 17개국에도 진출하는 티빙은, 해외 OTT 서비스 내에 ‘브랜드관’ 형태로 자사 콘텐츠를 선보이며 본격적으로 세계 시장 진출에 나선다. 이 같은 전략은 OTT 산업 내 경쟁 심화와 국내 콘텐츠의 글로벌 인기 확산을 배경으로, 국내 플랫폼 사업자들의 새로운 성장 모색 시도로 해석된다. 업계는 이번 행보를 K콘텐츠 글로벌 확장의 분기점으로 평가하고 있다.

 

티빙은 11일 워너브라더스 디스커버리와 제휴를 맺고, 아시아태평양 17개국에서 서비스하는 HBO 맥스 내에 내년 초 자체 브랜드관을 운영하기로 발표했다. HBO 맥스는 글로벌 가입자 1억2000만명 수준의 대형 OTT 플랫폼으로, 티빙 콘텐츠는 이 플랫폼 내에서 숍인숍(shop-in-shop) 방식으로 공급된다. 앞서 티빙은 디즈니플러스와 협력해 일본 디즈니플러스에서도 티빙 컬렉션을 출시한 바 있다. 두 사례 모두 자회사가 아닌 현지 유력 OTT의 인프라를 활용해 해외 시장 진입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모델이다.

기술적으로, 티빙의 숍인숍 협업 모델은 이용자 접근성을 확보하면서도 초기 투자 부담을 줄이는 방안으로 꼽힌다. 해외 진출 시 직접 인프라 구축보다 현지 OTT 사용자층을 공략할 수 있다는 점이 달라진 접근법이다. 기존 글로벌 진출 시 자체 서비스 플랫폼 론칭의 대규모 투자, 마케팅 리스크를 감수해야 했던 점과 대비된다.

 

시장 측면에서는 국내 OTT 시장의 저성장이 주요 요인이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 발표에 따르면, 2020년 이후 국내 OTT 시장 연평균 성장률은 5%대로 낮아졌으며, 티빙 역시 실적 악화가 이어졌다. 웨이브와의 합병으로 국내 점유율 확대를 도모해도, 넷플릭스 독주로 구조적 실적 개선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따라 K콘텐츠의 해외 인기도를 앞세워 직접적 글로벌 시장 성장 동력을 확보하려는 전략으로 보인다.

 

글로벌 경쟁 구도를 보면, 대형 OTT 사업자들은 자본력과 콘텐츠 공급망을 바탕으로 전 세계적 확장에 나서고 있다. 티빙 역시 일본에서 CJ ENM의 IP를 앞세워 한국 드라마와 예능의 인지도를 높이고 있으며, 오리지널 콘텐츠가 일본·홍콩 등에 진출해 자체 팬덤을 형성해왔다. 다만, 넷플릭스·디즈니 등과 비교하면 브랜드 주도 플랫폼 구축에는 여전히 과제가 남아 있다.

 

정책 면에서는 OTT 해외 진출과 콘텐츠 유통에 있어, 각국별 저작권·심의·플랫폼 규제 이슈가 병존한다. 현재 티빙 방식은 현지 OTT 인프라와의 협업으로 법적·제도적 진입장벽을 상대적으로 낮추는 형태다. 국내 OTT 업계를 위한 정부 차원의 해외 진출 지원, 현지화 마케팅 전략 등의 제도적 뒷받침이 요구된다는 목소리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티빙이 브랜드관 형태로 해외 OTT에 진출하는 방식은 국내 플랫폼 사업자에 맞는 현실적 선택”이라며 “향후 오리지널 콘텐츠 경쟁력과 데이터 기반 마케팅이 실제 가입자 확대로 연결될지가 관건”이라고 내다봤다. 산업계는 K콘텐츠와 플랫폼 전략을 결합한 티빙의 글로벌 진출 실험이 시장 안착에 성공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신유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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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빙#hbo맥스#글로벌ot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