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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거품 아닌 장기 투자”…엔비디아·구글, 증시 과열 논란 정면 돌파

조수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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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 투자를 둘러싼 거품 논쟁이 거세지만 글로벌 테크 리더들은 오히려 장기 투자 확대를 예고하며 정면 돌파에 나서고 있다. 막대한 자본이 AI 인프라와 모델 고도화에 투입되면서 단기 수익성 우려가 커졌지만, 주요 기업들은 AI가 향후 10년 이상 산업 전반의 생산성을 끌어올릴 ‘기반 기술’이라고 강조한다. 업계에서는 이번 발언 러시를 미 연방준비제도의 금리 인하 전환과 맞물린 ‘두 번째 AI 투자 사이클’의 신호로 해석하는 분위기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최근 주요 기관·개인 투자자에게 7쪽 분량의 팩트체크 FAQ 문서를 배포하고 AI 거품론과 회사 실적 우려를 조목조목 반박했다. 이 문서에서 엔비디아는 AI 스타트업들이 “향후 성장을 위해 막대한 투자를 진행해 단기적 현금 흐름에 부담을 주고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상업적 성과가 아직 제한적임에도 고평가를 받는 것은 혁신기술 도입 초기 국면에서 흔한 현상”이라는 시각을 제시했다.   

   

특히 순환 투자 논란에 대해 “전략 투자는 엔비디아 전체 매출의 3~7퍼센트 수준에 그치며 매출 부풀리기가 구조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못 박았다. 앞서 엔비디아는 오픈AI에 1000억 달러를 투자했고, 오픈AI는 엔비디아의 GPU 수백만 개를 구매하면서 자금이 양사 간에 순환한다는 의혹을 받았다. 회사 측은 “전략적 지분 투자와 그에 연동된 하드웨어 수요는 모든 빅테크가 활용하는 표준적 파트너십 구조”라며 회계 투명성 문제를 선제 차단했다.  

   

재고 급증도 쟁점이었다. 엔비디아의 분기 재고는 직전 분기보다 32퍼센트 늘었다. 일각에서는 “고성능 GPU가 팔리지 않는다”는 수요 부진론이 제기됐으나, 회사는 “재고 확대는 차세대 칩 출시를 앞두고 공급 부족을 막기 위한 선제 확보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AI 데이터센터 수요가 특정 분기 매출에만 반영되는 것이 아니라 수년 단위 장기 계약 구조로 늘어나는 만큼, 재고 수준만으로 수요를 단정하기 어렵다는 취지다.  

   

엔비디아의 강경한 메시지는 실적 자신감을 배경으로 한다. 회사는 3분기 매출 570억 1000만 달러를 올려 시장 예상치 550억 달러를 상회했다. 황젠슨 CEO는 실적 발표에서 “블랙웰 GPU 판매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고, 주요 클라우드 사업자의 GPU 재고는 사실상 품절 상태에 가깝다”며 “AI 생태계가 선순환 국면에 진입했다”고 강조했다. 고성능 칩 공급이 늘어날수록 AI 서비스와 애플리케이션이 확장되고, 이는 다시 칩 수요를 키우는 구조라는 설명이다.  

   

구글, 아마존, 오픈AI 등 다른 빅테크 역시 AI 거품론에 선을 그었다. 순다 피차이 구글 CEO는 최근 전사 회의에서 “과잉 투자”를 우려하는 직원 질문에 대해 “장기적으로 볼 때 AI 영역에서의 투자 부족이 훨씬 큰 리스크”라고 답했다. 구글 내부에서는 AI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컴퓨팅 용량을 약 6개월마다 두 배씩 늘려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피차이는 “클라우드 부문의 실적은 견조하지만 만약 인프라 투자가 더 빨랐다면 수치는 더 좋았을 것”이라며 추가적인 데이터센터·AI 칩 투자를 시사했다.  

   

그는 최근 인터뷰에서 “향후 AI 투자 열기가 다소 식더라도 기술 방향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거품 조정 국면에서 어느 기업도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다”고 언급했다. 과열과 조정을 수반하는 투자 사이클과, 검색·클라우드·광고 등 기존 수익 모델 전반에 AI를 심는 전략은 구분해야 한다는 인식이다.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와 샘 올트먼 오픈AI CEO도 유사한 톤을 유지하고 있다. 베이조스는 최근 테크 콘퍼런스에서 “AI 관련 밸류에이션에 거품 요인이 섞여 있을 수 있지만, 이것은 금융 상품 거품이 아니라 산업 구조 전환 과정에서 나타나는 산업적 거품에 가깝다”고 말했다. 올트먼 역시 인터뷰에서 “새로운 기술 혁명이 일어나는 과정에서 자본과 인력이 한꺼번에 몰리는 것은 역사적으로 반복된 패턴”이라며, 단기 조정 가능성을 인정하되 장기 성장 스토리를 강조했다.  

   

AI 거품론을 자극한 배경에는 빅테크의 공격적인 차입이 있다. 알파벳, 메타, 아마존, 오라클 등은 9월 이후 발행한 회사채 규모만 880억 달러에 달한다. 고성능 GPU, 전력 인프라, 냉각 시스템을 포함한 AI 데이터센터 구축과 대형 언어모델 훈련·배포에 필요한 이른바 ‘AI 캡엑스’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채권 시장에서는 일부 기업들의 부채 비율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기업들은 AI 투자를 생산성을 끌어올리는 설비 투자와 동일선상에서 바라보며 “단기 손익보다 경쟁 우위 확보가 우선”이라는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시장은 당분간 테크 리더들의 손을 들어주는 모양새다. 25일 뉴욕 증시에서 다우 지수는 전장 대비 0.44퍼센트 오른 4만6448.27에 마감했다. S&P500 지수는 1.55퍼센트 상승한 6705.12, 나스닥 지수는 2.69퍼센트 급등한 2만2872.00으로 거래를 마쳤다. 상승을 주도한 것은 AI 관련 대형 기술주였다.  

   

특히 구글 모회사 알파벳은 신형 AI 모델 제미나이 3 공개 효과로 6.3퍼센트 급등했다. 제미나이 3는 텍스트·이미지·영상·음성을 동시에 처리하는 멀티모달 능력과 복잡한 추론 속도가 전작 대비 크게 개선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시장에서는 이를 바탕으로 검색·유튜브·클라우드 전반에서 고부가가치 AI 기능이 확장될 것으로 보고, AI 인프라에 대한 중장기 수요 전망도 상향 조정하는 분위기다.  

   

다른 AI 관련주도 강하게 올랐다. 브로드컴과 마이크론테크놀로지는 각각 11퍼센트, 8퍼센트 뛰었고, 테슬라도 6.8퍼센트 상승했다. 팔란티어는 4.8퍼센트, AMD는 5.5퍼센트, 메타는 3.2퍼센트, 엔비디아는 2.0퍼센트, 아마존은 2.5퍼센트 올랐다. AI 칩, 메모리, 클라우드, 자율주행, 데이터 분석 등 밸류체인 전반이 동반 랠리를 보이며 “AI는 거품이 아니라 새로운 인프라”라는 서사를 강화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거품 논란과 별개로 AI 투자가 실제 수익으로 전환되는 속도가 향후 관전 포인트가 될 것으로 본다. 특히 에너지 비용 급등과 데이터센터 부지 제한, 규제 리스크 등은 AI 인프라 확대의 현실적 제약으로 지목된다. 한 금융권 애널리스트는 “AI 투자가 단기적으로는 비용 부담 요인이겠지만, 생산성 향상과 신규 수익 모델 창출에 성공하는 기업은 조정 국면 이후 더 큰 프리미엄을 받을 수 있다”며 “향후 2~3년은 ‘과열이냐 거품이냐’보다 어떤 기업이 기술과 비즈니스 모델을 실제 매출로 연결하는지에 초점이 맞춰질 것”이라고 말했다.  

   

산업계는 AI를 둘러싼 거품 논쟁이 이어지더라도 대규모 투자가 멈추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AI가 검색, 전자상거래, 제조, 헬스케어 등 전 산업의 효율을 재편하는 과정에서 기술과 자본, 규제가 맞물린 장기 게임이 불가피하다는 인식이 확산하는 중이다. 기술과 금융 시장의 온도 차를 어떻게 조율하느냐가 향후 AI 산업 성장 경로를 가를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조수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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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구글#ai거품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