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위성 싣고 오른다”…누리호 4차 발사 준비 마무리
한국형발사체 누리호 4차 발사가 카운트다운 단계에 들어갔다. 우주항공청과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25일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 제2발사대에서 누리호 기립 및 고정 작업을 마쳤다고 밝혔다. 이번 발사는 차세대중형위성 3호와 큐브위성 12기를 포함한 13기 위성을 한 번에 올리는 임무로, 우주의약과 위성 폐기, 항법, 지구 관측, 6G 통신 등 한국 우주산업의 연구·실증 저변을 넓힐 관문으로 평가된다. 발사 여부는 기상과 우주 환경을 종합해 최종 8시간 전에 확정될 전망이다.
우주항공청과 항우연에 따르면 누리호는 이날 오전 무인 특수이동 차량인 트랜스포터에 실려 나로우주센터 발사체 종합조립동을 출발해 제2발사대로 이동했다. 이후 기립 준비 절차를 거쳐 발사대에 수직으로 세우고 기계적 고정까지 마쳤다. 발사대 기립은 발사체 구조 안전성과 연료·전원 공급 계통 점검의 전제가 되는 단계로, 로켓 발사 준비 과정에서 핵심 마일스톤으로 꼽힌다.

앞으로는 누리호와 발사대 사이를 연결하는 엄빌리컬 시스템 점검이 진행된다. 엄빌리컬은 발사 전까지 발사체에 전원과 추진제, 각종 계측 신호를 공급하는 연결 장치다. 운용진은 연료와 산화제를 공급하기 전 전기 계통과 자세 제어계, 기밀 상태를 순차적으로 확인할 계획이다. 특히 자세 제어계 검증은 발사 후 비행 궤적을 정밀하게 유지하기 위한 필수 과정으로, 항우연은 센서와 제어 소프트웨어 간 연동 상태를 집중 점검할 방침이다.
누리호 4차 발사 예정 시간은 27일 새벽 1시 10분 전후로 잡혀 있다. 야간 발사를 택한 것은 대기 안정성과 우주 환경 조건, 발사 후 위성 분리 궤적을 종합한 결과로 해석된다. 발사가 계획대로 진행될 경우 누리호는 다수의 위성을 서로 다른 임무에 맞춰 배치하게 된다. 차세대중형위성 3호는 정밀 지구 관측 임무를 수행하며, 큐브위성 12기는 초소형 플랫폼을 활용해 우주의약 실험, 위성 자율 폐기 기술, 위성항법 보정, 6G 후보 대역 통신 링크 검증 등 다양한 기술을 시험한다.
특히 이번 임무는 위성 폐기와 6G 통신 관련 실증을 포함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우주 잔해를 줄이기 위한 위성 자율 폐기 기술은 향후 상용 위성군 운용에서 핵심 요인으로 떠오르고 있다. 6G 통신 실증 탑재체는 초고주파 대역에서의 우주 기반 링크 성능을 검증해, 위성 통신을 활용한 차세대 지상 통신망 설계에 기초 데이터를 제공할 전망이다. 우주의약 연구는 미세중력 환경에서 인체 반응과 의약품 작용 변화를 관찰해, 장기적으로 우주 장기 체류와 지상 정밀의료 기술 고도화에 활용될 수 있다는 기대를 모은다.
발사 준비 과정에서 가장 큰 변수는 기상과 우주 환경이다. 우주항공청과 항우연은 지상풍 속도와 방향, 기온, 습도 등 기상 요소를 실시간으로 분석하고 있다. 동시에 태양 활동에 따른 우주 방사선, 전리층 교란, 우주 물체와의 충돌 가능성도 검토 대상에 올려뒀다. 두 기관은 발사 8시간 전 관련 데이터를 종합해 최종 발사 여부를 결정할 계획으로, 필요 시 발사 시각 조정이나 연기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
4차 발사는 한국의 독자 발사체 기술을 반복 운용하며 신뢰성을 축적하는 단계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기존 발사에서 검증한 3단 액체로켓 구조와 엔진 군집 설계를 기반으로, 실제 위성 운용을 염두에 둔 다중 위성 투입 임무에 도전하는 셈이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이미 미국과 유럽, 일본 등이 상업 발사와 연구용 발사 모두에서 다수 위성 동시 탑재로 발사 단가를 낮추는 경쟁에 들어간 상황이다. 누리호의 다중 위성 발사 경험은 향후 한국형 상업 발사 서비스 설계에 필요한 데이터와 운용 노하우를 제공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발사가 국내 우주기술과 ICT, 바이오 연구의 결합을 가속하는 분기점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위성 플랫폼을 활용한 6G 통신 실증과 우주의약 연구가 성과를 낸다면, 지상 통신 인프라와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 전반에 파급력이 전해질 가능성이 있다는 해석이다. 동시에 발사체 반복 운용 데이터는 차세대 발사체 개발과 민간 우주기업 참여 확대의 기초 자료가 될 것으로 관측된다.
다만 업계에서는 발사 성공 여부와 별개로, 기술 실증 결과를 얼마나 빠르게 산업화하고 제도와 시장 구조를 정비하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민간 발사 서비스, 위성 데이터 유통, 우주의약과 통신 실증 결과의 상용화까지 이어지려면 발사체 기술, 위성 플랫폼, 데이터 규제 체계가 함께 정렬돼야 하기 때문이다. 산업계는 누리호 4차 발사가 계획대로 우주에 오를지, 그리고 그 이후 축적될 데이터가 실제 시장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주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