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채비용 급증에 국채금리 27년 만에 최고”…영국·프랑스 재정 악화, 글로벌 충격 우려
현지시각 9일, 영국(UK) 30년 만기 국채 금리가 5.69%까지 치솟으며 27년 만에 최고치에 도달했다. 장기 국채 금리와 정부 차입 비용이 동시에 급등하면서 영국을 비롯한 유럽 주요국의 재정 건전성에 경고등이 켜졌다. 이번 상황은 글로벌 경기 둔화와 인플레이션, 선진국 정부 부채 책임이 얽힌 복합적 결과로 풀이된다.
영국 국채 30년물·10년물 금리는 모두 주요 7개국(G7) 중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급등 배경에는 부채 부담 확대와 높아진 인플레이션, 정부의 차입 비용 상승이 자리잡고 있다는 분석이다. 영국 정부는 복지 지출 확대 압력과 늘어나는 차입 비용의 이중고를 겪고 있다. 레이철 리브스 재무장관은 “재정 위기 가능성은 없다”고 선을 그었으나, 올가을 예산안에서 증세 추진설이 불거질 만큼 예산 부담이 커진 상태다. 내년 영국의 부채 이자비용은 1,112억 파운드(약 209조 원)로 기존 국방비의 두 배에 이를 전망이다.

영국 예산책임청(OBR)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 부채비율이 현재 100% 미만이지만, 인구 고령화와 의료·연금 지출 확대 등으로 2070년대 초에는 270%까지 뛰어오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일각에서는 2022년 리즈 트러스 전 총리 재임 당시 대규모 감세 정책이 초래한 금융 불안과 파운드화 급락 사태가 재현될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보고 있으나, 재정 건전성 확보와 경제 성장의 이중 과제를 떠안은 현 정부의 부담은 더 커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프랑스(France) 역시 10년물·30년물 국채 금리가 각각 3.58%, 4.507%를 기록하며 13년 만에 최고치로 뛰었다. 프랑스의 공공부채는 GDP의 113%로, 이에 따른 정치적 불확실성까지 겹쳤다. 내년 긴축 예산안을 둘러싼 갈등으로 프랑수아 바이루 정부가 하원 신임투표에서 패하고 총사퇴하는 등 정치 리스크까지 가중되고 있다. 이로 인해 프랑스 신뢰도가 흔들리고 있다는 평가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선진국들의 GDP 대비 정부 부채 비율이 2007년의 두 배 수준인 80%에 육박했다고 진단했다. IMF는 “전 세계 공공부채가 2030년까지 GDP의 100%에 근접할 위험이 있다”며 국제사회의 구조적 대응을 촉구했다. 지난해 전 세계 정부부채 순이자 지급액이 2조7,200억 달러(약 3,770조 원)로 전년 대비 11% 넘게 증가한 것도 등돌릴 수 없는 현실이다.
파이낸셜타임스 등 유럽 주요 매체는 “선진국의 재정 지출 부담이 계속 커짐에 따라 국채금리 변동성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미국(USA) 연준의 고금리 기조와 맞물려 국제금융시장이 보다 불안정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인구 고령화와 복지 지출 압박, 글로벌 인플레이션 등 복합적 난제에 직면한 주요국들이 ‘증세와 긴축’이라는 뾰족한 해법을 찾지 못할 경우, 시장 불안이 반복될 수 있다고 내다본다. 이번 조치가 향후 국제 경제 질서와 유럽 금융 안정에 어떤 변화를 초래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