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 우울증이 기억력에 미치는 영향”…조기진단, 치매 예방 분기점
노년기에 급격히 나타나는 기억력 저하가 단순한 나이 탓이 아니며, 치매로 오인되기 쉬운 ‘노인 우울증’의 신호인 경우가 많아 주목받고 있다. 의료계는 65세 이상 인구 중 최대 절반가량이 노인 우울증을 경험한다고 보고 있다. 특히 치매와 우울증 모두 노년층에서 흔히 발생하는 정신건강 질환으로, 인지기능 저하를 비롯한 초기 증상에서 유사성이 높아 정확한 구분이 강조된다. 전문가들은 두 질환이 서로 영향을 주며 동반 악화를 초래할 수 있음을 경고한다. 치매 환자가 우울증을 동반하면 인지 저하 속도가 빨라지고, 우울증이 장기화될 경우 뇌 기능 저하 위험이 한층 높아져 조기 진단과 치료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노인 우울증은 대개 직접적인 우울감 호소보다는 무기력, 의욕 상실, 기억력 저하, 신체 통증, 수면·식욕 변화 등 복합적 신호로 나타나기 쉽다. 최근 들어 외부 활동을 꺼리고, 일상적 통증을 호소하면서도 진단상 이상이 없는 경우라면 우울증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이처럼 기억력 저하와 주의력 감소가 겹칠 때는 ‘우울성 인지장애’로 진단되기도 한다. 과거에는 이 증상을 ‘가성 치매’라 불렀으나, 현재는 보다 정확한 개념으로 자리잡고 있다.

두 질환 간 가장 분명한 차이는 인지기능 저하의 양상과 경과다. 치매는 주로 알츠하이머와 같은 신경퇴행성 질환이 원인으로 수개월~수년에 걸친 지속적 저하가 특징인 반면, 우울증으로 인한 인지장애는 갑작스러운 증상 또는 기분 변화에 따른 기복을 보인다. 우울증 환자는 자신의 기억력 저하를 뚜렷하게 인식하며 이에 대한 걱정이 큰 반면, 치매 환자는 주로 증상을 인지하지 못하거나 부인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단일 증상이 아니라 증상 발생 속도와 성격, 동반 정서 상태 등에 대한 종합적 평가가 필수적이다. 신경인지검사, 뇌 MRI, 우울척도 등 다면적 진단이 권고된다.
치료 역시 단일 약물이 아니라 항우울제·항불안제·수면제의 조합과 함께 인지행동치료, 회상요법 등 심리치료, 활동성 강화를 위한 생활습관 개선이 병행돼야 한다. 미술, 음악, 퍼즐 등 인지 자극 활동과 가족의 지지, 사회적 소통이 증상 완화와 재발 방지에 효과적이라는 점이 강조된다.
전문가들은 우울증이 치매 발병 위험을 2~3배 증가시킨다는 연구 결과를 근거로, 기억력 저하나 무기력 등의 신호가 반복될 때 치매와 노인 우울증을 정확하게 감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현재는 신경인지검사, MRI 등 의료기술 발전으로 더욱 정교한 진단이 가능해진 만큼, 예방과 조기개입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는 해석도 나온다. 산업계는 인구 고령화와 맞물린 두 질환의 조기 진단 및 치료 기술 발전에 주목하고 있다.
기술 발전에 따른 신경인지검사, 디지털 인지훈련, 헬스케어 솔루션 등이 실제 임상에 접목되면서, 앞으로 고령층 정신건강 관리 시장이 크게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기억력 저하를 단순 노화로 넘기지 않고 원인별로 접근하는 것이 실제 치매 예방과 뇌 건강 관리의 핵심”이라는 전문가 의견도 이어지고 있다. 산업계는 이번 고령층 우울증과 치매 감별 논의가 미래 바이오·디지털 헬스 시장의 성장 동력이 될 수 있을지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