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사위 국정조사 수용하겠다”…국민의힘, 대장동 항소 포기 공방 속 민주당 압박

검찰의 대장동 재판 항소 포기를 둘러싼 공방이 국회에서 다시 격돌했다. 국회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제1야당 국민의힘이 진상 규명 방식으로 충돌해 온 가운데, 국민의힘이 법제사법위원회 차원의 국정조사를 수용하겠다고 밝히며 협상 구도에 변화가 생겼다. 여당의 최종 입장이 어디로 수렴될지가 향후 정국의 변수로 떠올랐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26일 국회에서 3선 이상 중진 의원들과 간담회를 가진 뒤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고, 검찰의 대장동 재판 항소 포기와 관련한 국정조사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실시하자는 더불어민주당 요구를 받아들이겠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여당이 이 제안에 동의해 즉각 절차를 밟아야 한다고 압박했다.

송 원내대표는 "국정조사와 관련해 국정조사특위 구성이 마땅하나 압도적 다수를 무기로 야당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는 현실을 고려해 법사위에서 국정조사 진행도 협의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민주당은 더 이상 다른 말 하지 말고 즉각 국정조사를 진행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회 차원의 별도 국정조사특별위원회가 원칙이지만, 다수당 주도 국회 운영 상황을 감안해 법사위 카드까지 꺼내 들었다는 취지다.

이보다 앞서 여야 원내지도부는 검찰의 대장동 재판 항소 포기 결정을 둘러싸고 여러 차례 협상을 이어왔다. 더불어민주당은 법제사법위원회가 관련 상임위인 만큼 법사위 내에서 국정조사를 진행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반면 국민의힘은 사안의 파장이 큰 만큼 국회 차원의 국정조사특위를 별도 구성해 조사해야 한다며 맞서 왔다.

그러나 여야가 끝내 결론을 내리지 못하자, 제1야당인 국민의힘이 민주당 요구를 조건부 수용하는 방식으로 돌파구를 모색한 셈이다. 이에 따라 여야가 법사위 내 조사 범위와 기간, 증인 채택 대상 등을 둘러싸고 새로운 힘겨루기에 들어갈 가능성이 커졌다.

정치권에선 국민의힘이 법사위 수용 카드를 꺼낸 배경에 대해 여당을 향한 역공 메시지라는 분석도 나온다. 송 원내대표가 여당의 태도 변화를 촉구하며 "더 이상 다른 말 하지 말라"고 한 대목은, 다수 의석을 가진 더불어민주당이 조사 방식을 이유로 협상을 지연시켜 왔다는 인식을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반대로 더불어민주당이 국민의힘 제안을 어떻게 수용하느냐에 따라 국정조사 범위와 강도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특히 검찰의 항소 포기 과정에서 어떤 판단이 오갔는지, 법무부와 검찰 지휘부의 개입 여부를 둘러싼 공방이 법사위를 중심으로 재점화될 가능성이 크다.

한편 국회 안팎에서는 대장동 의혹과 관련한 추가 조사 요구가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검찰의 항소 포기 결정 이후 야권을 중심으로 특검 도입론과 국정조사 요구가 동시에 고개를 들었고, 여야도 협상 테이블에서는 국정조사를 전제로 한 논의를 이어왔지만 조사 틀을 두고 이견만 되풀이해 왔다.

국민의힘이 이날 법사위 카드를 수용하면서 공은 다시 여당으로 넘어간 형국이다. 여당 지도부가 법사위 국정조사를 공식화할 경우, 증인·참고인 채택을 둘러싼 여야 공방과 함께 검찰 수사와 별개로 정치적 책임 공방이 가열될 전망이다.

국회는 향후 원내대표단 협의를 통해 국정조사 방식과 일정을 조율할 계획이다. 정치권은 검찰의 대장동 재판 항소 포기 문제를 둘러싼 진상 규명 방안을 놓고 정면 충돌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