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생등급제 집단급식소 확대…식약처, 식품안전 강화와 규제정비 병행
집단급식 위생 관리 체계가 한층 강화된다. 그동안 일반 음식점에만 적용되던 위생등급제가 산업체와 학교, 병원 구내식당 등 집단급식소로 확장되면서, 대규모 급식 현장의 식품안전 수준을 끌어올릴 제도적 기반이 마련되고 있다. 동시에 인허가 절차를 전자화하고 수수료 기준을 통일해 영업자의 행정 부담을 줄이는 방향으로 식품 규제가 손질되는 흐름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개편이 급식 안전과 규제 합리화라는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겨냥한 식품안전 정책 전환점으로 보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23일 위생등급제를 음식점에서 집단급식소까지 확대하는 내용을 담은 식품위생법 시행령과 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최근 개정된 식품위생법에 따라 기존에 음식점에만 가능하던 위생등급 지정을 2028년 7월 1일부터 집단급식소와 위탁급식영업에도 허용하는 데 맞춰, 세부 절차와 기준을 하위법령에 구체화한 것이다.

위생등급제는 영업자가 자율적으로 참여해 위생 상태 평가를 받고, 일정 수준 이상 우수한 업소에 대해 식약처가 등급을 부여해 인증하는 제도다. 지금까지는 일반 음식점 중심으로 운영돼 왔지만, 앞으로는 산업체 구내식당, 학교 급식실, 병원 식당 등 다수 인원이 동시에 식사를 하는 집단급식소 전체로 범위가 넓어진다. 집단급식은 식중독 사고 발생 시 피해 규모가 크다는 점에서, 제도 확대가 실제 안전 체감도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집단급식소 또는 위탁급식영업자가 위생등급을 받기 위해서는 위생등급 지정신청서를 작성해 한국식품안전관리인증원에 제출하면 된다. 그동안 필수 제출 서류였던 영업신고증은 더 이상 내지 않아도 되도록 요건이 완화됐다. 행정기관이 전자적으로 영업 정보를 직접 확인하는 방식으로 전환해, 서류 준비에 드는 시간과 비용을 경감하겠다는 취지다.
절차 흐름도 단순화된다. 지금까지는 위생등급 신청 접수, 현장 평가, 등급 지정 등 단계별로 서로 다른 기관이 업무를 나눠 수행해 영업자가 진행 상황을 파악하고 대응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있었다. 개정안은 이 과정을 한국식품안전관리인증원으로 일원화해 한 기관이 신청부터 지정까지 전 과정을 전담하도록 했다. 식약처는 이를 통해 행정 효율성과 처리 속도를 높이고, 사업자 입장에서는 창구가 하나로 통합돼 편의성이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영업 허가와 신고, 등록 변경 절차도 디지털 행정 체계에 맞게 손질된다. 지금까지 영업자는 영업허가나 신고, 등록 사항, 품목제조보고 사항을 변경하려면 영업허가증, 신고증, 등록증 또는 품목제조보고서를 직접 첨부해야 했다. 앞으로는 이 같은 첨부 의무를 삭제하고, 관할 행정기관이 시스템을 통해 관련 정보를 확인하도록 바꾸는 방안이 추진된다. 의료와 급식 분야에서 전자행정이 일반화되는 흐름과 궤를 같이하는 변화다.
지역 축제장에서의 한시적 영업에 부과되는 수수료도 정비 대상이다. 영업자가 신고된 영업소 외 지역 축제장에서 최대 1개월 범위 내에서 임시로 영업을 할 경우, 현재는 지자체별로 신고 수수료가 서로 달라 형평성 논란과 실무 혼선이 반복돼 왔다. 식약처는 지난달 발표한 식의약 안심 50대 과제의 후속 조치로, 이러한 한시적 영업에는 전국적으로 동일한 신고 수수료 9300원을 적용하도록 했다. 이를 통해 소규모 영업자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고, 지역별 규제 격차로 인한 불편을 줄인다는 계획이다.
식품과 식품첨가물 등 각종 기준과 규격을 정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심사 수수료는 현실화 방향으로 조정된다. 식품 안전성 평가와 기준 설정을 위한 심사 내용이 과학기술 발달에 따라 점차 고도화되면서, 전문 인력 확보와 외부 전문가 자문 등 심사 역량을 뒷받침할 재원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수수료 인상은 업계 비용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지만, 평가 품질을 높일 경우 중장기적으로는 안전사고 리스크를 줄여 산업 전체 신뢰도를 높이는 효과가 기대된다는 분석도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위생등급제의 집단급식소 확대가 학교와 의료기관, 산업체 등 취약계층과 다수 인원이 이용하는 시설에서 식중독 예방 효과를 높이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반면 등급 획득을 위한 초기 준비 비용과 지속적인 관리 비용이 중소 급식업체에는 부담 요인이 될 수 있는 만큼, 컨설팅 지원이나 교육 프로그램을 병행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식약처 관계자는 국민이 안심하고 식품을 소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영업자의 불편을 줄이기 위해 안전관리 체계를 지속적으로 정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개정안에 대한 의견은 내년 2월 2일까지 제출할 수 있어, 업계와 소비자 의견이 어느 정도 반영될지가 향후 제도 정착 속도를 좌우할 전망이다. 산업계는 이번 제도 개편이 실질적인 안전 수준 향상과 규제 합리화로 이어질지 주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