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공정거래 리스크 짚는다…안랩, 임직원 특강으로 대응 모색
인공지능 기술 확산이 경쟁 질서를 재편하면서 공정거래 규제 환경도 빠르게 변하고 있다. 보안 기업 안랩이 내부 교육을 통해 이 흐름에 대응하고 나섰다. AI를 활용한 가격 조정이나 시장 지배력 강화 시도가 늘어나는 가운데, 기업이 관련 리스크를 미리 이해하고 준법 체계를 정비하지 않으면 제재와 평판 훼손에 직면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어서다. 업계에서는 이번 교육이 국내 ICT 기업들의 AI 시대 공정거래 대응 전략 확산에 하나의 이정표가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안랩은 19일 김경연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를 초청해 인공지능 시대의 공정거래법 이슈 및 리스크를 주제로 임직원 대상 ESG 특강을 진행했다고 22일 전했다. 특강에는 주요 조직의 실무자들이 참석해 AI 도입과 활용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법적 쟁점을 공유했다.

김 변호사는 AI 기술이 결합된 플랫폼과 서비스 시장에서 나타나는 새로운 거래 구조를 소개하고, 국내외 경쟁 당국이 주목하는 규제 포인트를 짚었다. 특히 기존 담합처럼 명시적 합의가 없더라도, 알고리즘이 자동으로 가격을 조정해 경쟁을 제한하는 경우 공정거래 당국의 조사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AI의 성능이나 사회적 책임 이행 수준을 과장해 홍보하는 이른바 AI 워싱 문제를 부각했다. 실제 제공 기능보다 과도한 지능화·자동화를 내세우거나, 공정성·투명성을 확보하지 못한 상태에서 윤리적 AI 이미지만 강조하는 행태가 소비자 오인과 거래 왜곡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파트너십을 활용한 사실상 독점화 시도도 핵심 리스크로 제시됐다. 김 변호사는 특정 AI 모델이나 플랫폼을 중심으로 데이터, 인프라, 애플리케이션이 묶이는 구조가 강화될 경우, 협력이라는 이름으로 경쟁자 배제나 종속적 거래 관행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글로벌 빅테크를 대상으로 한 해외 경쟁 당국의 조사 사례도 함께 언급하며 국내 기업의 선제적 점검을 주문했다.
이 과정에서 AI 기술 특성상 시장 지배력 평가와 관련시장 정의가 복잡해질 수 있다는 점도 강조됐다. 예를 들어 동일한 언어 모델이 보안, 검색, 업무 자동화 등 여러 시장에 걸쳐 쓰일 수 있기 때문에 어느 영역의 경쟁을 기준으로 삼을지에 따라 법적 판단이 달라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안랩은 이번 특강을 ESG 경영의 일환으로 기획했다. AI 활용을 확대하는 동시에 공정거래법을 비롯한 컴플라이언스 체계를 강화해야 지속 가능한 디지털 전환이 가능하다는 판단에서다. 보안 업계 특성상 고객 데이터와 인프라를 폭넓게 다루는 만큼, 알고리즘 설계와 서비스 운영 단계에서 공정한 경쟁 구조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인식도 반영됐다.
이진균 안랩 준법경영팀장은 업무 전반에 AI 사용이 빠르게 확대되는 상황에서 기술 활용 못지않게 법적·윤리적 기준에 대한 이해가 중요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특강을 계기로 임직원들의 AI 관련 준법 인식을 높이고, 조직 내에서 책임 있는 AI 활용 문화가 자리 잡도록 추가 교육과 내부 지침 정비를 이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AI 기술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공정거래와 데이터 규제 리스크가 IT 기업 경영의 핵심 변수로 떠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 공정거래 당국 역시 알고리즘 담합 가이드라인 마련과 디지털 시장 전담 조직 강화에 나선 만큼, 기술 기업들이 교육과 내부 통제를 통해 자발적 준수를 강화할 필요가 크다는 분석이다. 산업계는 이러한 움직임이 향후 AI 비즈니스의 신뢰 기반을 좌우할 수 있을지 주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