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시간 새 20억 달러 증발”…암호화폐 시장, 레버리지 청산 여파에 변동성 우려 확산
현지시각 기준 2025년 11월 22일, 글로벌 암호화폐 시장에서 최근 24시간 동안 20억 달러가 넘는 레버리지 포지션이 청산되며 변동성 위험이 다시 부각되고 있다. 주요 코인이 동반 급락하는 가운데, 이번 조정이 10월 대규모 청산 사태 이후 가장 큰 규모로 집계되면서 시장 전반의 불안 심리를 자극하고 있다. 이번 충격은 레버리지 구조와 옵션 만기가 맞물린 가운데, 유동성 위축과 매크로 환경 변화 가능성이 겹친 결과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뉴스BTC는 22일 “지난 24시간 사이 20억 달러 이상 레버리지 포지션이 정리되며 암호화폐 시장이 다시 긴장 상태에 놓였다”고 보도했다. 코인글래스(Coinglass) 자료에 따르면 같은 기간 청산 규모는 20억 달러를 넘어섰고, 이 중 롱 포지션 청산액만 약 18억 달러에 이른다. 비트코인 가격은 한때 8만2,000달러 수준까지 밀렸고, 이더리움은 2,700달러 아래로 내려갔다.
특히 온체인 파생상품 거래소 하이퍼리퀴드(Hyperliquid)에서는 비트코인 단일 포지션 3,678만 달러 규모가 한 번에 청산된 것으로 전해져, 과도한 레버리지 베팅이 한순간에 손실로 전환되는 구조적 취약성이 다시 드러났다.

시장에서는 다가오는 대규모 옵션 만기도 추가 변동성 요인으로 거론되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조만간 42억 달러 규모 암호화폐 옵션이 만기를 앞두고 있으며, 이 가운데 비트코인 옵션은 3만9,000건, 이더리움 옵션은 18만5,000건 수준으로 추산된다. 옵션 포지션 구성에서는 풋 옵션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나, 상당수 투자자가 하락 리스크에 대비하거나 기존 포지션을 헤지한 것으로 해석된다.
옵션 가격 구조를 통해 산출된 비트코인 맥스페인(Max Pain) 지점은 9만8,000달러, 이더리움은 약 3,200달러로 제시됐다. 맥스페인은 옵션 매수자 손실이 최대가 되는 가격대로, 만기 시점에 해당 구간 근처로 수렴할수록 옵션 매도자에게 유리한 구간으로 받아들여진다. 이 수치가 현물 시장 가격보다 높은 수준에서 형성됐다는 점은, 단기 급락에도 불구하고 일정 수준 가격 회복을 기대하는 시장 참여자도 적지 않다는 신호로 풀이된다.
이번 조정 과정에서 장기 보유자(이른바 ‘고래’ 주소)의 움직임도 시장 심리에 큰 영향을 미쳤다. 뉴스BTC는 2011년부터 코인을 보유해온 대형 비트코인 주소에서 110억 달러 규모 매도가 발생했다고 전했다.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움직임이 거의 없던 물량이 출회된 것은 투자 심리에 강한 심리적 충격을 줬고, 추가 매도세를 자극하며 가격 하락 압력을 키운 요인으로 거론된다.
다만 일부 고래와 기관 투자자로 추정되는 주소에서는 비트코인 가격이 8만5,000달러대에 진입하자 약 6,500만 달러 상당의 현물 비트코인 매수가 포착된 것으로 전해졌다. 단기 급락 국면을 저가 매수 기회로 활용하는 움직임이 동시에 나타나면서, 변동성 확대 속에서도 양방향 수급이 형성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외신은 이번 급락의 구조적 배경으로 10월 발생한 195억 달러 규모 청산 사태를 지목했다. 당시 대규모 레버리지 청산 이후 시장조성자들이 유동성 공급에 신중해지면서, 호가 스프레드가 넓어지고 깊이가 얕아진 상태가 지속돼 왔다. 이 같은 유동성 환경에서는 상대적으로 작은 가격 변동에도 마진 콜과 강제 청산이 연쇄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진다. 뉴욕과 런던 등 주요 금융 허브를 기반으로 한 알고리즘 트레이더와 마켓메이커들도 위험 관리 차원에서 노출을 줄여온 것으로 알려져, 변동성 스파이크가 더욱 커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움직임은 암호화폐 시장과 전통 금융시장 간 연계성 측면에서도 주목되고 있다. 외신 보도는 청산과 옵션 만기 요인에 초점을 맞췄지만, 최근 글로벌 외환시장에서 달러 강세 재개와 위험회피 심리 확산 조짐이 관측돼 왔다. 미국(USA) 국채 금리 변동, 주요 중앙은행의 긴축·완화 기조 변화 신호, 글로벌 주식시장 조정 흐름 등이 동시에 작용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시장 전문가들은 단기적인 레버리지 청산과 고래 매도는 가격 급락을 촉발하는 방아쇠 역할을 했지만, 구조적 하락 추세 전환으로 단정하기에는 정보가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전통 금융시장에서의 ETF 자금 유입·유출, 스테이블코인 시가총액 증감, 거래소 간 차익거래 흐름 등 광범위한 자금 이동 지표를 함께 봐야 방향성을 판단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풋 옵션 비중 확대 역시 해석에 주의가 필요하다는 견해가 많다. 일반적으로 풋 옵션 수요 증가는 하락 베팅 강화로 읽힐 수 있지만, 보유 현물이나 선물 포지션의 가격 변동을 헤지하기 위한 전략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옵션 만기를 앞둔 시점에는 포지션 정리나 델타 중립 전략 조정 등 기술적 거래가 늘어, 단순한 콜·풋 비율로 시장의 방향성을 가늠하면 왜곡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한 파생상품 애널리스트는 “옵션 만기 전후로는 거래량과 미결제약정 변화, 델타·감마 노출까지 종합적으로 봐야 실제 방향성 압력을 가늠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이번 급락 국면에서 블록체인 인프라의 기술적 안정성은 비교적 유지된 것으로 전해졌다. 솔라나(Solana)와 커스터디·인프라 제공업체 파이어블록스(Fireblocks) 등 주요 네트워크와 서비스는 처리 속도와 네트워크 안정성을 유지하며 거래 급증에 대응한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대규모 변동성 구간마다 수수료 급등, 네트워크 지연, 일부 체인 마비가 빈번했던 것과 비교하면, 인프라 측면의 회복력이 강화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는 향후 기관 투자자와 규제 당국이 암호화폐 인프라의 성숙도를 평가하는 데 중요한 참고 지표가 될 수 있다.
향후 시장의 관건은 청산 이후 잔존 레버리지 수준과 유동성 환경 변화다. 레버리지 비율이 충분히 낮아지고, 마진 요구 수준이 보수적으로 조정될 경우 추가 연쇄 청산 위험은 완화될 수 있다. 반대로 규제 이슈, ETF 자금 유출, 달러 강세 심화 등 매크로 변수와 정책 리스크가 겹칠 경우, 이미 높아진 변동성이 다시 증폭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전문가들은 스테이블코인 순유입·순유출, 온체인 고래 지갑의 누적 매수·매도 패턴, 글로벌 위험자산 전반의 흐름을 동시에 살펴야 향후 추세를 가늠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단기 방향성 예측보다 유동성 개선 여부와 레버리지 구조 조정 속도를 점검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평가가 우세한 가운데, 이번 조치가 향후 디지털 자산 시장의 리스크 관리 체계와 규제 논의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주목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