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정당한 비판 막는 파시스트적 태도”…국민의힘, 친한계 김종혁에 당원권 정지 2년 권고

이도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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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내 통제 강화 움직임과 친한계의 저항이 다시 충돌했다.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가 친한계 인사인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 중징계를 윤리위원회에 권고하면서, 한동훈 전 대표를 둘러싼 갈등 구도가 재점화되는 양상이다. 친한계는 표현의 자유 침해를 주장하며 정면 반발하고 있다.

 

국민의힘 당무감사위는 16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 당원권 정지 2년의 징계를 당 윤리위에 권고했다고 밝혔다. 징계 사유는 당헌·당규 및 윤리규칙 위반으로, 당을 극단적 체제에 비유하고 당원에 모욕적인 표현을 사용한 점, 특정 종교에 대한 차별적 발언, 당론 불복 및 해당 행위 등이 종합적으로 반영됐다.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은 “김 당협위원장은 올해 9월부터 10월 사이 다수 언론 매체에 출연해 당을 극단적 체제에 비유하고, 당원에 대해 모욕적인 표현을 했다”며 “김 위원장의 답변서를 받고 종합적으로 판단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김 위원장은 종교 차별적 발언을 하고, 당론 불복을 공개적으로 선언한 바도 있다”고 구체적인 사유를 덧붙였다.

 

당무감사위는 김 전 최고위원의 언행이 소극적 침묵을 포함해 ‘해당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이 위원장은 “김 위원장이 어떤 말을 통해 적극적으로 해당 행위를 한 것도 있지만 소극적으로 침묵을 지키며 해당 행위를 한 것도 있다”며 “발언의 양과 질을 생각할 때 현저히 균형을 상실했기에 결과적으로 상대 당에 오히려 유리하게 활용됐다는 점에서 어떤 것을 얘기하지 않은 것 자체가 해당 행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이 위원장은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임명한 인사다. 이호선 위원장 취임 이후 당무감사위는 김 전 최고위원이 언론 인터뷰에서 당내 분열을 조장하고 당론에 반하는 언행을 했다는 점, 신천지 등 특정 종교를 사이비로 규정해 차별적 표현을 했다는 점 등을 문제 삼아 징계 절차에 착수했다. 당무감사위의 이번 결정은 위원 7명 중 5명이 출석한 가운데 내려졌으며, 국민의힘 당헌상 당원권 정지 징계는 최소 1개월부터 최대 3년까지 가능하다.

 

최종 징계 수위는 당 윤리위에서 결정한다. 당 윤리위는 당무감사위 조사 결과를 토대로 징계 여부와 기간을 심의해 확정할 예정이다. 당 내규상 윤리위는 징계 수위를 조정하거나 재심을 요청할 수 있어 최종 결론이 어떻게 날지에 관심이 쏠린다.

 

중징계 권고 직후 김 전 최고위원은 강경 대응을 예고하며 정면으로 맞섰다. 그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정당에서 당연히 오갈 수 있는 정당한 비판을 틀어막으려는 시도로, 정당민주주의와 자유민주체제 자체를 말살하려는 파시스트적 태도”라며 “이 위원장은 정치적·법률적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반발했다. 자신의 발언은 정당 내부 민주주의 차원의 비판이었는데, 이를 제재 대상으로 삼는 것 자체가 자유민주주의 원리에 반한다는 취지다.

 

친한계 의원들도 곧바로 가세했다. 한지아 국민의힘 의원은 사회관계망서비스에 글을 올려 “당의 생각과 다르다는 이유로 표현의 자유를 당의 기준에 맞춰 선별적으로 허용하겠다는 위험한 신호”라며 “민주주의 정당이 취할 수 있는 태도가 아니며 자유민주주의의 근간을 스스로 훼손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유력 친한계 의원 한 명은 “이번 징계는 김 전 최고위원에 대한 징계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한 전 대표 당게 논란 징계를 위한 포석을 까는 것으로 본다”며 “당 기구가 대표의 혀처럼 놀아나선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당무감사위의 조치가 한동훈 전 대표를 겨냥한 ‘전초전’이라는 인식이 당내에 확산하고 있는 셈이다. 한 전 대표 역시 즉각 메시지를 내며 맞불을 놨다. 그는 당무감사위 발표 직후 페이스북에 “민주주의를 돌로 쳐 죽일 수 없다”고 적었다. 직접적인 실명 언급은 없었지만, 이호선 위원장을 향한 비판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그 배경에는 이 위원장이 전날 개인 블로그에 올린 성경 출애굽기 인용 글이 있다. 이 위원장은 해당 글에서 “소가 본래 들이받는 버릇이 있다”며 “단속하지 않아 남녀를 막론하고 받아 죽이면 그 소는 돌로 쳐 죽일 것이고 임자도 죽일 것”이라고 적었다. 이를 두고 당 안팎에서는 한 전 대표와 그의 정치 행보를 빗댄 표현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다만 이 위원장은 이날 기자들의 “들이받는 소가 한 전 대표를 의미하느냐”는 질문에 “너무 정치적으로 해석했다”고 일축했다.

 

당무감사위는 이날 한동훈 전 대표를 둘러싼 이른바 ‘당원게시판 사건’에 대해서도 논의했지만, 결론을 미루고 추가 조사를 진행하기로 했다. 이 위원장은 “조사 과정에 있기 때문에 조사 자료를 확인했다”며 “지금은 사실관계 파악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한 전 대표에 대한 징계 여부가 당내 권력 구도와 직결된 사안인 만큼, 당무감사위가 신중한 태도를 보이는 것으로 해석된다.

 

당 지도부에 가까운 인사들은 당내 혼란의 ‘정리’를 예고하며 기조를 뒷받침했다. 장동혁 대표가 발탁한 장예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은 전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당내 오래된 고름 같은 문제들을 연내에 째고 나면 새해에는 새로운 아젠다 설정과 대여 투쟁, 민생이라는 두 축을 중심으로 당 외부 문제에 집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계파 갈등과 내부 비판을 ‘고름’에 비유한 만큼, 김 전 최고위원 징계 권고를 포함한 일련의 조치가 당내 통제 강화 전략의 연장선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그러나 여의도연구원의 자체 분석은 역으로 경고음을 울리고 있다. 여연은 전날 발표한 ‘K팝 팬덤의 참여행동과 팬덤 정치의 사회·정치적 함의’ 보고서에서 한동훈 팬클럽 ‘위드후니’를 팬덤 정치의 사례로 거론하며 “윤석열 정부 때 한동훈 팬덤의 부상이 당내 분란을 야기한 점 등은 리더십이 팬덤에 과도 의존할 경우의 위험성을 드러냈다”고 평가했다. 당 지도부와 전략 싱크탱크가 한 전 대표 팬덤을 잠재적 리스크로 규정한 상황에서, 친한계 전체에 대한 통제 시도가 강화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국민의힘은 김종혁 전 최고위원 징계 권고와 한동훈 전 대표 당원게시판 사건 조사를 병행하며 내홍 수습과 당 기강 정비를 동시에 추진하는 모양새다. 그러나 친한계는 표현의 자유와 정당 민주주의를 전면에 내세워 강력 반발하고 있어, 윤리위의 최종 결정 시점에 맞춰 계파 갈등이 재차 폭발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정치권에선 국민의힘이 향후 윤리위 결론과 당내 여론을 감안해 징계 수위를 조율할 것으로 보고 있으며, 국회는 내년 회기에서 여야 대립 속에서도 당내 민주주의와 표현의 자유 논쟁을 둘러싼 입법 논의를 이어갈 계획이다.

이도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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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혁#한동훈#국민의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