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남자 피겨 새 역사”…최하빈, 쿼드러플 러츠 성공→주니어 그랑프리 은메달
아이스 아레나에 울려 퍼진 캐리비안의 해적 선율과 함께, 최하빈의 빙판 위 도전이 관중의 숨을 멈추게 했다. 손끝에 모인 집중력, 첫 진입부터 완벽하게 성공시킨 쿼드러플 러츠는 한국 피겨스케이팅 남자 싱글에 새로운 역사를 더했다. 겹겹이 쌓여온 훈련의 시간과 경계까지 넘은 한 번의 도약, 이 순간 관중석의 감탄은 쉼 없이 울려 퍼졌다.
최하빈은 6일 새벽, 이탈리아 바레세 아친퀘 아이스 아레나에서 펼쳐진 2025-2026 ISU 피겨스케이팅 주니어 그랑프리 3차 대회 남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 쿼드러플 러츠(4회전 러츠) 점프를 한국 남자 선수 최초로 완벽하게 성공했다. 쿼드러플 러츠는 기본점 11.50점에 수행점수 2.46점이 더해지는 고난도 기술로, 차준환 등 국가대표도 아직 공식 무대에서 도전하지 못한 점프다.

이어진 연기에서도 최하빈은 기본점 9.50점의 쿼드러플 토루프, 트리플 악셀–더블 악셀 시퀀스, 트리플 러츠–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 등 연달아 고난도 점프 시퀀스를 성공했다. 후반 체력 부담이 극심한 구간에서 트리플 악셀, 트리플 플립 등도 안정적으로 소화하며, 트리플 러츠의 일부 착지 불안으로 GOE 점수 일부가 깎였으나 전체적으로 약점을 보완하는 모습을 보였다.
스핀과 스텝에서도 흔들림 없는 기술이 이어졌다. 플라잉 카멜 스핀, 체인지 풋 콤비네이션 스핀(레벨4), 코레오 시퀀스 등 다양한 스핀 요소가 깨끗하게 펼쳐졌고, 마지막 플라잉 체인지 풋 콤비네이션 스핀에서는 자세가 무너지며 감점이 있긴 했지만, 주요 과제에선 클린 연기를 선보였다.
프리스케이팅 기술점수 84.50점, 예술점수 71.93점, 감점 2점으로 총점 154.43점을 기록한 최하빈은, 앞서 쇼트프로그램(77.76점)과 합산해 개인 최고점 232.19점을 달성했다. 우승까지 1.31점 차이로 아쉽게 금메달은 놓쳤지만, 니시노 다이가(233.50점)와의 극한 승부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동메달은 212.55점을 받은 우에무라 순에게 돌아갔다.
최하빈은 이번 메달로 주니어 그랑프리 첫 시상대에 오르는 데 성공했다. 지난해 연속 6위, 5위에 머물렀던 자신의 기록을 짧은 기간에 크게 넘어선 점도 눈길을 끈다. 그의 도전은 다음 6차 대회 출전 및 주니어 그랑프리 파이널 진출이라는 다음 목표로 이어질 예정이다.
한 편, 현장에서는 최하빈이 전하는 경기 직후의 땀과 환한 미소에 팬들의 아낌없는 박수가 쏟아졌다. 관객들은 한국 남자 피겨의 새 가능성에 한껏 기대감을 드러냈다. 주니어 무대에서 펼쳐진 이번 도약은, 지금 이 빙판 위의 시간 그 이상을 예고하는 신호로 다가왔다.
다가오는 6차 대회에서 최하빈의 새로운 이야기가 계속된다. 2025-2026 ISU 주니어 그랑프리 현장은 내일의 피겨, 내일의 선수를 그려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