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 사용료, 한미 협상 테이블서 제외”…통신업계, 통상 논란 잠정 진화
망 사용료 이슈가 2024년 5월 말 한미 무역협상 공식 의제에서 최종 제외되면서, 국내 통신업계는 일단 긴장을 풀고 있다. 망 이용대가를 미국 측이 디지털 무역장벽으로 간주해온 만큼, 한때 빅테크-통신사 간 글로벌 통상 분쟁의 핵심 쟁점으로 부상했으나, 이번 합의에서 논의 선상에서 빠졌다. 업계는 규제와 무역정책이 디지털 인프라와 미디어 산업 질서를 좌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결정에 주목하면서도, 남은 비관세협상 여지를 의식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향후 한미 양국의 기술 협상에서 망 사용료가 재부상할 수 있음을 배제하지 않으면서도, 산업 내 자율규범이 국제 기준과 접점을 찾는 분기점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번 협상은 31일 대통령실 발표를 통해 “고정밀지도 반출, 온라인플랫폼법, AI 칩·GPU 구매 요구 등 다수 이슈가 논의에서 제외됐다”는 공식 설명과 함께 마무리됐다. 앞서 미국은 유럽연합과의 협상 과정에서도 EU의 네트워크 사용료 도입 움직임을 반대하며 이를 ‘무역장벽’으로 규정했으나, EU 집행위는 입법주권을 내세우며 강경 대응했다. 유사한 논란이 한국과의 협상으로 옮겨붙을 수 있다는 전망도 있었지만, 이번 결과로 한숨 돌릴 수 있게 된 분위기다.

국내 통신업계는 망 이용대가 문제가 애초부터 통상협상 대상이 아니라고 선을 긋는다. 망 대가는 국회에서 일부 의원입법 형태로 논의 중이며, 본질적으로 통신사와 콘텐츠제공자 간 계약 이슈에 가깝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넷플릭스와 메타 등 글로벌 기업들은 이미 국내에서 망 이용료를 지불하고 있으며, 이를 ‘빅테크 겨냥’ 규제로 일반화하는 건 사실과 다르다고 업계 관계자는 주장했다.
미국 측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데는 한국 국회에 계류 중인 글로벌 콘텐츠사업자 망 이용대가 법안이 있다. 21대 국회에서 8건, 현 3건이 발의된 상태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한국 ISP가 CP도 겸하고 있어 미국 CP에만 대가 부과 땐 반경쟁적”이란 입장이다.
전문가들은 망 이용대가가 이미 세계적으로 보편화된 모델이기에, 지나친 통상 이슈로 비화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신민수 한양대 교수는 “망 대가는 국내외 판례로 인정되고 있으며, 전체 원가 구조상 비중이 1% 미만이어서 통상분쟁의 본질로 보기 어렵다”며 “오히려 법제화를 하지 않을 경우 국제 규범에서 예외로 비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미국 역시 자국 빅테크의 독점성을 문제로 인식하는 만큼, 망 대가가 통상압박의 실질적 소재가 되긴 어렵다고 진단했다.
한편, 업계는 온라인플랫폼법·고정밀지도 반출 이슈처럼 국가 간 입장 차가 뚜렷한 사안과 달리, 망 사용료 문제는 산업 내 자율 계약과 보편 규범을 조화시키는 방향이 중요하다고 본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IT기업과 국내 통신사의 계약관계, 서비스 제공 방식에 발맞춘 정책과 국제 기준 모색이 필요하다고 평가하고 있다. 산업계는 이번 한미협상 논의 배제 결정에도 불구하고, 향후 시장·기술 변화에 대응하는 정부와 업계의 일관된 설명과 표준화 접근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산업계는 이번 기술·규제 이슈가 실제 시장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주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