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1억3600만원대 회복…연준 완화 기대에 위험자산 선호 재점화
비트코인이 3일 다시 9만달러 선을 회복하며 국내 원화 가격도 1억3600만원대를 회복했다. 연방준비제도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가 커지는 가운데 뉴욕증시 기술주가 강세를 보이자 위험자산 선호 심리가 일부 살아나고 있어, 가상자산 시장이 연말 금융시장 변동성의 핵심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흐름이 연준의 통화정책 기조 변화 기대와 맞물린 결과라고 분석하면서도, 공포 지표가 여전히 극단적 수준에 머무는 만큼 향후 추세 전환 여부를 두고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3일 오전 8시17분 기준 비트코인은 24시간 전보다 6% 넘게 오른 9만1885달러에 거래됐다. 원화 기준으로는 업비트, 빗썸, 코인원 등 국내 주요 거래소에서 1억3600만원대에 안착했다. 업비트 기준으로 전일 대비 5%대 상승했고, 빗썸과 코인원에서도 비슷한 폭의 오름세를 보이며 1억3600만원 안팎 시세를 형성했다.

지난달 중순만 해도 9만달러선이 무너지고 1억3600만원 부근이 공포의 가격대로 인식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짧은 기간 내 투자자들의 체감 분위기가 크게 달라진 셈이다. 당시에는 추가 급락 우려가 시장을 짓눌렀지만, 최근에는 같은 가격대가 되레 반등의 기준선이자 재도전의 상징으로 언급되고 있다.
이번 반등 흐름의 배경으로는 연준의 통화정책 기조 변화 기대가 우선 꼽힌다. 연준이 최근 발언과 자료를 통해 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어두는 신호를 내고, 베이지북 등에서 경기 둔화 조짐이 확인되자 선물 시장에서는 연말 인하 가능성을 높게 반영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뉴욕증시에서 다우지수, 스탠더드앤드푸어스500, 나스닥지수가 일제히 상승했고, 위험자산으로 분류되는 가상자산에도 매수세가 유입됐다.
특히 미국 증시에서 인공지능 관련 기술주의 상승 랠리가 이어지면서 비트코인을 포함한 가상자산이 같은 위험자산 벨트 안에서 다시 평가받는 흐름이 감지된다. 성장주와 디지털 자산을 묶어 바라보는 글로벌 자금의 시각이 재차 강화되는 모습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다만 가격 반등과는 달리 투자 심리 지표는 여전히 위축돼 있다. 코인마켓캡과 얼터너티브 등이 집계하는 공포·탐욕 지수는 최근 10~20점대에 머물며 극단적 공포 단계를 나타냈다. 지수가 0에 가까울수록 공포가 심하고, 100에 가까울수록 낙관이 커지는 구조를 감안하면 현재 구간은 여전히 공포가 우위인 상황이다.
시장에서는 최근 상승이 투자자들의 확신보다는 기술적 반발 매수와 저가 매수 시도로 이뤄졌다는 해석에 무게를 둔다. 가격 지표만 보면 강세장 분위기가 살아나는 듯하지만, 심리 지표는 아직 바닥권을 크게 벗어나지 못한 셈이다. 단기적인 숏 커버링과 자동 매매 알고리즘의 영향이 상당 부분 작용했을 수 있다는 관측도 같이 제기된다.
기관과 개인의 매매 패턴은 복합적인 양상을 보여준다. 11월 중순까지 기관 투자자들은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에서 수조원대 순매도를 기록하며 가격 하락 압력을 키운 것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11월 말 이후에는 1만개 이상을 보유한 대형 주소를 중심으로 매집 점수가 높아졌고, 미국 현물 상장지수펀드에도 블랙록을 중심으로 수백억원대 자금이 순유입된 흐름이 관측됐다.
한동안 개인 투자자들이 저가 매수로 가격을 방어했던 구간 뒤로 기관 자금이 다시 서서히 포지션을 쌓는 모습에 대해 시장은 주목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기관의 재진입이 중장기 추세 전환의 전조가 될 수 있다는 기대를 내놓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단기 트레이딩 범위 안에서 이뤄지는 전략적 매매일 뿐이라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투자자들의 시선은 이제 과거 급락 구간과 현재 반등 흐름을 어떻게 해석하느냐로 모이고 있다. 4월 반감기 이후 비트코인은 12만달러를 넘어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지만, 불과 한 달 남짓 사이에 30% 가까이 하락하며 9만달러 아래로 내려앉았다. 이 과정에서 약 6000억달러 규모의 시가총액이 증발한 것으로 추산된다.
당시 금리 방향성에 대한 혼선과 인공지능 거품 논쟁, 글로벌 규제 불확실성이 겹치며 ‘크립토 윈터’ 재연을 우려하는 분석과, 반감기 이후 통상적인 조정 국면이라는 낙관론이 엇갈렸다. 현재 반등 역시 같은 재료를 두고 비슷한 논쟁이 이어지는 분위기다. 일부 애널리스트는 8만달러 초중반, 나아가 7만달러대 초반까지 추가 하락 가능성을 열어두고 보수적 대응을 권고하는 반면, 비트코인 펀더멘털을 강조하는 투자 책임자들은 현재 가격대를 몇 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중장기 매수 기회로 규정하고 있다.
국내 투자자에게 1억3600만원 선은 상징적인 숫자로 자리잡는 모습이다. 11월 중순에는 공포를 상징하던 가격대였지만, 11월 말과 12월 초에는 회복과 반등을 가늠하는 기준선으로 다시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다. 추세 전환 여부에 따라 같은 가격이 지지선으로 굳어질지, 다시 시험대에 오르는 저항선으로 변할지에 대한 관심이 높다.
향후 비트코인 가격 흐름은 글로벌 유동성 방향과 미국 통화정책, 인공지능 관련 자산의 거품 논쟁 등 대형 변수에 좌우될 전망이다. 가상자산 시장은 당분간 미국 증시와 기관 자금 흐름을 면밀히 추적하며, 비트코인이 9만달러와 1억3600만원 구간을 얼마나 안정적으로 수성할 수 있을지 탐색하는 국면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