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르장머리 고쳐야" 문정복, 유동철 정면 비판…민주당 최고위원 선거 전선 격화
당내 권력 구도와 계파 갈등이 맞물리며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보궐선거를 둘러싼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친정청래계와 비당권파 인사가 정면으로 부딪히며 향후 지도체제 재편을 둘러싼 신경전이 노골화하는 양상이다.
친청계로 분류되는 문정복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2일 기자들과 만나 최고위원 보궐선거 출마 의사를 밝히며 유동철 부산 수영구 지역위원장을 겨냥해 강한 표현을 사용했다. 문 의원은 당 조직사무부총장으로서 "최고위원 보궐선거에 나가게 됐다"며 "내가 나가서 버르장머리를 고쳐줘야겠다"고 말했다.

문 의원은 이어 "공직, 당직도 못 하는 천둥벌거숭이한테 언제까지 당이 끌려다닐 거냐"고 언급하며 유 위원장을 직접 겨냥했다. 친정청래계로 분류되는 문 의원이 친명계 인사로 꼽히는 유 위원장을 향해 원색적인 표현을 쓴 만큼, 계파 간 갈등이 수면 위로 부상했다는 평가가 뒤따랐다.
양측의 과거 악연도 다시 회자됐다. 문 의원은 과거 더불어민주당 부산시당위원장 경선 당시 당 조직강화특별위원회 부위원장으로 참여해 유 위원장을 컷오프한 전력이 있다. 당시 유 위원장은 자신이 부당하게 배제됐다고 주장하며 반발했다. 정청래 대표가 억울한 컷오프를 막겠다고 약속했는데도, 당직 선출 과정에서 불공정한 컷오프가 이뤄졌다는 취지였다. 유 위원장은 그 과정에서 문 의원의 사퇴를 요구하며 강하게 문제를 제기했다.
문 의원은 이와 관련해 "더불어민주당 70년 역사 동안 이어져 온 전통, 관례, 시스템을 따른 것"이라고 해명했다. 또 정청래 대표 발언과 관련해서도 "정 대표의 언급 역시 공직선거에서 그런 컷오프가 없게 하겠다는 것이지, 당직에 대해 얘기한 게 아니었다"고 선을 그었다. 공직 후보자 공천과 당직 선출 절차를 구분하며, 당시 컷오프 조치는 내부 규정에 따른 결정이었다고 강조한 셈이다.
문 의원 발언이 알려지자 비당권파인 유동철 위원장은 즉각 반격에 나섰다. 유 위원장은 성명을 통해 "같은 당 동지를 향한 정치적 예의를 저버린 발언이자, 공당의 국회의원으로서 당의 품격을 훼손하는 발언"이라고 비판했다.
유 위원장은 "문 의원의 발언은 단순한 감정의 표출로 보기 어렵다. 당내 화합과 품격을 해치는 구시대적 정치 행태의 반복으로 볼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인격 모독성 발언을 즉각 철회하고, 진정성 있는 사과를 하라"고 요구하며 문 의원의 공식 사과를 촉구했다. 계파 갈등을 넘어 당내 문화와 품격 문제로 논쟁의 범위를 넓힌 셈이다.
최고위원 선거 구도가 분명해지면서 친정청래계와 비당권파 간 라인업도 점차 드러나고 있다. 문 의원에 이어 같은 친청계로 꼽히는 이성윤 의원도 이날 최고위원 선거 출마를 사실상 공식화했다. 이 의원과 문 의원은 최고위원 보궐선거 후보자 등록 기간인 15∼17일에 맞춰 각각 출마 선언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비당권파 진영에서는 유동철 위원장에 더해 이건태 의원이 출사표를 던졌다. 이건태 의원은 이재명 대통령의 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 사건 변호인 출신으로 알려져 친명계 인사로 분류된다. 친청계 지도부에 비판적 입장을 유지해 온 비당권파가 이재명 정권 초반 국정 기조와 지도부 운영 방식을 문제 삼으며 세를 넓히는 모양새다.
또 다른 잠재 후보들도 거론된다. 김민석 국무총리와 가까운 강득구 의원, 정청래 대표 측 인사로 분류되는 임오경 의원의 출마 가능성이 당내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친청계와 정 대표 측, 그리고 친명계와 비당권파가 각각 다른 카드들을 검토하면서, 최고위원 3석을 둘러싼 물밑 경쟁이 치열해지는 형국이다.
이번 최고위원 보궐선거는 내년 8월까지 잔여 임기를 채울 3명을 선출하는 선거지만, 당내에서는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는 해석이 우세하다. 특히 1인1표제 좌초 논란과 맞물려 정청래 대표에 대한 재신임 성격이 강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친청계는 정 대표 중심의 현 지도부 체제를 안정적으로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비당권파와 일부 친명계는 정 대표가 이른바 자기 정치에 치우쳐 당과 국정 운영에 부담을 주고 있다고 비판해 왔다.
친명계는 이재명 정권 출범 초기부터 정청래 대표 체제의 운영 방식에 문제를 제기하며 지도부 개편 필요성을 제기해 왔다. 반면 정 대표 측은 정권 초반 정국 안정과 개혁 드라이브를 위해서는 현 체제를 유지하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최고위원 보궐선거 결과가 어느 쪽 손을 들어줄지에 따라 향후 지도체제와 계파 구도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향후 당내 경선 절차와 선거운동 과정에서 계파 갈등이 더욱 격화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다만 지도부는 내년 총선과 이재명 정권 초기 국정 과제를 감안해 내홍을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최고위원 후보 등록 이후 공식 선거 일정을 확정하고, 정청래 대표 체제의 향후 방향과 연결된 지도부 선출을 둘러싸고 치열한 공방을 이어갈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