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1표제, 더 미룰 수 없다"…정청래, 친명계 우려 속 당내 민주주의 강조
당헌·당규 개정을 둘러싼 더불어민주당 내부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이른바 1인 1표제 도입 문제를 두고 정청래 대표와 지도부는 당원 주권 강화를 내세우고 있고, 친명계 일각에서는 졸속 개혁 우려를 제기하며 정면으로 맞서고 있다. 대통령 해외 순방 시점을 둘러싼 정무적 판단 논란까지 겹치며 당내 긴장이 고조되는 분위기다.
정청래 대표는 23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1인 1표제 논란과 관련한 친명계 비판에 반박했다. 그는 이재명 대표 시절 최고위원으로 활동했던 점을 상기시키며 당권 강화를 위한 자기 정치라는 시각을 의식한 듯 "이재명 대표 시절 최고위원으로서 호흡을 맞추며 당원 주권 정당의 꿈을 이루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며 "더 미룰 수 없는 당내 민주주의 과제"라고 강조했다.

정 대표는 특히 2022년부터 2023년까지 당 원외지역위원장 협의회가 대의원제 개선과 권리당원 1인 1표제를 요구하며 발표한 성명서를 인용했다. 그는 당시 요구를 거론하며 "이재명 정부의 국민주권 시대에 걸맞게 당원 주권 시대로 화답해 달라"고 요청했다. 지도부 주도의 일방 개편이 아니라 일정 기간 누적돼 온 현장 요구라는 점을 부각한 셈이다.
박수현 수석대변인도 페이스북에서 정 대표를 엄호했다. 그는 1인 1표제를 둘러싼 논란이 정 대표의 차기 대표 도전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의심에 선을 그으며 "(1인 1표제는) 정 대표가 말을 한 적도 없는 대표 재선을 위한 갑툭튀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여러 번의 당 혁신 계기에 봇물처럼 터져 나왔던 아래로부터의 요구였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지도부의 진화 시도에도 당헌·당규 개정 논쟁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특히 이재명 대표 체제에서 핵심 실무를 맡았던 친명계 인사들이 공개 비판에 나서면서 논쟁은 같은 진영 내부 갈등 양상으로 번지고 있다.
이재명 1기 지도부 수석사무부총장을 지낸 강득구 의원은 페이스북 글에서 "1인 1표제를 도입한다는 이유로 대의원제가 가진 보완 장치의 취지까지 없애버린다면, 당의 역사와 정체성, 가치를 훼손하는 우를 범하는 졸속 개혁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당원 직선제 확대에 공감하면서도, 대의원제가 수행해 온 지역 대표성과 전국정당 유지 기능을 한꺼번에 무력화할 수 있다는 문제의식을 드러낸 셈이다.
강 의원은 대안 구상도 함께 제시했다. 그는 "당원 주권과 전국정당을 동시에 실현하는 1인 1표 플러스 알파의 균형 잡힌 보정안을 만들어야 한다"며 "지도부가 개혁 내용과 숙의 절차 모두에서 충분한 정당성을 확보하길 요청한다"고 강조했다. 절차적 논의 부족과 과도한 속도에 대한 비판이 동시에 담긴 발언으로 해석된다.
친명계로 분류되는 윤종군 의원도 같은 날 페이스북을 통해 신중론을 피력했다. 그는 "대의원과 권리당원 1인 1표제에 대해서는 지역위원장 영향력 때문에 개정이 필요하다는 데도 동의한다"면서도 "전 지역 권리당원 표를 1인 1표로 하는 것에는 이견이 있다"고 밝혔다. 전면적 1인 1표제 도입 방식에 대해 명확한 선을 긋고 나선 것이다.
윤 의원은 특히 영남 지역 문제를 짚었다. 그는 "영남지역 당 활동 활성화, 당원 자긍심 고취를 위한 최소한의 동인을 제공하는 대안이 함께 논의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당세가 열세인 지역에서 대의원제가 갖고 온 동원력과 상징성을 고려하지 않은 제도 개편은 지역 조직을 더 약화시킬 수 있다는 경고로 읽힌다.
당헌·당규 개정 추진 시점도 논란의 대상이다. 대통령이 해외 순방 중인 상황에서 여당 대표와 지도부가 중장기적인 당 체제 개편 논의에 착수한 것을 두고, 친명계 일각에서는 정무 감각이 부족하다는 불만이 나온다. 여당 대표는 대통령과의 상호 관계를 최우선에 둬야 한다는 시각과, 당 자율성을 중시하는 관점이 충돌하는 대목이다.
친명계 원외 최대 조직으로 알려진 더민주혁신회의가 전날 발표한 논평에서 의견수렴 방식, 절차적 정당성, 타이밍을 문제 삼은 것도 같은 연장선에서 해석되고 있다. 정청래 대표의 재선 가능성과 연계해 당권 장악을 위한 수순이 아니냐는 의심이 뿌리 깊게 깔려 있다는 지적도 뒤따른다.
친명계의 한 재선 의원은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대통령 주요 일정 때마다 여당 대표의 정무적 고민의 중심은 대통령과 상부적 관계여야 한다"며 "오비이락일 수도 있겠지만, 그런 부분에 대한 고민이 거의 없는 것 아닌가"라고 꼬집었다. 직접적인 공개 비판 대신 익명 발언을 통해 지도부를 견제하는 모습이다.
민주당 지도부는 예정된 절차를 강행한다는 입장이다. 민주당은 24일 당무위원회, 28일 중앙위원회를 각각 열어 1인 1표제 도입을 포함한 당헌·당규 개정안을 의결하겠다는 방침을 세워둔 상태다. 이 과정에서 특정 조항을 조정하거나 보완 장치를 추가하려는 시도가 나올 수 있지만, 당원 직선제를 확대하는 큰 방향은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당 안팎에서는 1인 1표제 논란이 당권 구도와 직결된 사안인 만큼, 향후 지도체제 개편과 차기 전당대회까지 적잖은 파장을 낳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민주당은 당무위와 중앙위를 거치며 제도 개편안을 확정하는 한편, 향후 전당대회와 공천 룰 논의를 병행하며 당내 갈등 최소화를 위한 추가 논의에 나설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