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 개인정보 보호의 시험대”…국감서 규제·제도 개선 논의 촉발
AI와 데이터 산업의 확산 속에서 개인정보 보호와 활용의 균형이 사회적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올해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잇따른 개인정보 유출 사고와 이에 대한 제도적 대응, AI 시대에 맞는 규제와 제도 설계가 집중 논의된다. 업계와 학계는 이번 감사를 '디지털 신뢰 경쟁'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본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개인정보위)는 14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감의 핵심 피감 기관으로, 디지털 사회 전환과 함께 법제 및 정책적 과제를 주도해왔다. 올해 국감에서는 기업들의 반복적인 개인정보 유출 현황, 과징금 처분 이후 이어지는 행정소송 증가, AI 활용을 둘러싼 허용 범위와 규제, 아동·청소년 개인정보 보호 실효성 문제 등이 네 축으로 다뤄진다.

최근 불법 소액결제 피해, 해킹에 의한 대규모 정보 유출 사건 등은 개인정보 보호의 현장 대응력을 점검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KT, 롯데카드처럼 피해 기업의 최고경영자와 경영진이 이번 증인 명단에 포함된 점은 이번 국감의 쟁점성을 보여준다. 개인정보위는 2020년 중앙행정기관 승격 이후 누적 2000억원에 이르는 과징금을 처분해왔으나, 과징금 고액 사례 절반 이상이 행정소송으로 연결되고 있다. 이처럼 ‘과징금→소송’ 패턴은 행정력 낭비와 사회적 비용을 유발하는 핵심 구조로 꾸준히 지적돼왔다. 올해 신설된 송무 전담팀만으로는 근본적 제도 개선에는 한계가 있다는 평가다.
AI와 데이터 산업의 경우, 개인정보 활용 허용 범위를 둘러싼 논쟁이 이어진다. 개인정보보호법이 과학·연구 등 공익 목적 활용을 제한적으로 허용하고 있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적용이 어렵다는 지적이 지속됐다. 개인정보위는 기술 개발 목적 특례 도입을 발표했으나, AI 기술 개발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어 공공 연구나 사회적 목적까지 포괄하지 못한다는 한계가 있다. 특히 글로벌 시장에서는 미국, 유럽 등 주요국이 연구·공공 목적 데이터 활용에 유연한 정책을 도입하는 가운데, 국내 규제 체계도 재정비 필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아동·청소년 개인정보 보호 역시 과제로 대두된다. 개인정보위가 2022년 기본계획을 발표하고 보호 연령 확대 및 동의 제도 보완을 예고했으나, 법제화는 일부 조항 확대에 그치고 있다. 디지털 환경에 노출된 미성년자의 특성을 반영한 별도 보호체계 마련이 요구된다는 목소리가 많다.
전문가들은 “AI와 데이터 활용의 파급력이 커질수록 개인정보 보호의 집행력과 정책 탄력성이 산업계 경쟁력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지적한다. 산업계는 개인정보 보호 제도의 개선이 실제 시장 환경을 따라잡을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기술과 윤리, 정책과 시장간의 정교한 균형이 앞으로 디지털 사회의 성장 조건이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