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소원 도입 필요 vs 분쟁 장기화 우려”…헌재·법원, 국회 토론회서 정면 충돌
재판소원을 둘러싼 사법기관 간 갈등이 국회 한복판에서 부딪혔다. 법원 재판을 헌법소원 대상에 포함하는 재판소원 제도 도입을 두고 헌법재판소와 법원이 명확히 다른 목소리를 내며 향후 입법 과정에서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더불어민주당과 범여권 법제사법위원들은 26일 국회에서 국민의 기본권 보장을 위한 재판소원제를 논한다 토론회를 열고, 헌법재판소와 법원 관계자들을 초청해 제도 도입 필요성과 파장을 놓고 논의를 진행했다. 재판소원은 법원의 재판을 헌법소원 심판 대상으로 삼는 제도로, 현행 헌법재판소법상 법원의 재판은 헌법소원 대상에서 제외돼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사법개혁의 한 축으로 이 제도 도입을 추진 중이다.

헌법재판소 측은 재판소원이 국민 기본권 보호의 사각지대를 메우고 헌법해석의 통일을 확보하는 수단이라고 강조했다. 남상규 헌법재판소 선임헌법연구관은 토론에서 헌법재판소 설립 이후 논의를 언급하며 "헌재 설립과 헌법소원제 도입 이래로 국민의 기본권 보장을 강화하기 위해 재판소원 도입이 필요하다는 폭넓은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고 말했다.
남상규 선임헌법연구관은 특히 법원과 헌법재판소의 해석 충돌 문제를 짚었다. 그는 "법원이 헌재와 다른 헌법해석을 해 재판하면 상이한 헌법해석이 병존하게 되고 헌법의 통일성을 저해해 법치국가의 기능장애로 이어진다"며 "재판소원을 도입함으로써 헌법해석의 통일은 헌법재판권을 가진 헌법재판소의 기능과 과제로 분배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강조했다.
제도 도입 시 사건 폭증과 업무 과부하 우려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남상규 선임헌법연구관은 "단지 현재 헌재의 인력이나 시설 현황만을 들어 밀려드는 사건을 감당하지 못할 것이라고 단정하고 국민 기본권 보장을 한층 더 강화하는 방안을 처음부터 포기하는 것은 적절한 접근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인력과 조직 보강을 통한 대응이 전제돼야 한다는 취지다.
반면 법원은 재판소원이 당사자의 권리구제를 늦추고 사법절차를 복잡하게 만든다며 제도 도입에 선을 그었다. 안승훈 서울고등법원 판사는 "재판소원 제도 도입으로 승소한 당사자의 헌법상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가 제한된다"며 "양쪽 당사자 모두 분쟁의 장기화와 재판비용 증가로 인한 부담을 떠안게 된다"고 주장했다. 상급심에 더해 헌법소원 절차까지 거쳐야 하는 구조가 권리구제의 실효성을 떨어뜨린다는 논리다.
사법기관 구성 방식과 민주적 정당성 문제도 제기됐다. 안승훈 판사는 "대법원의 경우 대법원장과 대법관 전원에 대해 국회 동의를 받아 대통령이 임명한다"며 "헌재의 경우 대통령과 대법원장이 지명하는 각 3인의 헌법재판관은 국회가 그 구성에 참여하지 않아 상대적으로 대법원의 구성에 비해 민주적 정당성이 높지 않다"고 말했다. 법원 재판을 헌법재판소가 다시 심사하는 구조를 두기 위해서는 기관 간 민주적 책임성도 함께 따져야 한다는 취지다.
재판소원의 헌법적 근거를 둘러싼 쟁점도 부각됐다. 안승훈 판사는 "재판소원 제도 도입 결정은 헌법에서 먼저 확정적으로 선언해야 하는 헌법 사항이지 그 도입 여부를 법률에서 판단해 정할 수 있는 법률 사항이 아니다"라며 "그렇지 않다고 보면 대한민국 헌법은 사실상 존재 이유를 상실한다"고 주장했다. 헌법 개정 없이 단순 법률 개정만으로 재판소원을 도입하는 것은 헌정 질서를 흔들 수 있다는 우려다.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범여권은 사법개혁 과정에서 고법과 대법원 판결에 의한 인권 침해를 통제할 수단으로 재판소원을 거론해 왔다. 그러나 법원 조직 내부의 반발이 거센 데다, 헌법 개정 필요성 여부를 두고도 학계와 법조계 의견이 갈려 있어 제도 도입까지는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정치권에선 재판소원 논쟁이 헌법재판소와 대법원 간 권한 배분, 사법부 견제 구조, 국회의 인사권 행사 범위 등 민감한 사법·정치 현안을 한데 묶어 흔들 수 있는 사안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과 범여권은 향후 추가 공청회와 입법 공론화를 예고한 상태이며, 국회는 관련 법안과 헌법 해석 논쟁을 두고 다음 회기에서 보다 본격적인 논의에 나설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