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번 접는 AI 폰 시대”…삼성, 갤럭시 Z 트라이폴드 공개로 폼팩터 경쟁 재점화
2번 접는 3단 폴더블 스마트폰이 본격적으로 시장에 나온다. 삼성전자가 첫 트라이폴딩 구조 상용 제품인 갤럭시 Z 트라이폴드를 공개하며 폴더블 폼팩터 경쟁의 새 국면을 연다. 태블릿급 대화면과 바 타입 수준의 휴대성을 동시에 내세우고, 모바일 인공지능 기능과 결합해 프리미엄 업무·콘텐츠 소비 기기로 포지셔닝한 전략이어서 글로벌 스마트폰 수요 둔화 국면에서 어떤 돌파구를 만들지 주목된다.
삼성전자는 2일 3단 폴더블 스마트폰 갤럭시 Z 트라이폴드를 공식 공개했다. 2019년 첫 갤럭시 폴드 출시 후 축적한 폴더블 디스플레이와 힌지, 소재 엔지니어링 기술을 집약한 제품으로, 국내에는 12일 출시된다. 펼쳤을 때 화면 크기는 253밀리미터, 약 10형 수준으로 태블릿급에 가깝고, 접었을 때는 갤럭시 Z 폴드7과 같은 164.8밀리미터, 약 6.5형 바 타입 화면을 제공한다. 가격은 16기가바이트 메모리와 512기가바이트 저장용량 단일 구성이며 359만400원으로 책정됐다.

핵심 구조는 화면 양쪽을 모두 안쪽으로 접는 인폴딩 방식이다. 두 번 접히는 구조에서 가장 민감한 부분인 메인 디스플레이 보호를 위해 양쪽 패널이 안으로 수납되도록 설계해 외부 충격과 긁힘 가능성을 줄였다. 접는 과정에서 힌지나 패널 구동 이상이 감지될 경우 화면 알림과 진동으로 사용자에게 즉시 알려주는 자동 알람 기능도 새로 넣어 구조 복잡도 증가에 따른 리스크를 관리했다.
두께는 접었을 때 12.9밀리미터, 펼쳤을 때 가장 얇은 부위 기준 3.9밀리미터로 공개됐다. 지난해 출시된 갤럭시 Z 폴드6의 접었을 때 두께가 12.1밀리미터, 폴드5가 13.4밀리미터였던 점을 고려하면, 패널이 한 장 더 들어간 구조임에도 각 면을 극단적으로 얇게 깎아낸 셈이다. 폼팩터 변화에 따라 무게 증가는 불가피하지만, 체감 두께와 그립감을 통해 폴더블 특유의 ‘벽돌폰’ 인식을 완화하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구동 성능 측면에서는 갤럭시용 스냅드래곤 8 엘리트 모바일 플랫폼을 탑재했다. 퀄컴의 최신 상위급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로, 복수 화면에서 동시에 앱을 돌리는 멀티태스킹과 고해상도 영상·게임 구동을 버티는 연산 성능을 확보했다. 카메라는 2억 화소 광각 카메라를 채택해 접사부터 고배율 촬영까지 전문가급 사진 경험을 내세운다. 대화면 폼팩터 특성상 콘텐츠 제작과 편집 수요를 의식한 구성에 가깝다.
3단 구조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인 배터리는 5600밀리암페어시 용량으로, 역대 갤럭시 폴더블 시리즈 가운데 가장 크다. 패널 3개에 각각 3셀 배터리를 배치하는 구조를 채택해 전력 공급을 균형 있게 분산했고, 최대 45와트 유선 초고속 충전을 지원한다. 화면 면적 확대에 따라 소비 전력이 커지는 만큼, 배터리 구성을 입체적으로 재설계한 것이 특징이다.
삼성전자는 폼팩터의 내구성과 신뢰성을 보호하기 위해 새로운 힌지 시스템을 도입했다. 갤럭시 Z 트라이폴드는 트라이폴딩 구조에 맞게 설계된 아머 플렉스힌지와 티타늄 소재 힌지를 적용했다. 좌우 힌지는 듀얼 레일 구조로 구성돼 디스플레이를 일정한 속도로 부드럽게 접고 펼칠 수 있도록 했고, 완전히 펼쳤을 때는 각 패널의 무게를 균일하게 분산해 장시간 사용에도 특정 부위에 하중이 집중되지 않도록 설계했다.
외부 보호 소재도 고급화했다. 힌지 하우징에는 티타늄을 사용해 반복 개폐 시 마모와 변형 위험을 낮췄고, 프레임은 어드밴스드 아머 알루미늄을 적용했다. 전면 커버에는 코닝 고릴라 글라스 세라믹을, 후면에는 특수 배합 유리섬유 합성 신소재를 사용해 충격과 뒤틀림에 대한 강도를 높였다. 폼팩터 복잡도가 올라가는 만큼, 소재 단계에서 내구성 레벨을 끌어올리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품질 관리를 위한 제조 공정도 고도화했다. 삼성전자는 본체와 디스플레이를 접착하기 전 부품 전체에 대해 CT 단층 촬영 검사를 실시해 내부 결함을 사전에 검출하는 프로세스를 도입했다. 또 외관 균일도를 확보하기 위해 레이저 스캔 공정을 추가해 미세한 표면 편차까지 점검한다. 초기 폴더블 세대에서 불거졌던 주름, 이물질 유입, 접힘부 균열 문제를 제조 단계에서 최대한 줄이려는 접근으로 볼 수 있다.
새로운 폼팩터를 겨냥한 소프트웨어와 AI 경험도 확대했다. 갤럭시 Z 트라이폴드는 완전히 펼쳤을 때 최대 3개의 앱을 나란히 띄울 수 있는 멀티 윈도우 기능을 제공하며, 각 앱의 창 크기를 자유롭게 조정할 수 있다. 스마트폰 3대를 동시에 사용하는 것에 가까운 멀티태스킹 환경을 구현하겠다는 목표다. 우측 하단 태스크바에는 최근 사용 앱을 빠르게 불러오는 인터페이스를 배치해, 업무용 문서·메신저·영상 회의 앱 등 자주 쓰는 앱 간 전환 시간을 줄였다.
갤럭시 AI 기능도 대화면에 맞게 최적화했다. 삼성 인터넷 앱에서는 원본 웹 콘텐츠와 AI가 생성한 요약·번역 결과를 한 화면에 나란히 표기해, 정보 탐색과 이해 과정을 동시에 처리할 수 있도록 했다. 삼성 헬스 앱 역시 심박, 수면, 운동 기록 등 다양한 건강 정보를 넓은 화면에 직관적 레이아웃으로 배치해 데이터 해석 편의성을 높였다.
구글의 멀티모달 AI인 제미나이 라이브와의 연동도 강화됐다. 사용자는 텍스트뿐 아니라 연산, 이미지, 카메라 영상 등 다양한 형태의 정보를 동시에 AI에 전달하고 실시간으로 설명이나 제안을 받을 수 있다. 예를 들어 회의 중 화면 공유 장면을 제미나이 라이브에 보여주며 회의 요약이나 액션 아이템 정리를 요청하는 식의 활용 시나리오가 가능하다. 대화면과 카메라, AI 기능이 결합된 새로운 모바일 업무 도구로의 진화를 노린 구도다.
삼성전자는 갤럭시 스마트폰 최초로 태블릿 버전 삼성 덱스를 트라이폴드에 탑재했다. 사용자는 별도 모니터 연결 없이 빠른 설정 화면에서 덱스를 실행해 PC 유사 환경을 구축할 수 있다. 최대 4개까지 가상 작업 공간을 만들 수 있으며, 각 공간마다 최대 5개 앱을 동시에 실행할 수 있다. 회의 자료 편집, 메신저 대화, 온라인 쇼핑 등 서로 다른 작업을 공간별로 나눠두고 자유롭게 넘나드는 형태의 워크플로 구성이 가능한 셈이다.
외부 확장성도 유지했다. 갤럭시 Z 트라이폴드는 듀얼 스크린 기능을 지원해 무선으로 외부 모니터와 연결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노트북 대체를 겨냥한 생산성 특화 환경을 구축할 수 있다. 특히 플랫폼 병행 사용이 늘어나는 업무 패턴에서, 스마트폰 하나로 모바일·데스크톱 모드를 넘나드는 경험을 제공하겠다는 전략과 맞닿는다.
시장 출시 전략은 한국을 교두보로 한 순차 글로벌 론칭 방식이다. 12일 국내 출시를 시작으로 중국, 대만, 싱가포르, 아랍에미리트, 미국 등 주요 시장에 차례로 선보일 계획이다. 국내에서는 삼성닷컴과 삼성 강남을 포함한 전국 20개 매장에서 판매하며, 정식 출시 전인 9일부터 같은 매장에 체험 공간을 열어 폼팩터 체험을 유도한다. 초고가 제품인 만큼 오프라인 경험을 통해 사용성을 직접 확인하도록 하는 전략으로 보인다.
이번 트라이폴드는 16기가바이트 메모리와 512기가바이트 스토리지, 크래프티드 블랙 단일 색상으로 출시된다. 폼팩터 다양화보다는 완성도와 공급망 안정성에 초점을 맞춘 구성이다. 폴더블 시장이 아직 틈새 고가 세그먼트라는 점을 고려하면, 초기에는 얼리어답터와 생산성 중시 전문직, 크리에이터 계층을 중심으로 수요 타깃을 정한 것으로 해석된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중국 제조사를 중심으로 롤러블, 듀얼 스크린 등 다양한 차세대 폼팩터 연구가 진행 중이지만, 삼성은 3단 인폴딩이라는 방향성을 택했다. 기존 갤럭시 폴드 시리즈와 앱 생태계, 덱스, AI 기능을 연속성 있게 확장하는 전략이어서, 완전히 새로운 운영체제나 앱 구조를 요구하는 시도보다 위험이 낮다. 대신 가격이 높은 만큼 실제 판매량과 사용자 만족도, 내구성 데이터가 향후 트라이폴딩 폼팩터의 표준화 여부를 가를 변수로 떠오를 전망이다.
노태문 삼성전자 사장은 갤럭시 Z 트라이폴드를 두고 모바일 경험의 미래를 선도할 제품이라고 강조했다. 새로운 폼팩터 분야에서 쌓아온 리더십을 바탕으로 생산성과 휴대성의 균형을 구현한 기기이며, 업무와 창의성, 연결성 등 전반적인 모바일 경험을 확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산업계는 이번 제품이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의 정체를 넘어, 폴더블이 주류 플랫폼으로 안착하는 신호탄이 될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