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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DDX 사업 특정 기업에 유리"…HD현대중공업 노조, 이재명 발언 이후 고용불안 경고

조수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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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산 조선 대형 사업을 둘러싸고 고용 문제와 공정성 논란이 겹치며 정치권과 노동계가 맞붙었다. 한국형 차기 구축함 KDDX 사업 방식을 두고 정부와 방위사업청 결정이 임박한 가운데, HD현대중공업 노동조합이 특정 기업에 유리하게 기울었다는 의혹까지 제기하며 정국 파장이 커지고 있다.

 

HD현대중공업 노동조합은 11일 소식지를 통해 최근 방위사업청이 추진 중인 KDDX 사업과 관련해 정부 정책 방향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노조는 "최근 정부와 방위사업청의 한국형 차기 구축함 KDDX 사업 추진 방식이 잇따라 흔들리면서 조선산업 노동자의 고용 불안이 극심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특히 사업 추진 과정에서 공정성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노조는 "'과거의 불법'과 '오늘의 노동자 생존권'이 구분 없이 뒤엉킨 채 정책적 혼란이 계속되고 있으며, 그 과정에서 특정 기업에만 유리한 방향으로 기울어지는 것처럼 보인다"고 밝혔다. 조선소 현장 노동자의 고용과 생계를 둘러싼 불신이 방산 정책 논란과 맞물리고 있다는 취지다.

 

노조의 이번 입장 표명은 이재명 대통령 발언 이후 속도가 붙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재명 대통령은 5일 충청남도 천안에서 열린 타운홀미팅 행사에서 방산·군수 비리를 근절해달라는 참석자 요청에 대해 "군사기밀을 빼돌려서 처벌받은 곳에다가 수의계약을 주느니 하는 이상한 소리를 하고 있던데 그런 것 잘 체크하라"고 방위사업청에 주문했다.

 

업계에서는 이 발언이 과거 기밀 유출 사건으로 보안 감점을 받았던 HD현대중공업을 겨냥한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이 논란은 즉각 조선업계 전반의 긴장감으로 번졌다.

 

실제 HD현대중공업 임직원 등 9명은 KDDX 사업 관련 개념설계 등 군사기밀을 촬영해 유출한 혐의로 재판을 받았다. 이 가운데 8명은 2022년 11월, 나머지 1명은 2023년 12월 유죄 확정판결을 받았다. 이 전력이 입찰 과정에서 보안 평가와 수의계약 적정성 논란으로 재차 부각되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HD현대중공업 노조는 과거 사건과 현장 노동자의 책임은 분리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조는 "이미 사법기관의 판단과 처벌로 종결된 사안이며 현대중공업 노동자들은 과거 불법 문제와 무관하게 대한민국 조선산업의 기술과 품질을 지켜내고 있다"고 했다. 이어 "고용 불안에 단호하게 대처하겠다"고 밝히며 향후 추가 행동 가능성도 내비쳤다.

 

KDDX 사업은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이 수주 경쟁을 벌이고 있다. 차세대 구축함 설계와 건조를 맡는 대형 방산 사업인 만큼, 어느 조선사가 주도권을 쥐느냐에 따라 수년간의 물량과 고용 구조가 좌우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상황이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이재명 대통령 발언이 방위사업청의 사업 방식 결정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수의계약 여부, 경쟁입찰 유지, 공동설계 채택 등 방식에 따라 개별 기업의 유불리가 크게 엇갈릴 수 있어, 대통령 발언이 사실상 방향성을 제시한 것 아니냐는 논쟁도 이어지고 있다.

 

방위사업청은 오는 22일 방위사업추진위원회를 열고 KDDX 사업을 수의계약, 경쟁입찰, 공동설계 가운데 어떤 방식으로 추진할지 최종 사업계획을 정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수의계약이 채택될 경우 특정 조선사에 사업이 집중될 수 있고, 경쟁입찰 또는 공동설계 방식이 선택될 경우 양사 참여 구조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점에서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한편 조선업계에서는 방산 정책의 일관성과 절차적 투명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대통령실과 방위사업청이 보안 문제와 공정 경쟁 원칙을 강조하는 가운데, 노동계는 고용 안정과 지역경제 파장을 거론하며 반발하는 구도다.

 

국방부와 방위사업청이 22일 방위사업추진위원회에서 어떤 결론을 내리느냐에 따라 향후 KDDX 사업 구도와 조선산업 고용지형, 더 나아가 방산 정책 전반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정치권은 KDDX 사업 방식을 둘러싼 공방을 이어가며 향후 국회 국방위원회와 예산 심사 과정에서 관련 쟁점을 다시 쟁점화할 가능성이 크다.

조수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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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d현대중공업노동조합#이재명대통령#kddx사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