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이치 주포 구속심사 포기"…김건희 공범 지목 이씨, 법원 단독 판단으로 향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의 이른바 주포로 지목된 이모씨와 김건희 여사를 둘러싼 수사가 다시 정국의 갈등 축으로 떠올랐다. 대통령 배우자를 향한 특검 수사와 핵심 공범으로 적시된 인물이 맞물리면서 정치권의 공방도 한층 거세질 전망이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씨 측은 이날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예정돼 있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에 출석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불출석사유서를 제출했다. 이에 따라 소병진 서울중앙지방법원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씨와 변호인, 특검팀을 직접 신문하지 않고 제출된 수사 기록과 증거만으로 구속 필요성을 판단할 예정이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전날 이씨에 대해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씨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에 관여한 혐의로 이미 재판을 받고 있는 김건희 여사의 공범으로 특검 수사에서 지목됐다.
특검에 따르면 김건희 여사는 2010년 10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에 가담해 약 8억1천만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돼 재판을 진행 중이다. 이씨는 이보다 앞선 1차 작전 시기인 2009년 12월 23일부터 2010년 10월 20일까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의 주포로 활동한 인물로, 김 여사의 증권사 계좌를 관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는 또 김건희 여사에게 건진법사 전성배씨를 소개한 인물로도 지목돼 있다. 전성배씨는 별도 혐의로 구속기소된 상태다. 특검팀은 이런 관계를 토대로 이씨가 주가조작 설계와 실행 과정에 깊숙이 관여했다고 보고 수사를 벌여왔다.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 7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김건희 여사 관련 재판에서는 김 여사와 이씨가 2012년 10월께 나눴던 카카오톡 메시지가 증거로 제출됐다. 이씨는 메시지에서 “난 진심으로 네가 걱정돼서 할 말 못 할 말 못하는데 내 이름을 다 노출하면 다 뭐가 돼. 김00이가 내 이름 알고 있어. 도이치는 손 떼기로 했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 여사는 “내가 더 비밀 지키고 싶은 사람이야 오히려”라고 답했다.
특검팀은 이 대화가 두 사람의 관계와 사건 인식, 주가조작 연루 정황을 보여주는 단서라고 보고 추가 수사에 참고하고 있다. 반면 변호인 측은 메시지의 맥락과 해석을 두고 법정 공방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은 애초 검찰 수사에서 이씨가 불기소 처분을 받으며 일단락되는 듯했다. 그러나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을 수사 중인 민중기 특검팀은 이씨가 차명 계좌를 통해 주가조작에 가담했다고 판단해 다시 수사에 착수했다. 이 같은 재수사는 기존 검찰 판단과 상반된 방향이어서 향후 검찰과 특검의 판단 차이를 둘러싼 논란도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씨는 지난달 17일 특검팀이 실시한 압수수색 과정에서 현장을 이탈해 도주했다. 이후 행방을 감췄다가 34일이 지난 20일 충청북도 충주시 국도변 휴게소 인근에서 검거됐다. 체포 전까지 장기 도주를 택한 행보는 도주의 우려를 판단하는 구속심사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법원은 이씨의 불출석 결정에도 불구하고 수사기록 검토를 통해 증거인멸 및 도주 우려, 혐의 소명 정도를 따져 영장 발부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이씨에 대한 구속 여부는 이르면 이날 늦은 오후쯤 나올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에서는 특검이 대통령 배우자의 공범으로 지목한 핵심 인물의 신병을 확보할 경우 수사 속도가 더욱 붙을 것이란 전망과 함께, 영장이 기각될 경우 특검 수사 동력에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교차하고 있다. 여야는 특검 수사 범위와 정당성, 수사 방식 등을 두고 이미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어, 영장 결과에 따라 공방 수위도 달라질 가능성이 크다.
앞으로 법원이 이씨의 구속 여부를 어떻게 판단하는지에 따라 김건희 여사 관련 재판과 특검 수사 향배도 상당 부분 좌우될 전망이다. 정치권은 특검 수사와 재판 경과를 놓고 정면 충돌 양상을 이어갈 것으로 보이며, 국회 역시 관련 현안 보고와 공방을 이어가며 정국 긴장도는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