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웹3 결합 두나무 품은 네이버, 디지털 금융 전면 재편 노린다
AI와 웹3 기반 블록체인 기술이 결합한 차세대 디지털 금융 구상이 본격화하고 있다. 네이버가 국내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를 품으면서, 검색과 쇼핑, 간편결제, 콘텐츠를 아우르는 초대형 플랫폼 위에 디지털 자산 인프라를 얹는 그림이 그려진다. 업계에서는 생활 밀착형 금융과 디지털 자산이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생태계가 구축될 경우, 국내 IT·금융 질서가 재편되는 분기점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반면 제도화와 규제 정비 속도에 따라 시장 안착 시점이 좌우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네이버파이낸셜은 내년 6월까지 두나무 지분을 100퍼센트 취득해 자회사로 편입하기로 했다. 두나무는 현재 네이버의 손자회사 지위에 있으며, 양사는 지난 26일 각각 이사회를 열고 포괄적 주식교환을 추진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이 거래가 마무리되면 네이버 플랫폼 안에서 검색, 쇼핑, 네이버페이, 마이데이터와 업비트 기반 디지털 자산 거래 및 커스터디 서비스가 하나의 기술 스택 위에서 연동되는 구조가 가능해진다.

기술적으로는 네이버가 쌓아온 대규모 인공지능 모델과 검색·추천 알고리즘, 대화형 에이전트 기술이 두나무의 블록체인·지갑 시스템 위에서 작동하는 형태다. 예를 들어 사용자가 자동차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나 스마트폰에서 AI 에이전트에게 음성으로 주문을 요청하면, 결제 단계에서 보유 코인 수익을 스테이블코인으로 자동 전환해 네이버페이와 연동하는 시나리오가 제시된다. 기존 신용카드·현금·포인트를 각각 관리하던 구조에 비해 결제 수단을 통합적으로 관리하면서, 디지털 자산 가격 변동까지 실시간 반영하는 점이 차별점으로 꼽힌다.
네이버가 준비 중인 에이전트N과 같은 AI 에이전트는 검색 히스토리, 쇼핑 패턴, 콘텐츠 이용 성향을 분석해 맞춤형 추천을 수행하고, 두나무의 블록체인 인프라는 이러한 추천 결과를 거래와 정산 단계까지 끌고 가는 역할을 맡는다. 예를 들어 등산화를 검색하면 AI가 개인 취향과 리뷰, 가격을 종합해 상품을 제안하고, 결제 즉시 정품 인증용 NFT 영수증이 네이버 통합 지갑에 자동 발급되는 식이다. 이 NFT는 제페토 등 메타버스 서비스에서 아바타 아이템 연동이나 중고 거래 시 진위 검증 수단으로도 활용하는 구조가 가능하다.
콘텐츠 분야에서는 네이버웹툰, 웹소설, 음악, 크리에이터 중심의 창작 생태계와 두나무의 토큰화·정산 기술이 결합한다. 창작자가 발행한 디지털 일러스트·굿즈를 이용자가 네이버 계정 기반 통합 지갑으로 구매하면, 복잡한 외부 지갑 연동 없이 구매와 소유권 등록이 동시에 처리되는 방식이다. 판매 건수, 1차·2차 거래에 따른 로열티 배분은 블록체인에 투명하게 기록돼 정산 지연과 불투명한 수익 배분 문제를 줄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업계에서는 디지털 굿즈가 창작자에게 반복적인 수익을 가져다주는 구조가 확산할 경우, 웹툰과 메타버스를 잇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등장할 수 있다고 본다.
시장성 측면에서 이른바 나무 동맹은 국내를 넘어 글로벌 핀테크·콘텐츠 시장을 동시에 겨냥하고 있다. 네이버는 이미 미국 포시마크, 스페인 왈라팝 등 해외 C2C 거래 플랫폼과 북미 중심의 커뮤니티 서비스 밴드, 출시 예정 SNS 싱스북, 해외 이용자 비율 90퍼센트대 제페토를 보유하고 있다. 여기에 두나무의 커스터디, 실물자산 토큰화, 정품 인증 NFT 기술을 접목하면, 글로벌 C2C 플랫폼에서 위조 방지를 위한 NFT 보증서, 디지털 자산 기반 소액 결제, 글로벌 이용자 대상 멀티 자산 지갑 서비스 등 다양한 응용 시나리오가 열릴 것으로 전망된다.
경쟁 구도에서 보면 전통 금융사와 국내 빅테크가 각각 부분적으로 추진해 온 마이데이터, 간편결제, 증권·가상자산 거래를 하나의 빅테크 플랫폼 안에서 수직 통합하려는 시도가 본격화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글로벌로는 구글페이, 애플페이, 아마존 결제, 메타의 디지털 월렛 등이 있지만, 검색과 쇼핑, 콘텐츠, 메타버스, 가상자산 거래까지 같은 그룹 내에서 유기적으로 연결한 사례는 찾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업계에서는 20조원대 몸값이 거론되는 핀테크 공룡이 탄생할 수 있다는 관측과 함께, 금융 규제와 소비자 보호 기준을 동시에 충족해야 하는 복합 과제가 경쟁력을 가를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는다.
규제와 정책 환경은 이번 빅딜의 최대 변수로 지목된다. 네이버파이낸셜은 공정거래위원회를 비롯해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신고·수리 절차를 거쳐야 하며, 향후 디지털자산 기본법과 스테이블코인 제도화 방향에 따라 사업 범위와 속도가 결정된다. 특히 가상자산을 결제 수단으로 활용하는 구조, 실물자산 토큰화, NFT 기반 정품 인증 시스템이 금융상품인지, 단순 데이터 인증인지에 대한 법적 해석에 따라 필요한 인가·등록 유형과 자본 요건이 달라질 수 있다.
해외에서는 유럽연합의 암호자산 규제 체계 미카, 미국의 스테이블코인 관련 입법 논의 등 디지털 자산 규율 논의가 진행 중이며, 각국 금융당국은 투자자 보호와 혁신 촉진 사이에서 균형점을 모색하는 단계다. 전문가들은 한국이 디지털 자산과 전자금융, 전자상거래 규제를 정교하게 정합시키면, 네이버·두나무 모델이 동아시아형 디지털 금융 레퍼런스로 작동할 여지도 있다고 본다. 반대로 규제 불확실성이 장기화하면 대규모 투자 계획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서비스 출시가 늦어질 가능성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네이버와 두나무는 향후 5년간 총 10조원 규모 투자를 예고하며 AI·웹3 인프라, GPU 센터, 보안, 스타트업 생태계 조성에 자본을 투입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해진 네이버 이사회 의장은 네이버의 AI 역량이 웹3와 결합해야 차세대 시장을 선점할 수 있다고 강조했고, 송치형 두나무 회장은 AI와 블록체인이 결합한 차세대 금융 인프라를 통해 지급결제를 넘어 생활 전반을 포괄하는 글로벌 플랫폼 질서를 만들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업계에서는 나무 동맹이 국내 IT·금융 판도를 뒤흔들 잠재력을 가졌다는 평가와 함께, 실제 이용자 경험에 녹아든 서비스로 구현되기까지는 제도 설계, 데이터 보호, 소비자 보호 체계 구축이 전제돼야 한다고 본다. 디지털 자산과 실물 경제, AI와 블록체인, 플랫폼과 규제의 정합성을 어떻게 맞추느냐가 향후 K핀테크 경쟁력을 좌우하는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산업계는 이번 빅딜이 기술 실험에 그치지 않고 실질적인 금융 혁신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주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