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16살 때부터 실험실 표본이었다”…아리아나 그란데, 외모 품평 문화에 다시 경고

배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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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시각 기준 29일, 미국(USA) 팝스타 아리아나 그란데가 인스타그램을 통해 외모 품평을 중단해 달라는 메시지를 재차 공개했다. 성장기 때부터 이어진 일상적 외형 평가가 남긴 상처를 털어놓으면서, 대중과 팬 문화 전반에 만연한 외모 중심 시선을 돌아보자는 요구가 다시 힘을 얻고 있다. 이번 호소는 ‘위키드: 포 굿’ 홍보로 노출이 늘어난 상황에서, 스타의 몸을 둘러싼 글로벌 여론에 제동을 거는 장면으로 받아들여진다.

 

그란데는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지난해 인터뷰 영상을 다시 올리며 “여러분에게 친근하게 상기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영상 속에서 그는 “나는 16∼17살 때부터 실험실 유리접시 속 표본이었다”고 표현하며, 10대 시절부터 얼굴과 몸, 메이크업 하나까지 대중의 분석 대상이 돼 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네 몸과 얼굴, 모든 것에 문제가 있다”는 말을 반복해서 들었다고 회상하며, “그런 말은 불편하고 끔찍한 일”이라고 단언했다.

아리아나 그란데 SNS
아리아나 그란데 SNS

그란데는 “우리는 타인의 외모나 건강 상태를 논평하는 일을 너무 편하게 여긴다”면서도, 바로 그 편안함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더 살쪘다’, ‘더 말랐다’는 말처럼 일상 대화로 소비되는 표현도 상황과 장소를 가리지 않고 폭력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타인의 몸을 가볍게 언급하는 문화에 제동을 걸었다. 그는 “그런 소음이 주는 압박감을 잘 안다. 그 압박은 17살 때부터 내 삶의 일부였다”고 말하면서, 이제는 그 압박을 더 이상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란데는 “나에겐 할 일이 있고, 살아갈 삶이 있고, 사랑할 친구들이 있다”고 강조하며, 외부 평가에서 거리를 두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자신을 지탱해주는 지원 체계가 있다는 점, “내가 아름답다는 사실을 알고 믿을 수 있다는 점이 행운”이라고 덧붙이며, 자기확신을 통해 버텨온 시간을 언급했다. 그러면서 외모 품평으로 고통받는 이들에게 “가능한 한 자기 삶 속 소음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라”고 조언했다. 그의 메시지는 타인의 말을 차단하는 선택이 회피가 아니라 생존 전략에 가깝다는 인식을 담고 있다.

 

그란데의 문제 제기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23년 4월 그는 틱톡에 약 3분짜리 영상을 올려 “여러분은 다른 사람이 어떤 고통을 겪는지 절대 알 수 없다”고 말하며, 사랑과 배려에서 나온 말처럼 보이는 조언조차 상대에게 또 하나의 압력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당시에도 그는 체중, 건강 상태, 정신적 어려움 등 개인적 경험이 외부의 추측과 댓글에 의해 왜곡된 과정을 비판했다.

 

최근 몇 년 사이 그란데를 둘러싼 시선은 더욱 복잡해졌다. 피부 톤, 메이크업 스타일, 마른 몸매를 둘러싼 각종 해석이 이어졌고, 일부에서는 특정 인종의 외형을 흉내 낸다는 거친 비판까지 나왔다. 같은 사진과 영상을 두고도 팬들 사이에서는 콘셉트 변화로 받아들이며 응원하는 반응과, 불편함을 표출하는 반응이 엇갈렸다. 그란데가 과거 인터뷰를 다시 꺼내 든 행보는, 이런 해석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적어도 외모 품평의 선은 분명히 그어야 한다는 신호로 읽힌다.

 

그란데의 메시지가 국제적으로 더 큰 공감을 얻는 배경에는 그의 커리어가 ‘보이는 직업’에 집중돼 있다는 점도 자리한다. 그는 2008년 브로드웨이 뮤지컬 무대에서 15세에 데뷔한 뒤 TV 시리즈를 거쳐 아이돌 스타로 부상했다. 2013년부터 정규 앨범을 연이어 발표하며 ‘The way’, ‘Bang Bang’, ‘Santa Tell Me’, ‘Dangerous Woman’, ‘thank u, next’, ‘7 rings’ 등 수많은 히트곡으로 글로벌 팝 아이콘으로 자리 잡았다. 최근에는 영화 ‘위키드: 포 굿’의 주연으로 스크린에 진출하며 배우로서 활동 영역을 넓히고 있다.

 

‘위키드: 포 굿’ 홍보 일정이 본격화되면서, 그란데는 각국 시사회와 프리미어 행사 레드카펫에 연이어 등장하고 있다. 붉은 카펫 위에서의 모습은 여전히 수많은 카메라와 댓글 속에서 실시간으로 해석되고 평가받는다. 그럼에도 그는 이번 메시지를 통해 작품 속 캐릭터, 음악, 연기 자체에 더 많은 관심을 두어달라고 주문하는 셈이다. 그의 발언은 스타의 신체를 상품처럼 소비하는 관행에 대한 거부 의사를 분명히 한 것으로도 해석된다.

 

미국(USA)와 유럽(Europe)을 중심으로 주요 매체들은 그간 유명인의 외모를 둘러싼 온라인 품평 문화가 정신 건강에 미치는 악영향을 여러 차례 짚어왔다. BBC와 CNN 등은 유사한 사안에서 체중과 외모에 대한 집착이 우울증, 섭식장애, 불안장애와 연결된다고 지적해 왔고, SNS 플랫폼 규제 강화와 표현 수위 조절을 둘러싼 논쟁도 이어지고 있다. 그란데의 목소리는 이런 논의 흐름 속에서, 당사자 입장에서 던지는 또 하나의 경고로 받아들여진다.

 

전문가들은 대형 팝스타이자 영화 주연 배우가 자신의 취약한 경험을 공개적으로 드러낸 이번 사례가, 연예 산업과 팬덤 문화에 일정한 자성을 촉발할 수 있다고 본다. 외모 중심의 평가가 여전히 강한 엔터테인먼트 시장 구조 속에서 그의 요구가 얼마나 실제 행동 변화로 이어질지는 미지수지만, 외형에 대한 온라인 품평 관행에 제동을 거는 상징적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국제사회는 이번 메시지가 디지털 시대의 말하기 방식과 팬 문화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주목하고 있다.

배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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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아나그란데#위키드포굿#팝스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