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사 후조치" 내세운 더불어민주당…통일교 금품의혹에 개혁동력 시험대
통일교 금품수수 의혹을 둘러싸고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맞붙었다. 통일교와 보수 정치권의 관계를 고리로 야권이 공세를 강화하던 국면에서 여권 인사 실명이 거론되자, 민주당은 수사 결과를 우선 지켜보겠다는 원칙론을 내세우며 방어에 나선 모습이다.
법조계에 따르면 윤영호 전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 세계본부장은 특검 수사 과정에서 전재수 해양수산부 장관과 임종성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금품을 건넸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통일교가 국민의힘뿐 아니라 민주당 인사에게도 접근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온 가운데, 구체적 이름과 금품거래 정황이 언급되면서 정치권 파장이 커지고 있다.

의혹이 불거지자 전재수 장관은 11일 입장문을 통해 "불법 금품수수가 없었다"고 선을 긋고 해양수산부 장관직 사의를 밝혔다. 그는 3선 현역 의원이자 당내 부산 지역구의 유일한 현역 의원으로, 내년 6월 지방선거에서 유력한 부산시장 후보로 거론돼 왔다.
임종성 전 의원도 연합뉴스 통화에서 "윤영호 전 본부장을 단독으로 만나본 적이 없다"고 밝혔다. 통일교와의 접점 자체를 부인하며 수사 과정에서 사실관계를 밝히겠다는 뜻을 내비친 셈이다.
언론 보도에서 함께 거론된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금품 수수 보도는 허위"라고 밝혔다. 이종석 국가정보원장 역시 "2022년 접촉 후 어떠한 교류도 없었다"고 반박했다. 통일교 관련 금품·접촉 의혹을 둘러싼 여권 핵심 인사들의 부인 입장이 연달아 나온 상황이다.
더불어민주당 지도부는 수사기관의 절차를 존중한다는 기조를 앞세우고 있다. 백승아 원내대변인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전 장관의 사의 표명과 관련해 "대통령이 엄정 수사를 지시했고, 특검도 사건을 경찰에 이첩했기에 수사 결과를 지켜보겠다"고 했다. 이어 "수사를 통해 진실이 드러날 것으로 본다"고 말해, 자진사퇴와 별개로 사법적 판단을 보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박수현 수석대변인도 라디오 인터뷰에서 신중론을 강조했다. 그는 "설만 나온 상황에서 본인이 어떤 책임을 져야 하는지 논평하기 이르다"고 했다. 또 "윤리감찰단 조사 지시도 할 수 없는 상황으로, 지켜보고 있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당 차원의 조사 착수보다는 수사기관 결과를 먼저 보겠다는 입장이다.
민주당은 공식적으로 '선수사 후조치' 원칙을 내걸었지만, 정치권 파장은 쉽게 가라앉지 않는 분위기다. 통일교 금품의혹 대상자로 이재명 대통령 측근 그룹으로 알려진 '7인회' 출신 임종성 전 의원과 3선 현역 전재수 장관이 언급되면서 충격이 커졌다는 평가가 내부에서 나온다.
당 일각에서는 친명계 인사의 통일교 금품수수 의혹 연루가 이재명 정부 국정운영 전반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통일교와 국민의힘의 정교유착 의혹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계엄 사태와 함께 민주당이 보수 진영을 압박하는 주요 소재였다. 그런데 같은 의혹에 여권 인사의 이름까지 오르면서 국민의힘에 역공의 명분을 제공했다는 분석이 뒤따른다.
특검이 여권 인사 연루 의혹에 대해 직접 수사를 이어가지 않고 사건을 경찰에 이첩한 점도 논란을 키우는 요소다. 수사 공정성과 정당성을 두고 진실공방이 예상돼, 통일교 의혹이 장기전 양상으로 비화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민주당이 윤석열 전 대통령 시절의 계엄 사태 등을 겨냥해 추진해온 '내란 청산' 개혁 드라이브에도 변수가 생겼다는 지적이 나온다. 통일교 문제를 고리로 국민의힘을 거세게 몰아붙이던 동력이 약화될 수 있어서다. 여권이 도덕성 논란에 휘말릴 경우, 보수 진영의 맞공세에 의해 국정 주도권이 흔들릴 수 있다는 관측도 함께 제기된다.
국민의힘은 금품거래 의혹에 친명계 인사가 포함됐다는 점을 부각하며 이재명 대통령 책임론을 제기할 태세다. 통일교 의혹이 정쟁의 새로운 불씨로 번지면서 여야가 정면 충돌하는 국면이 재연될 가능성이 커졌다는 평가가 정치권에서 나온다.
내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둔 선거 지형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전망이다. 특히 전재수 장관이 부산시장 후보로 자주 언급된 점을 감안해 민주당 내부에서는 영남권 민심 이탈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새어 나오고 있다. 한 초선 의원은 연합뉴스 통화에서 "과거에도 부산시장 선거에서 흐름을 빼앗기며 어려움을 겪은 바 있다"며 "영남권이 통째로 어려워지지 않을까 염려스럽다"고 말했다.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라디오에서 '이번 사안이 내년 지방선거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질문에 "아무래도 본능적으로 그런 생각이 들지 않겠나. 전 장관이 부산시장 후보로 자주 거론됐다"고 답했다. 다만 "예를 들어 전혀 사실이 아니라는 것이 밝혀지면 전 장관은 더 큰 정치인으로 성장할 기회가 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수사 결과에 따라 정치적 타격이 반전 기회로 바뀔 수 있다는 여지를 남긴 셈이다.
그러나 민주당으로서는 당장 취할 수 있는 뚜렷한 대응책을 찾지 못하는 분위기도 읽힌다. 한 당 관계자는 "수사 결과가 나와야 논란이 해소될 수 있다"고 말했다. 외부 특검 도입 문제를 두고도 당내 기류가 엇갈리는 가운데, 수사 방향에 사실상 정국 구도가 좌우되는 상황이 조성되고 있다.
일부 친명계 인사들은 국민의힘이 요구하는 특검 카드까지 테이블 위에 올려놓을 수 있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김영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국가수사본부에서 수사를 진행하고 필요성 여부에 대해서는 다시 한번 특검을 검토해봐도 되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치적 공격의 도구로 삼지 말고 객관적 사실을 밝혀내는 차원에서 검토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통일교 금품수수 의혹은 여권 인사 연루 여부, 특검 도입 논의, 지방선거 파장 문제를 한꺼번에 동반하며 정국을 흔들고 있다. 민주당은 수사 결과를 지켜보겠다는 태도를 유지하면서도 정치적 파급력을 예의 주시하고 있고, 국민의힘은 공격 수위를 높일 채비를 갖추는 모양새다. 여야가 통일교 문제를 둘러싼 공방을 이어가는 가운데, 국회는 향후 수사 경과와 별개로 특검 논의와 제도 개선 논의를 병행할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