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가산금리 규제 내년 시행”…민주당, 경찰관직무집행법도 상정하며 여야 필리버스터 격돌
은행 대출금리 규제를 둘러싼 여야의 충돌과 사법 개혁 법안을 둘러싼 장외전이 맞물리며 국회 본회의가 연일 격랑에 휩싸였다. 더불어민주당과 친여 성향 군소 야당이 은행법 개정안을 처리한 데 이어 경찰관직무집행법 개정안까지 상정하자, 국민의힘은 필리버스터로 맞서며 정면 충돌 양상을 보였다.
13일 국회 본회의에서는 국민의힘이 필리버스터를 진행하던 은행법 개정안이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종결 표결에 부쳐졌다. 필리버스터 종결안이 가결된 뒤 곧바로 진행된 은행법 개정안 표결에서 재석 171명 중 찬성 170명, 반대 1명으로 법안이 통과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표결에 참여하지 않았고, 더불어민주당 박홍배 의원이 유일한 반대표를 던졌다.

박홍배 의원은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개정 취지는 공감하지만, 그런 식으로 규정하는 것은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취지에는 동의하면서도 세부 규정 방식에 이견을 드러낸 셈이다.
은행법 개정안은 은행이 대출금리 산정 과정에서 은행법에 따른 지급준비금, 예금자보호법상 예금보험료, 서민금융진흥원 출연금 등 각종 부담 비용을 가산금리 형태로 대출금리에 반영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을 핵심으로 한다. 그동안 은행이 보험료 등 비용을 차주에게 전가해 수익자부담원칙을 위배하고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된 데 따른 조치다.
다만 신용보증기금과 기술보증기금 등 보증기금 출연금에 대해서는 출연료율의 50% 이하 범위에서 대출금리에 반영할 수 있도록 예외를 뒀다. 이와 함께 금융·보험사 교육세율 인상분 역시 대출금리에 전가하지 못하도록 규정해, 대출 수요자 보호 성격을 강화했다.
법안에 따르면 은행은 관련 규정 준수 여부를 연 2회 이상 자체 점검해 기록·관리해야 하며, 위반 시 행정제재를 받게 된다. 개정안은 법률 공포 6개월 뒤인 내년 6월경 시행될 예정이다. 실제 시중은행의 금리 운용 관행이 어떻게 바뀔지, 금융당국의 세부 지침과 감독 강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은행법 개정안 처리 직후 국회는 곧바로 경찰관직무집행법 개정안을 상정했다. 더불어민주당이 주도한 이 개정안은 접경 지역에서 대북 전단 등을 살포할 경우 경찰관이 직접 제지하거나 해산 조처를 할 수 있도록 경찰의 현장 권한을 명문화한 것이 골자다.
국민의힘은 경찰관직무집행법 개정안을 놓고도 필리버스터에 돌입했다. 국민의힘은 이 법안이 2일 국회를 통과한 항공안전법 개정안과 맞물려 대북전단 살포를 사실상 금지하는 효과를 낸다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항공안전법을 이미 '대북전단 살포금지법의 부활'이라고 규정한 바 있다.
법안 제안설명에 나선 더불어민주당 위성곤 의원은 "접경 지역 위험 행위로 야기될 수 있는 군사적·외교적 긴장을 현장에서 최소화해 국민의 안전과 공공질서를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라고 강조했다. 남북 군사적 긴장을 관리하고 주민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법적 근거라는 취지다.
첫 토론 주자로 나선 국민의힘 서범수 의원은 "김정은이 싫어하는 대북 전단 살포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다"며 "개별적이고 특수한 상황에 대한 조치를 법으로 규정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그는 표현의 자유와 대북 정보 유입의 필요성을 내세우며 입법 취지에 근본적인 문제를 제기했다.
앞서 국민의힘은 더불어민주당이 연내 사법 개혁 법안 처리를 강행할 것이라 보고, 이를 저지하기 위해 모든 법안에 대해 필리버스터를 추진하겠다는 방침을 세운 바 있다. 이 방침에 따라 정기국회 마지막 날인 9일에 이어 12월 임시국회 첫 본회의였던 11일부터 필리버스터를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은 본회의 다수 의석을 기반으로 필리버스터를 표결로 차단하며 법안 처리를 강행하고 있다. 여당은 사법 개혁과 민생 입법을 더 미룰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국민의힘은 야당 패싱과 일방 처리라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어 대치 국면이 장기화되고 있다.
정치권에선 현재 필리버스터 공방이 14일 낮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경찰관직무집행법 개정안이 처리된 뒤 일단락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이 21일부터 24일까지 본회의를 다시 열어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 등 사법 개혁 법안을 잇달아 처리하겠다는 방침이어서, 여야 간 입법 주도권을 둘러싼 충돌은 연말까지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국회는 향후 본회의에서 사법 개혁 법안, 안보 관련 법안 등을 두고 다시 치열한 공방을 벌일 것으로 보이며, 여야는 필리버스터와 표결 종결을 반복하는 소모전 양상에서도 물러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