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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케이블 교육콘텐츠 출판으로…KT HCN, 에듀테크 실험 나선다

오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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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케이블TV가 디지털 교육 시장을 겨냥한 새로운 콘텐츠 실험에 속도를 내고 있다. KTHCN이 서울대생들의 공부법을 다룬 지역채널 프로그램 스튜디오S를 단행본으로 출간하며 방송과 출판을 아우르는 에듀테크형 확장에 나섰다. 지역 기반 미디어가 학습 데이터와 교육 콘텐츠를 축적하는 플랫폼으로 전환될 수 있을지 업계의 관심이 쏠린다. 교육 스타트업과 대형 온라인 강의 플랫폼 중심으로 전개돼 온 디지털 교육 경쟁 구도에 전통 방송사가 새로운 변수로 떠오른다는 평가가 나온다.  

 

KTHCN은 지역채널 교육 콘텐츠 스튜디오S를 책 서울대 일타 선배들의 최상위 공부법으로 발간했다고 11일 밝혔다. 관악구를 기반으로 하는 KTHCN 지역채널이 서울대학교라는 지역 자산을 활용해 기획한 프로그램을 TV 방송을 넘어 출판으로까지 확장한 사례다. 지역 케이블 방송사가 자체 제작 교육 프로그램을 도서로 선보인 경우가 많지 않은 만큼, 전통 미디어의 콘텐츠 다각화 전략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스튜디오S는 서울대학교 재학생과 합격생을 섭외해 입시 준비 과정과 과목별 공부 전략, 생활 관리 노하우 등을 심층 인터뷰 형식으로 풀어내는 지역 교육 프로그램이다. 이번에 출간된 책에는 서울대 멘토 7인의 합격 스토리와 더불어 과목별 학습법, 장기간 실천 가능한 공부 루틴이 정리됐다. 방송에서 시간 제약으로 다루지 못한 세부 전략과 사례를 텍스트로 구조화해, 시청 경험을 반복 학습 가능한 형태로 재구성한 것이 특징이다.  

 

전통적으로 케이블TV의 교육 콘텐츠는 방영 시간에 맞춰 시청해야 하는 일회성 소비 패턴이 강했다. 스튜디오S의 출판 전환은 방송에서 검증된 콘텐츠를 책이라는 비선형 매체로 옮겨 학습자가 자신의 속도와 수준에 맞춰 재구성할 수 있게 했다는 점에서 차별화 포인트로 해석된다. 영상 중심의 에듀테크 서비스가 AI 기반 개인화 추천과 학습 분석 기능을 강화하는 흐름 속에서, KTHCN은 지역성과 신뢰도 높은 멘토의 실제 경험을 전면에 내세우는 전략을 택한 셈이다.  

 

시장 측면에서 지역 기반 교육 콘텐츠의 출판 확장은 장기적으로 데이터 축적과 플랫폼 전환을 위한 초석으로 볼 수 있다. 방송과 책을 통해 축적된 학습 사례, 학부모 요구, 지역 학교의 진로·진학 수요는 향후 AI 추천 알고리즘이나 디지털 학습 관리 시스템과 연계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대형 입시 플랫폼이 전국 단위 표준 커리큘럼을 제시하는 구조와 달리, 지역 채널은 특정 학군의 실제 진학 사례와 생활 환경을 반영한 맞춤형 콘텐츠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차별화 여지가 있다.  

 

KTHCN 제작진도 지역 연계성을 핵심 전략으로 내세우고 있다. 허승범 KTHCN 담당PD는 스튜디오S를 기반으로 권역 내 시청자와 직접 만나는 토크콘서트, 지역 학교와의 학습 워크숍, 멘토와 학생을 연결하는 프로젝트 등 오프라인 프로그램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방송과 출판, 대면 프로그램을 통합한 하이브리드 교육 모델을 통해 학생과 학부모, 지역 학교, 지자체를 잇는 교육 네트워크를 구축하겠다는 구상으로 읽힌다.  

 

글로벌 에듀테크 시장에서는 이미 온라인 강의와 출판, 오프라인 스쿨을 결합한 O2O 학습 모델 경쟁이 본격화된 상태다. 북미와 아시아에서는 온라인 학습 데이터를 기반으로 개인별 학습 경로를 추천하고, 이를 교재와 학원 수업에 맞춰 재구성하는 서비스가 등장했다. 이러한 흐름과 비교하면 KTHCN의 행보는 AI나 빅데이터 기술 도입보다는 지역 밀착형 콘텐츠와 채널 다각화에 방점이 찍혀 있다. 다만 방송과 출판, 오프라인 프로그램에서 수집되는 학습 패턴과 피드백이 축적될 경우, 향후 AI 튜터나 디지털 학습 관리 솔루션으로 확장될 여지는 열려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책·규제 측면에서 보면 현재로서는 방송 콘텐츠의 출판 전환이 별도 인허가 대상은 아니지만, 향후 학습자 데이터 수집과 분석 기능이 결합될 경우 개인정보 보호와 교육 데이터 활용 기준이 핵심 이슈가 될 수 있다. 교육당국과 방송통신 관련 규제기관이 추진 중인 디지털 교육 인프라 고도화 정책과 연계될 경우, 지역 케이블채널의 역할이 공교육 보완 플랫폼으로 재정의될 여지도 거론된다.  

 

교육 업계 관계자들은 지역 케이블사의 이번 시도가 단기적 성과보다는 장기적인 플랫폼 전환을 염두에 둔 행보로 보고 있다. 한 교육 콘텐츠 기획 전문가는 지역 기반 학습 사례를 체계적으로 축적해 교재와 프로그램으로 재가공할 수 있다면, 대형 온라인 강의 플랫폼과는 다른 형태의 정밀 교육 서비스로 발전할 가능성도 있다고 진단했다.  

 

전통 미디어인 지역 케이블 방송사가 디지털 전환의 한 축으로 교육을 택한 가운데, 스튜디오S의 출판과 후속 프로그램이 실제 학부모와 학생에게 체감될 성과를 만들 수 있을지가 관전 포인트로 떠오르고 있다. 산업계는 이번 모델이 지역 미디어의 새로운 수익원으로 안착할지, 나아가 에듀테크 생태계와의 본격적인 융합으로 이어질지 주시하고 있다.

오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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