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성폭행 혐의로 징역 17년”…JMS 정명석 저서, 국립·대학 도서관에 여전히 비치

강다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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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신도 성폭행 혐의로 징역 17년형이 확정된 기독교선복음교회(JMS) 정명석 총재의 저서가 국립 도서관과 주요 대학 도서관에 여전히 비치돼 있는 사실이 알려지며 논란이 커지고 있다. 성범죄로 중형을 선고받은 인물의 종교 서적이 ‘기독교 수양’ 등 일반 주제로 분류돼 있어, 피해자 보호와 표현의 자유 사이 기준을 둘러싼 논의가 제기되는 상황이다.  

 

19일 투데이코리아 보도에 따르면 국립중앙도서관과 국립세종도서관 등 일부 국립 도서관에는 정명석이 집필한 책과 JMS 신도로 추정되는 인물이 설교를 모아 엮은 ‘설교말씀 생각노트’ 등이 비치돼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SBS ‘그것이 알고 싶다’
SBS ‘그것이 알고 싶다’

국립중앙도서관 홈페이지 검색 결과, 정명석이 저자로 등록된 ‘영감의 시 : 정명석 시집 II’, ‘정명석 목사의 아가페 사랑’, ‘생명의 말씀 : 정명석 총재 설교 제2집(1998년 7월-1999년 3월)’ 등 다수 도서가 일반 열람 대상으로 분류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JMS 신도로 추정되는 인물이 정명석 설교를 묶어 펴낸 도서의 정보란에는 “감정이 말(言)을 걸어오다. 한글과 한자를 수족(手足)처럼 사용하며 언어적 유희(遊戱)를 자유롭게 펼치는 표현의 나래를 경험할 에세이집”이라는 홍보성 소개 문구가 그대로 적시돼 있어, 성범죄 전력이 있는 인물의 설교와 저작이 미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 뒤따르고 있다.  

 

대학 도서관에서도 비슷한 정황이 포착됐다. 서울대학교 중앙도서관에는 2018년 발간된 ‘(전쟁은 잔인했다) 사랑과 평화다 : 베트남전쟁 참전기 1966-1969’가 대출 가능 자료로 분류돼 있었고, 연세대학교 학술문화처 도서관에서도 정명석 저서 10여 권이 대여 가능한 상태로 검색된 것으로 전해졌다. 고려대학교 도서관 역시 다수의 저서를 소장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보도에 따르면 서울 및 경기권 주요 대학 약 10곳을 포함해 상당수 대학의 온라인 도서관에서 정명석의 책이 ‘기독교 수양’, ‘기독교’ 등 주제명으로 분류돼 일반 신앙·수양 서적과 동일한 방식으로 비치돼 있었다. JMS 관련 논란과 성범죄 판결 이후에도 별도의 경고 문구나 이용 제한 조치 없이 유지돼 온 셈이다.  

 

정명석은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나는 신이다 : 신이 배신한 사람들’에서 가해자로 지목된 인물로, 지난 2018년 2월부터 2021년 9월까지 충남 금산 수련원에서 홍콩·호주 국적 여신도들과 한국인 여신도를 대상으로 총 23차례 성폭행 또는 추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대법원 2부는 지난 1월 9일 준강간, 준유사강간 등으로 기소된 정명석의 상고심에서 징역 17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앞서 검찰은 2023년 11월 정명석에게 징역 30년을 구형했고, 같은 해 12월 1심 법원은 징역 23년을 선고했다. 이후 검찰과 정명석 측이 모두 항소해 2심에서 징역 17년으로 감형됐고, 이 형량이 그대로 확정됐다.  

 

1945년생인 정명석은 올해 만 79세로, 이번 형 확정으로 남은 생을 대부분 교도소에서 보낼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그는 과거에도 여신도 성폭행 혐의로 징역 10년을 선고받아 수감됐다가 2018년 2월 출소한 전력이 있다.  

 

성범죄 사건과 별개로, 정명석은 JMS 수련원 약수터 물에 병을 고치는 효능이 있는 것처럼 홍보하며 ‘월명수’라는 이름으로 판매해 20억 원 상당의 수익을 올린 혐의로도 재판에 넘겨졌다.  

 

전문가들은 도서관 자료 비치 자체는 출판물의 기록·보존이라는 공적 기능과 연결되지만, 종교 지도자이자 성범죄 전력이 명확한 인물의 저작이 아무런 설명 없이 신앙·수양 서적으로 분류돼 통상적인 종교 서적과 동일하게 취급되는 점은 별도의 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한 대학 도서관 관계자는 “법원의 최종 판단 이후에도 저자의 범죄 이력과 자료 이용 안내에 대한 내부 기준이 충분히 마련돼 있지 않은 경우가 많다”며 “삭제 여부뿐 아니라, 분류·열람 방식과 안내 문구를 어떻게 정비할지가 쟁점”이라고 설명했다.  

 

시민사회 일각에서는 성범죄 피해자가 다수인 사건에서 가해자의 설교집과 신앙서적이 공공 도서관과 대학 도서관에 ‘모범적인 신앙서’처럼 비치되는 것은 2차 피해를 유발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반면 일부에서는 공공기관이 특정 인물의 저작을 일괄 삭제하는 방식은 검열 논란을 불러올 수 있다며, 학술·비판 연구 목적의 열람은 보장하되 이용 등급이나 안내를 세분화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제안하고 있다.  

 

국립 도서관과 대학 도서관들은 아직까지 정명석 저서에 대한 일괄적인 조치나 지침을 내놓지 않은 상태다. 향후 도서관계와 종교·인권 단체를 중심으로 수서·분류 기준과 열람 안내를 재정비해야 한다는 논의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강다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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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석#jms#국립중앙도서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