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 특별수사관도 공무원" 주장했지만…법원, 연금 가처분 기각
특별검사 수사조직의 신분 문제를 둘러싸고 법원과 특검 보좌 인력이 맞붙었다.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을 수사하는 민중기 특별검사팀에 합류한 변호사 출신 특별수사관이 공무원연금 가입을 요구하며 소송을 제기했지만, 법원은 가처분 단계에서부터 공무원 지위를 인정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민중기 특별검사팀에서 특별수사관으로 일하고 있는 변호사 A씨는 공무원연금공단을 상대로 한 공무원연금 가입 거부 처분 취소 소송을 8월 말 서울행정법원에 제기했다. 앞서 A씨는 7월 공무원연금공단에 연금 가입을 신청했지만 공무원이 아니라는 이유로 거절 통보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지난 7월 14일 민중기 특별검사에 의해 특별수사관으로 임명됐다. 그는 특검법에 따라 특별수사관의 처우와 의무가 공무원을 기준으로 정해져 있는 만큼, 특검팀에서 근무하는 기간만큼은 공무원 신분이 인정돼야 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 활동 중인 기간을 공무원연금 가입 기간으로 합산해야 한다는 요구다.
공무원연금을 수령하려면 10년 이상 연금 가입 기간이 필요하다. 공직 경력이 있는 변호사 A씨의 경우 특검팀 근무 기간이 연금 가입 기간에 포함될 경우, 기존 공직 재직 기간과 합산해 연금 수령 요건 충족 여부가 달라질 수 있다. 검사나 경찰 등 원소속 기관에서 특검에 파견된 공무원 인력은 파견 기간이 공무원연금 가입 기간에 합산되는 점도 A씨 측이 근거로 삼은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서울행정법원은 A씨의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A씨는 본안 소송 판결 전까지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막기 위해 임시로 공무원 지위를 인정해달라며 가처분을 신청했지만, 재판부는 이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A씨를 공무원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특검법에 의해 임명된 특별수사관은 보수나 벌칙 적용에만 별정직 국가공무원의 예에 준하거나 공무원으로 의제될 뿐이며 국가공무원으로 보는 취지의 규정 또한 존재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공무원 신분을 전면적으로 부여하는 것이 아니라, 급여와 책임 범위에 한해 공무원과 유사하게 적용할 뿐이라는 취지다.
또 재판부는 국가공무원과 지방공무원이 경력직공무원과 특수경력직공무원으로 나뉘는데, 특검 특별수사관은 어느 범주에도 속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특검법상 특별수사관은 공무원연금법상 공무원 기준에도 부합하지 않는다"며 공무원연금 가입 자격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특검 제도의 근간을 훼손할 소지가 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공무원 지위를 인정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특검 제도의 입법 취지가 몰각된다거나 국가기능의 본질적 영역이 침해된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아울러 검사나 경찰 등 파견공무원과의 차별 문제와 관련해서도 "다른 파견공무원과 본질적으로 동일한 집단이라고 할 수도 없어 평등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법조계에서는 관련 개별 법률에 특검팀 특별수사관의 공무원 지위를 명시하는 규정이 없는 만큼, 변호사 출신 특별수사관이 공무원연금 수령 자격을 인정받기는 쉽지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국가공무원법, 지방공무원법, 공무원연금법에서 모두 특검 특별수사관을 공무원 범주에 포함시키지 않고 있어서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 수사를 진행 중인 만큼, 특검 조직 인력에 대한 법적 지위 논란은 향후 다른 특별수사관이나 파견 인력의 처우 문제로도 이어질 수 있다. 서울행정법원이 본안 소송에서 어떤 결론을 내리느냐에 따라 특검 관련 인력 운용 기준이 다시 논쟁거리가 될 여지도 있다.
서울행정법원 본안 심리는 향후 기일이 지정되는 대로 이어질 전망이다. 정치권과 법조계는 특검 조직의 신분과 처우를 둘러싼 논의 흐름을 예의주시하고 있으며, 정부는 관련 제도 정비 필요성에 대해 향후 검토에 나설 가능성이 거론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