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나노 지상낙하 이노스페이스 민간 우주 도전 시험대
한국 첫 민간 상업발사체가 우주 도달 전에 지상 낙하로 첫 임무를 마치면서, 국내 뉴스페이스 산업의 본격 개막은 숨 고르기에 들어가게 됐다. 다만 발사 30초 구간까지는 정상 비행을 수행하며 핵심 엔진 성능의 일부를 입증해, 확보된 비행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후속 개선과 재도전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정부 주도의 나로호와 누리호도 초기에 연속 실패를 겪은 만큼, 이번 사례를 민간 발사체 산업 성숙을 위한 필수 학습 과정으로 해석하는 분위기다.
이노스페이스는 23일 오전 10시13분 한국 시간 기준 브라질 알칸타라 우주센터에서 수행한 한빛나노 첫 상업발사 임무가 발사체 지상 낙하로 종료됐다고 밝혔다. 한빛나노는 점화 후 예정된 시각에 정상 이륙해 수직 비행 궤적에 진입했고, 25톤급 1단 하이브리드 로켓 엔진이 정상 점화돼 계획된 초기 비행 구간을 수행했다.

발사 후 약 30초가 지난 시점에서 기체 이상이 탐지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이노스페이스는 비행 중 예기치 못한 이상 신호가 포착되자 발사체를 지상 안전 구역 내로 낙하시켰다고 설명했다. 실시간 중계 영상에서는 한빛나노가 최대 동압 구간을 통과 중이라는 안내 직후 발사체 주변에서 거대한 화염이 관측됐으며, 이는 비상 종료 절차에 따른 충돌 및 파손 과정으로 해석된다.
최대 동압 구간은 대기 중에서 로켓이 받는 공기 저항과 동적 압력이 최대가 되는 지점으로, 구조적 설계와 비행제어 시스템 검증에 있어 가장 까다로운 단계다. 이 지점을 통과하려면 기체 강도, 진동 특성, 제어 알고리즘이 모두 적절히 조율돼야 하는데, 업계에서는 한빛나노가 이 환경을 견디는 과정에서 구조 혹은 제어 관련 이상이 발생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다만 구체적인 원인 규명은 비행 로그 데이터와 텔레메트리 분석이 끝난 이후에야 가능할 전망이다.
이노스페이스는 발사체가 설계된 지상 안전 구역 내에 낙하했으며 인명 피해나 추가 시설 피해는 없었다고 강조했다. 브라질 공군과 국제 기준에 따른 안전 체계를 사전에 설계한 대로 비상 절차를 가동했고, 이에 따라 임무를 조기 종료했다는 설명이다. 현재 회사는 수집한 비행 데이터를 정밀 분석하고 있으며, 결과를 향후 공개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번 발사까지의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이노스페이스는 최적의 기상과 장비 상태를 맞추기 위해 수차례 시점을 조정했다. 18일 첫 시도에서는 발사 직전 점검에서 1단 산화제 공급계 냉각장치 이상이 발견되며 일정이 미뤄졌다. 20일 두 번째 시도에서는 지상 전력 공급계 이슈로 중단됐다가 재개된 뒤, 2단 액체 메탄 탱크 배출 밸브의 간헐적 미작동이 확인돼 다시 발사가 중단됐다. 해당 부품은 예비품으로 교체를 완료한 상태였다.
재도전일이었던 23일 새벽에는 발사대 인근 시간당 3밀리미터 이상 강우 예보가 나오면서 최종 발사 시각이 오전 10시13분으로 재조정됐다. 소형 발사체는 기상 조건에 상대적으로 민감해 풍속, 강수, 대기 안정도 등 여러 요인을 고려해야 하며, 이러한 변수는 발사 윈도우 확보에 상시적인 제약 요인으로 작용한다.
한빛나노는 이노스페이스가 준비한 첫 상업 임무인 스페이스워드 프로젝트의 핵심 발사체였다. 계획대로라면 국내 민간 기업 최초로 고객 위성을 고도 약 300킬로미터, 경사각 40도의 지구 저궤도에 투입하고, 동시에 실험용 탑재체 임무를 수행해 상업 운용 능력을 입증하는 것이 목표였다.
이 발사체는 90킬로그램 이하 소형 위성을 겨냥해 설계됐다. 이노스페이스는 하이브리드 로켓 엔진을 기반으로 구조를 단순화하고 추진제를 상대적으로 안전한 형태로 구성해, 제작과 운용 단가를 낮추겠다는 전략을 제시해 왔다. 하이브리드 엔진은 고체 연료와 액체 산화제를 조합하는 방식으로, 전통적인 액체 엔진 대비 구조가 단순하고 저장 및 취급이 용이하다는 장점이 있다. 반면 연소 안정성과 추력 제어 정밀도 확보가 기술적 난제로 꼽힌다.
소형 위성 발사 시장은 통신, 지구 관측, 군사용 정찰, IoT 네트워크 등 수요 증가로 전 세계적으로 빠르게 성장 중이다. 기존 대형 발사체에 동승하는 보조 페이로드 방식은 발사 시점과 궤도 선택에서 제약이 커, 위성 사업자 입장에서는 전용 소형 발사체에 대한 수요가 높다. 이노스페이스는 한빛 시리즈를 통해 이 틈새를 공략해 정기 발사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청사진을 내놓았고, 이번 임무는 그 상업 모델을 실제 검증하는 첫 관문이었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소형 발사체 경쟁이 이미 치열하다. 스페이스X가 라이드셰어 프로그램을 통해 저렴한 발사 옵션을 제공하는 가운데, 로켓랩, 바이아 스페이스 등은 소형 발사체 전용 서비스를 내세우며 고객 맞춤형 궤도 투입을 경쟁력으로 삼고 있다. 국내 업체가 이 구도에 진입하려면 반복 발사를 통해 신뢰도와 시간 준수율을 입증하는 것이 핵심 과제로 꼽힌다.
한국 우주 개발은 그동안 나로호와 누리호 등 정부 주도 사업이 중심이었고, 이들 역시 초기 발사에서 연속적인 실패와 연기를 거쳤다. 이후 수년간 설계 개선, 시험 인프라 확충, 품질관리 체계 고도화를 통해 신뢰도를 확보하며 단계적 성공에 도달했다. 전문가들은 한빛나노 사례도 이와 유사하게 반복 시험과 설계 피드백을 통해 안정성을 높여가는 과정을 거칠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민간 발사체 산업은 아직 제도적 뒷받침과 시장 형성이 초입 단계에 머물러 있다. 발사 보험, 우주 잔해 책임, 해외 발사장 활용에 따른 양자·다자 협정, 발사체 기술 수출 규제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 이번 임무가 브라질 알칸타라 우주센터에서 이뤄진 것 역시, 국내 발사 인프라와 규제 환경만으로는 상업 발사 수요를 곧바로 소화하기 어렵다는 현실을 반영한다.
업계에서는 한빛나노 첫 상업 발사가 계획대로 고객 위성을 궤도에 올리지 못한 점을 아쉬운 결과로 평가하면서도, 실제 비행 데이터를 확보했다는 점에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비행 30초 구간에서 얻어진 엔진 성능, 구조 응답, 제어 시스템 동작 데이터는 지상 시험만으로는 얻기 어려운 정보로, 추후 설계 변경과 내구성 강화에 직접적으로 활용될 전망이다.
이노스페이스는 향후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설계와 운용 절차를 보완하고, 후속 발사 일정 수립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민간 발사 시장에 안착하려면 기술 신뢰성뿐 아니라 반복 발사 능력, 발사 주기 단축, 고객 맞춤 서비스 체계까지 종합 경쟁력이 요구된다. 산업계는 한빛나노의 첫 도전이 실패로 기록됐더라도, 이를 계기로 국내 민간 발사체 기술이 한 단계 성숙할 수 있을지, 그리고 한국 우주 산업이 정부 주도에서 민간 주도로 구조 전환을 이룰 수 있을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