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평 노선 바꾼 힘 어디서 왔나”…특검, 인수위 파견 공무원 첫 소환 조사
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을 둘러싼 정치적 충돌 지점에 민중기 특별검사팀과 윤석열 대통령 인수위원회가 맞붙었다. 김건희 여사 일가 토지 인근으로 종점이 움직였다는 의혹 속에, 특검 수사가 인수위로 직접 향하면서 정국 긴장이 다시 고조되고 있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2일 오전 10시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파견됐던 국토교통부 과장 김 모 씨를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 피의자로 소환해 조사했다. 김 과장이 특검에 출석한 것은 처음으로, 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 과정에서의 인수위 개입 여부를 둘러싼 첫 정면 조사가 이뤄진 셈이다.

특검팀은 김 과장이 2022년 3월께 서울∼양평고속도로 사업 실무진에게 김건희 여사 일가의 토지가 포함된 대안 노선을 검토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강상면 일대를 종점으로 하는 안을 검토하라는 취지의 지시가 있었는지, 그 배경에 인수위 차원의 문제 제기나 압력이 있었는지 집중 추궁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특검팀은 예비타당성조사 용역을 맡았던 업체와 접촉했던 국토부 서기관 김 모 씨를 조사했다. 당시 서기관 김 씨는 인수위에 파견된 국토부 관계자로부터 종점 변경 관련 연락을 받았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용역업체 관계자들도 2022년 4월 서기관 김 씨가 기존 예타안이 아닌 강상면 일대를 종점으로 살펴보라고 제안하면서 인수위를 언급했다고 진술했다고 특검은 전했다.
이 같은 진술을 토대로 특검팀은 국토부 과장 김 씨가 노선 변경 과정 전반에 깊숙이 관여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 10월 16일 국토부 미래전략담당관실, 부동산투자제도과 등 김 과장의 전·현 근무지와 주거지에 대해 압수수색을 진행하며 관련 문건과 전산 자료 확보에 나섰다.
특검은 용역업체 동해종합기술공사와 경동엔지니어링 관계자들을 지난달 26일과 이달 1일 연이어 불러 국토부 공무원들과의 구체적인 연락 경위, 노선 재검토 요구의 내용과 시점, 인수위 언급 여부 등을 추가로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통해 실무 라인을 거친 외압 경로와 지시 구조를 구체화하겠다는 구상으로 읽힌다.
수사 과정에서 특검팀은 김 과장이 수사에 대비해 증거를 없애려 한 정황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과장이 사용하던 PC의 저장장치를 교체하고, 휴대전화 자료를 삭제한 것으로 특검은 파악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증거인멸 혐의 가능성도 함께 들여다보고 있다. 디지털 포렌식 결과에 따라 혐의 범위와 책임 소재 논란이 더 커질 수 있는 대목이다.
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 의혹은 2023년 국토부가 서울∼양평고속도로 사업을 추진하면서, 이미 예비타당성조사까지 통과한 양서면 종점 원안 대신 김건희 여사 일가 소유 토지가 포함된 강상면 일대를 종점으로 하는 대안을 검토한 데서 불거졌다. 원안은 2021년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한 상태였지만, 국토부가 2023년 5월 강상면 종점 노선을 공식 검토 대상으로 올리면서 특혜 논란이 정치권 전면 이슈로 떠올랐다.
논란이 확산되자 원희룡 전 국토부 장관은 2023년 7월 서울∼양평고속도로 사업 백지화를 선언했다. 이후 여야는 특혜 의혹과 정치 공세를 놓고 거센 공방을 이어왔고, 국회 차원의 국정조사와 특별검사 도입 논의가 이어지며 사안은 정쟁의 한복판에 서게 됐다. 특검 출범 이후 원 전 장관은 압수수색영장에 피의자로 기재됐지만, 아직까지 특검 소환 조사는 받지 않은 상태다.
민중기 특검팀은 지난 7월 국토부와 한국도로공사 등을 압수수색한 뒤 5개월 넘게 관련 자료 분석과 관계자 조사를 이어오고 있다. 이번 인수위 파견 과장 소환을 기점으로, 향후 수사가 당시 인수위 실무 라인과 더 나아가 인수위 핵심 인사들로 확대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다만 구체적 외압 경로와 윗선 개입 정황이 객관적 증거로 확인돼야 하는 만큼, 수사 진전 속도와 파장은 아직 유동적이다.
정치권에선 특검이 인수위로 수사 범위를 넓힌 것을 두고 여야 해석이 크게 엇갈릴 전망이다. 여당은 과도한 정치 수사라며 방어에 나설 가능성이 크고, 야당은 권력형 특혜 의혹의 실체를 밝힐 전기라며 공세 수위를 높일 수 있다. 향후 원희룡 전 장관 및 당시 인수위 핵심 관계자 조사 여부에 따라 정국의 긴장도도 함께 높아질 수 있다는 관측이 뒤따르고 있다.
이날 특검팀은 김 과장 조사 결과를 토대로 추가 소환 조사와 통신·계좌 추적 범위를 검토할 방침이다. 국회는 양평고속도로 특혜 의혹과 특검 수사 상황을 두고 향후 회기에서도 치열한 공방을 이어갈 것으로 보이며, 정치권은 노선 변경을 둘러싼 책임 공방을 놓고 정면 충돌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