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졸속 강행 우려” 속 민주당 1인1표제 속도조절…중앙위 의결 12월 5일로 연기

최하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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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 방향을 둘러싼 내홍과 절차 논란이 겹치며 더불어민주당 지도부와 당내 우려 여론이 정면으로 맞붙었다. 대의원과 권리당원 표의 가치를 동등하게 맞추는 1인1표제를 도입하겠다는 개혁 드라이브가 속도조절 국면에 들어갔다는 평가가 뒤따랐다.

 

더불어민주당은 24일 국회에서 비공개 당무위원회를 열고 1인1표제 도입을 위한 당헌·당규 개정안을 중앙위원회에서 최종 의결하는 일정을 당초 11월 28일에서 12월 5일로 일주일 미루기로 했다. 제도 도입 방향에는 공감대가 형성됐지만, 준비 부족과 절차 정당성 논란이 제기되자 논의 시간을 더 확보하겠다는 판단이다.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사무총장은 당무위 종료 후 기자들과 만나 “1인1표제 도입과 관련해 당원들의 일부 우려가 있었기 때문에 이 제도를 어떻게 보완할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며 “이를 위해 중앙위 소집을 당초 11월 28일에서 12월 5일로 일주일 연기하는 안에 대해 동의했다”고 밝혔다.

 

1인1표제 도입을 위한 당헌·당규 개정안은 최고위원회의, 당무위원회, 중앙위원회 의결을 차례로 거쳐야 최종 확정된다. 개정안은 지난 21일 최고위에서 먼저 의결됐고, 이날 당무위에서도 안건이 처리됐다. 그러나 일부 당원과 지도부 내 일각에서 이견이 제기된 만큼, 최종 관문인 중앙위 결론을 미루고 보완 논의를 병행하기로 한 셈이다.

 

조 사무총장은 “공개든 비공개든 다른 의견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고, 서면이나 현장에서 의견을 내신 분도 있었다”며 “그런 것을 다 수용해서 좀 더 논의 시간을 갖자는 것을 정청래 대표가 수용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의원제를 보완하기 위한 태스크포스를 구성하기로 했고, 취약 지역에 대한 배려 조항을 이번 당헌·당규 개정안에서도 보완했다”며 “다만 구체성 등을 담아달라는 의견이 있어서 이를 수용할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비공개로 진행된 당무위에서는 개정안의 내용과 추진 절차를 두고 격한 토론이 이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제도 취지에는 동의하지만, 세부 보완책이 충분히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금주 안에 처리하는 방안은 ‘졸속 강행’이라는 비판이 당내에서 터져 나왔다.

 

토론 과정에서 김병기 원내대표는 중앙위를 연기하는 동시에 온·오프라인 회의를 통해 의견 참여와 토론을 병행하자는 의견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당원과 대의원, 지역 조직의 목소리를 보다 체계적으로 수렴해야 한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이언주 최고위원은 당무위에 앞서 열린 최고위원회의 공개 발언을 통해 절차와 지역 대표성 문제를 정면으로 제기했다. 그는 “1인1표제에 대한 찬반 문제라기보다는 절차의 정당성과 민주성 확보, 취약 지역에 대한 전략적 문제가 과소 대표되는 점 등이 논란의 핵심”이라며 “수십년간 운영해온 제도를 단 며칠 만에 밀어붙이기식으로 폐지하는 게 맞느냐”고 비판했다. 지도부 내에서도 개정 강행에 대한 우려와 견제 기류가 적지 않다는 점을 드러낸 대목으로 해석된다.

 

민주당은 오후에 당무위를 다시 열어 중앙위원회 일정을 다음 달 5일로 변경하는 안건을 재확인했다. 절차를 통해 연기 결정을 공식화함으로써 향후 열흘 남짓 동안 보완책을 마련하고 당내 여론을 추스르겠다는 계획이다.

 

정청래 대표는 당무위 발언을 통해 당원주권 강화를 위한 개정의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박수현 수석대변인에 따르면 정 대표는 “12·3 내란을 극복하고 이재명 정부가 출범하며 국민주권시대가 활짝 열렸고, 그에 맞춰 당도 당원주권 시대를 표방하며 몇년 간 끊임 없이 달려왔다”며 “약속을 실천하는 것은 정치인의 신뢰이고, 더 큰 대의는 이것이 시대적 과제라는 점”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정 대표는 또 “당헌·당규 개정에 대해 수많은 논의를 거쳐온 만큼 절차와 숙의를 거치지 않은 게 아니다”라고 강조하면서도 “다만 더 면밀하게 숙의 과정을 거치자는 의견으로 모아진 만큼 보완책을 마련하고 당원주권주의를 활짝 열길 바란다”고 했다. 제도 도입 방향은 유지하되, 충돌을 최소화하는 보완 논의에는 동의했다는 메시지로 읽힌다.

 

정 대표는 의원 대화방 등 내부 소통 창구를 언급하며 1인1표제 자체에 대한 조직적 반대는 없다고 주장했다. 박 수석대변인의 전언에 따르면 정 대표는 “제가 의원 대화방 등을 살펴봐도 1인 1표제에 대한 반대 의견은 없었다”며 “이는 만장일치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언급했다. 동시에 그는 전략 지역에 대한 보완책을 정리하겠다고 거듭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민주당의 1인1표제 도입 논의가 향후 공천 룰과 당내 권력 지형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권리당원 중심의 투표 비중이 커지면 기존 대의원 중심 구조가 변화하고, 특정 계파나 지역 기반에 유·불리가 발생할 수 있어서다. 취약 지역 배려 조항과 대의원제 보완 방향을 둘러싼 세부 설계가 당내 새 갈등 요인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민주당은 일단 중앙위 일정을 연기한 만큼, 태스크포스를 중심으로 대의원제 보완과 취약 지역 보호 장치를 구체화하는 데 주력할 전망이다. 당 지도부는 중앙위원회에서 개정안을 매듭짓겠다는 방침을 유지하고 있어, 내홍 수습과 제도 개혁 사이에서 어느 수준의 타협점을 찾을지 주목된다.

최하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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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정청래#1인1표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