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12·3 비상계엄 1년, 위기 뭉쳐서 넘자"…장동혁, 중진·재선 연쇄 회동

서윤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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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란 정당 공세를 둘러싼 여야 충돌이 거세지면서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위기 대응과 쇄신 방향을 놓고 논쟁이 달아오르고 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연일 의원 접촉면을 넓히며 결집 행보에 나선 가운데, 당 안팎에선 비상계엄 사과와 당명 개정,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거리두기 등 민감한 요구도 터져 나왔다.

 

국민의힘에 따르면 장동혁 대표는 11월 20일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당내 3선 의원들과 오찬 회동을 했다. 전날 4선 이상 중진 의원 10여 명과의 오찬에 이어 연이은 회동으로, 더불어민주당이 국민의힘을 겨냥해 내란 정당 프레임 공세에 나선 상황에서 대여 투쟁 전략을 놓고 의견을 모으기 위한 자리였다.

이날 3선 의원 오찬은 약 1시간가량 진행됐다. 회동에는 송언석 원내대표를 비롯해 김정재, 김석기, 김희정, 송석준, 이만희, 이철규, 임이자, 정점식, 추경호 의원 등 10명 안팎이 참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가운데 송언석 원내대표와 김정재, 이만희, 이철규 의원 등 4명은 국회 패스트트랙 충돌 사건 1심 선고를 앞두고 있고, 추경호 의원은 27일 국회 본회의에서 체포동의안 표결을 앞두고 있어, 여당의 내란 정당 공세 대응이 핵심 의제로 다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장 대표는 회동에서 12월 3일 비상계엄 선포 1년을 맞는 시점을 언급하며 당분간 거센 공방이 이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비공개 자리에서 "비상계엄 1년이 되는 12월 3일까지 어려운 싸움이 예상된다"며 "주말부터 전국을 돌며 이재명 정부의 만행을 알리는 계기를 갖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계엄 이슈를 둘러싼 공방이 여야 전면 대치로 번지는 가운데, 대여 공세를 통한 보수 지지층 결집 의지를 밝힌 셈이다.

 

한 참석자는 통화에서 "투쟁을 계속해 나갈 텐데 지도부가 힘을 좀 보태달라는 얘길 했다"고 전했다. 그는 "12·3 비상계엄 1년을 앞두고 여당 공세가 강화될 게 뻔한 상황에서 다 같이 뭉쳐서 이 위기를 잘 극복해보자고 했다"고 당시 분위기를 설명했다. 또 다른 참석자는 "패스트트랙 사건처럼 대여 투쟁에 앞장섰던 사람들만 매번 민주당의 타깃이 되는데, 그런 점에서 싸우는 사람을 대우하겠다고 말해온 장동혁 지도부에 더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고 전했다.

 

오찬 자리에서는 내년 지방선거를 겨냥한 전략도 언급된 것으로 알려졌다. 참석자들 사이에선 직능 단체들과의 정책 소통을 강화하고, 지역 민심과 직접 맞닿는 현안 중심으로 메시지를 재정비해야 한다는 주문이 이어졌다. 내란 정당 프레임 대응과 함께 지방선거 전략을 병행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다.

 

장 대표는 오후에는 재선 의원들과의 면담을 이어가며 당내 소통 폭을 넓혔다. 이날 면담에는 공부모임 대안과 책임 소속 권영진, 엄태영, 이성권, 조은희 의원이 참석해 약 1시간 동안 장 대표와 비공개로 의견을 나눴다. 이 자리에선 12·3 비상계엄 1년을 앞두고 국민의힘이 어떤 메시지를 내야 할지, 나아가 당의 정체성과 노선을 어떻게 재정비할지에 대한 문제의식이 집중 제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복수의 참석자에 따르면 이들은 장 대표에게 당의 분명한 입장 표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지방선거 승리를 위해선 강경 투쟁 일변도 이미지를 벗고 외연 확장에 도움이 되는 새로운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권영진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12·3 계엄 1년이 다가오고 공교롭게도 그날이 장 대표 취임 100일이 되는 날"이라며 "그날을 계기로 과거 집권여당 일원으로서 국민께 잘못했던 부분을 다시 한번 돌아보고 반성하고, 그 토대 위에서 더 많은 국민께 신뢰받는 정당으로 거듭나기 위한 고민을 말씀드렸다"고 말했다.

 

엄태영 의원은 비상계엄 사과와 당명 개정 요구가 있었는지 묻는 질문에 "모든 걸 다 했다"고 답했다. 그는 "우리 당이 변화와 혁신의 모습으로 국민께 다가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데 공감했다"고 전했다. 당의 강경 이미지와 계엄 책임 논란이 지방선거에서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는 만큼, 상징적 조치를 포함한 쇄신안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공유됐다는 의미다.

 

한 참석자는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단절 필요성도 제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 전 대통령 임기 말과 퇴임 이후 논란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계엄 이슈를 정리하고 국민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선 당이 일정 수준 거리두기를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다만 장 대표가 이에 대해 구체적 입장을 밝히진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장 대표는 재선 의원들의 쓴소리를 경청했다는 설명이다. 그는 "누구보다 많이 고민하고 많은 얘길 듣고 있다"며 "제안해 준 내용도 진지하게 고민해 해답을 드리겠다"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계엄 사과, 당명 개정,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관계 설정 등은 당내 역학과 지지층 반발을 고려해야 하는 사안인 만큼, 신중한 검토가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뒤따랐다.

 

당 안팎에서는 장 대표의 연쇄 회동을 놓고 평가가 엇갈린다. 한쪽에선 내란 정당 프레임에 맞선 대여 강경 대응을 위한 사전 정지 작업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 다른 한편에선 장 대표 취임 100일과 12·3 비상계엄 1년을 계기로 계엄 책임론, 보수 재편론,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관계 정립 등 구조적 문제를 한꺼번에 마주해야 하는 시험대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국민의힘 내부에서 계엄 사과와 당명 개정,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단절론이 동시에 언급된 것은 당내 위기감이 그만큼 고조돼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러나 강경 투쟁을 중시하는 세력과 외연 확장을 앞세우는 세력이 충돌할 경우 계파 갈등이 재부상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지방선거 공천을 둘러싼 이해관계까지 맞물리면 당내 역학 구도는 한층 복잡해질 전망이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당분간 의원 개별 면담과 계파를 넘는 간담회를 통해 계엄 관련 당론과 지방선거 전략을 다듬겠다는 구상이다. 국회는 12월 이후 본회의와 상임위원회를 중심으로 계엄 책임론, 내란 정당 공방, 선거제와 개헌 문제 등을 놓고 치열한 공방을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 정치권은 12·3 비상계엄 1년과 지방선거를 고리로 정면 충돌 양상으로 치달을 조짐을 보이고 있다.

서윤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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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동혁#국민의힘#비상계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