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윗선서 21그램 강력 추천"…김오진 전 국토부 차관 구속, 관저 이전 특혜 의혹 수사 급물살

허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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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저 이전 특혜 의혹을 둘러싸고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와 맞닿아 있는 정국 갈등이 다시 고조되고 있다. 관저 이전 실무를 총괄한 핵심 인사가 구속되면서, 특혜 의혹과 윗선 개입 여부를 둘러싼 공방이 한층 격렬해질 전망이다.  

 

서울중앙지법 이정재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12월 17일 김오진 전 국토교통부 차관과 대통령비서실 행정관 출신 황 모 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이 부장판사는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다"고 판단 근거를 밝혔다.  

김 전 차관과 황 씨에 대한 영장은 민중기 특별검사팀이 지난 11일 청구했다. 특검팀은 두 사람에게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건설산업기본법 위반,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사기 혐의를 적용했다. 이들은 종합건설업 면허가 없는 인테리어 업체 21그램이 대통령 관저 이전·증축 공사를 부당하게 수주하는 과정에 관여한 혐의를 받는다.  

 

사건의 발단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제20대 대통령선거에서 당선된 직후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청와대 대신 용산 국방부 청사로 집무실을 옮기고, 기존 외교부 장관공관을 대통령 관저로 사용하는 계획이 추진됐다. 이 과정에서 관저 이전과 증축 공사를 누구에게 맡길 것인지가 핵심 실무 현안으로 떠올랐다.  

 

김 전 차관은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청와대이전태스크포스 1분과장을 맡아 관저 이전 실무를 총괄했다. 이후 대통령비서실 관리비서관으로 자리를 옮기며 관련 업무를 계속 담당했다. 황 씨 역시 인수위 청와대이전TF 1분과 직원으로 근무하며 관저 이전 관련 실무에 관여했다.  

 

특검팀은 원래 다른 업체가 공사를 의뢰받았다가 2022년 5월께 대통령경호처가 돌연 공사업체를 21그램으로 교체한 경위를 주목하고 있다. 공공공사 경험과 종합건설업 면허가 없는 인테리어 업체가 대통령 관저 이전·증축 공사를 맡게 된 과정에서, 정치적 외풍이나 사적 친분이 작용했는지가 수사의 핵심 쟁점이다.  

 

특검팀은 21그램이 김건희 여사와의 관계를 기반으로 특혜를 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 21그램은 김 여사가 운영했던 코바나컨텐츠가 주최한 전시회를 후원하고, 코바나컨텐츠 사무실 설계와 시공을 맡은 이력이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또 21그램 김태영 대표 부부가 김 여사와 오랜 친분을 유지해 온 것으로 알려지면서, 관저 공사 수주 과정에서 영부인 인맥이 영향을 미쳤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특히 김 전 차관은 전날 구속 전 피의자 심문 과정에서 공사 업체 선정 배경과 관련해 윗선에서 21그램을 강력 추천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영장심사에서 "윗선에서 21그램을 강력 추천했다"고 밝힌 뒤, 이 추천 과정에 김 여사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추정됐다는 점도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진술은 지난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의 발언과 대조된다. 김 전 차관은 당시 증인으로 출석해 21그램을 누가 추천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면서도 "김 여사가 추천한 사실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구속심사 과정에서 윗선의 강력 추천을 언급하면서, 국감 위증 논란과 함께 윗선의 실체를 둘러싼 정치권 공방이 재점화될 가능성이 커졌다.  

 

특검 수사 선상에는 대통령경호처의 역할도 함께 올라 있다. 공사 의뢰 업체가 이미 정해진 뒤 대통령경호처가 업체를 21그램으로 변경한 정황이 알려지면서, 실제 누가 결정권을 행사했는지, 그리고 그 배후에 어느 선까지의 개입이 있었는지가 향후 수사의 방향을 가를 관건이 되고 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은 앞서 관저 이전과 관련한 특혜 의혹 제기에 대해 정치 공세라는 취지로 반박해 왔다. 그러나 김 전 차관 구속과 윗선 개입 시인 정황이 드러나면서, 야권은 도덕성 문제와 직권남용 의혹을 다시 전면에 내세우며 공세 수위를 높일 것으로 보인다. 여권은 사법 절차를 지켜보자는 입장을 유지하면서도, 전직 대통령과 영부인을 겨냥한 정치적 수사라는 주장으로 맞설 가능성이 크다.  

 

특검팀은 김 전 차관과 황 씨를 상대로 21그램 선정 과정을 구체적으로 캐묻는 한편, 대통령경호처와 당시 대통령비서실 관련자들로 수사를 확대할지 검토하고 있다. 관저 이전 결정 과정에서 어떤 보고 라인이 작동했고, 누구까지 정보 공유와 지시가 이뤄졌는지 규명하는 작업이 뒤따를 전망이다.  

 

정치권에서는 관저 이전 특혜 의혹 수사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에 직접적인 사법 리스크로 번질 수 있다는 관측과, 실무선의 일탈에 그칠 것이라는 반론이 엇갈리고 있다. 여론 역시 고위 공직자와 권력 핵심부의 사적 인연이 국가 사업에 영향을 미쳤는지, 또 검찰·특검 수사가 어느 선까지 향할지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김 전 차관 등 핵심 관계자들에 대한 추가 조사와 압수수색 등을 병행하며, 관저 이전 특혜 의혹 전모를 규명하겠다는 방침이다. 정치권은 관저 이전 특혜 의혹을 두고 다시 정면 충돌하는 양상으로 흐르고 있으며, 국회는 특검 수사 경과에 따라 관련 상임위 현안보고와 추가 증인 채택 등을 논의할 계획이다.

허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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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오진전국토교통부차관#윤석열전대통령#21그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