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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관광 온 일본인 모녀까지 참변”…연이은 외국인 보행자 음주운전 사망사고, 검찰 구속 기소

윤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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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보행자를 사망에 이르게 한 음주 교통사고가 잇따르며 사법당국의 대응이 도마 위에 올랐다. 서울 도심을 방문한 일본인 관광객과 강남 한복판을 지나던 캐나다인이 각각 만취 운전자 차량에 치여 숨지면서, 검찰이 관련 운전자들을 잇따라 구속 기소했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검찰청 형사5부 김지영 부장검사는 지난 19일 30대 남성 서 모 씨를 도로교통법상 음주운전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위험운전치사상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서울 한복판에서 발생한 외국인 관광객 사망 사고에 대해 검찰이 엄정 대응한 것이다.

서 씨는 이달 2일 밤 소주 3병을 마신 뒤 차량을 몰고 가다 서울 지하철 동대문역 인근에서 횡단보도를 건너던 일본인 관광객 모녀를 들이받은 혐의를 받는다. 당시 모녀는 보행신호에 맞춰 횡단보도를 이용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고로 50대 일본인 여성은 차량에 치여 심정지 상태에 빠졌고,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끝내 숨졌다. 함께 걷던 30대 딸은 비교적 가벼운 부상을 입은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을 찾은 가족 여행이 순식간에 참사로 바뀌면서, 도심 보행자 안전 대책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는 분위기다.

 

서울 강남 지역에서도 유사한 참변이 뒤를 이었다. 서울중앙지방검찰청 형사3부 최재만 부장검사는 지난 11일 30대 남성 A 씨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위험운전치사상 등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외국인 보행자가 또다시 희생된 사건이다.

 

검찰에 따르면 A 씨는 지난달 25일 오후 9시 40분경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한 교차로에서 만취 상태로 차량을 운전하다, 보행신호에 따라 횡단보도를 건너던 2명을 들이받아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당시 A 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운전면허 취소 기준을 웃돈 수준이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 사고로 30대 한국계 캐나다인 남성이 심정지 상태로 병원에 옮겨졌으나 숨졌다. 함께 있던 20대 한국인 여성은 중상을 입고 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연이어 발생한 두 사건 모두 보행신호에 따라 횡단보도를 건너던 보행자를 음주 운전자가 들이받았다는 공통점이 있다. 더욱이 피해자가 일본인, 한국계 캐나다인 등 외국인이라는 점에서, 서울 도심의 보행자 안전뿐 아니라 국가 이미지에도 상처를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위험운전치사상 혐의가 적용된 만큼, 두 피고인에 대한 법원의 형량 판단에 관심이 쏠린다는 분석이 뒤따랐다. 최근 음주운전 사망사고에 대한 사회적 분노가 커지는 가운데, 재판 결과가 향후 유사 사건에 대한 양형 기준과 정책 방향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수 있어서다.

 

검찰은 두 사건에 대해 추가 수사를 진행하면서 피해자 유족 측과의 소통을 이어갈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정치권과 정부도 반복되는 음주운전 사망사고를 계기로 처벌 강화와 예방 대책 보완 논의에 속도를 낼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윤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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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검#음주운전#외국인보행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