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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야경 7배 밝아졌다”…연구진 “북러 군수협력, 중화학공업 성장 이끌어”

조보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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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 제재 체제와 북러 군수협력이 정면으로 맞붙었다. 위성 정보로 포착된 북한의 야간 조도와 생산활동 지표가 급격히 개선된 가운데, 성장 혜택이 민수경제로 확산되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김다울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연구원은 3일 서울 프레지던트호텔에서 열린 ‘대북 제재 10년, 북한경제’ 포럼에서 위성 이미지를 활용해 북한의 야간 조도 변화를 추적한 결과를 발표했다. 김 연구원은 “올해 1∼3분기 북한의 야간 조도 지표가 2021년 대비 약 7배 수준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그는 “야간 조도 상승은 올해 두드러졌다”며 “북한의 전력 생산과 효율 모두가 개선됐을 가능성이 있으며, 조명용 전력 소비 자체도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제재 장기화 속에서도 전력 인프라와 관련 산업에 의미 있는 변화가 감지된다는 취지다.

 

제조업 동향도 위성 기반 분석에서 뚜렷한 회복 흐름이 포착됐다고 전했다. 김 연구원은 복사열, 온도, 조명도, 이산화질소, 표면활동 등 다양한 위성 정보를 결합해 북한 제조업 활성화 지표를 산출했다며 “2023년 2분기부터 제조업이 본격적으로 회복되기 시작했고, 올해 들어 지표가 급등했다”고 말했다. 그는 여러 위성 자료를 종합할 때 “올해 북한 제조업 성장률은 작년을 상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화학공업과 군수공업의 독주 현상도 제기됐다. 한국개발연구원 김규철·남진욱 연구원은 같은 포럼에서 위성 정보를 활용해 산업별 활동도를 비교 분석한 결과를 소개했다. 두 연구원은 “북한에서 중화학공업과 군수공업 밀집 지역의 생산활동이 경공업 중심 지역보다 상대적으로 더 크게 증가했다”고 밝히며 “북러 군수협력이 북한 중화학공업의 급성장을 이끌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해석했다.

 

그러나 군수·중화학 부문의 성장과 민간 생활경제 사이에는 뚜렷한 괴리가 존재한다는 지적도 동시에 나왔다. 김다울 연구원은 위성 정보를 활용해 북한 종합시장의 물류 흐름과 매대 활동을 측정한 결과를 제시하며 “올해 북한 종합시장의 활동 수준은 작년보다 오히려 위축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그는 원인으로 물가 급등과 양곡 유통, 외환시장에 대한 북한 당국의 통제 강화, 이로 인한 주민소득 감소 등을 꼽았다. 제재 회피와 군수협력으로 일부 산업이 성장하더라도 시장 중심의 민수경제는 위축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김규철·남진욱 연구원도 “북러 군수협력이 북한 중화학공업의 생산력을 강화한 것은 맞지만, 민수경제로의 파급효과는 위성 자료상 확인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생산능력 증대가 주민 생활 여건 개선으로 이어지지 못한 채 군수·국가 부문에 집중되고 있다는 의미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북러 군사·경제 협력이 대북 제재 체제를 우회하는 수단으로 작용하는 동시에, 북한 내부 산업 구조를 군수·중화학 중심으로 더 경직시킬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에 따라 우리 정부와 국제사회가 향후 제재 이행과 북러 협력 차단, 인도적 지원 채널 구분 문제를 놓고 보다 정교한 대응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날 포럼에 참석한 연구자들은 북한 제조업과 군수산업의 성장세가 지속될 경우 한반도 안보 환경과 대북 협상 구도에도 변화를 야기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정치권과 정부는 위성 정보 등 객관적 자료를 토대로 북러 협력의 실체와 파급효과를 면밀히 추적하면서, 향후 남북 관계와 대북 제재 정책을 재점검해 나갈 계획이다.

조보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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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경제#북러군수협력#중화학공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