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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천500억달러 투자 ‘직접투자·분할’ 놓고 팽팽”…트럼프 방한 앞둔 한미, 관세협상 진전 신호

조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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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협상을 둘러싸고 한미 양국이 다시 충돌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방한을 앞두고 3천500억달러 규모 대미 투자 협상을 밀고 당기는 양상이 격화되는 모양새다. 투자구조와 상업적 합리성을 두고 채택 기준이 달라지자, 양국 입장 차이는 뚜렷하게 드러났다.

 

19일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이 미국 방문을 마치고 인천공항에서 밝힌 내용을 종합하면, 최근 한미 각료급 협의에서는 투자패키지 합의 방안을 두고 ‘직접투자 백지수표’에 선호가 있는 미국과, ‘분할·장기 투자’로 방향을 잡으려는 한국의 요구가 정면으로 맞섰다. 한국 정부는 미국이 당초 일본 사례처럼 무제한 투자수용을 요구하지만, 한국의 단기 부담 가능성을 적극 제시함으로써 진전된 협상 분위기를 조성했다고 평가했다.

김용범 정책실장은 “(양국 실무 협상에서) 대부분 쟁점이 실질적으로 진전됐다”며 “대한민국이 감내 가능한 범위, 그리고 상호 호혜성에 대해 상당히 근접해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번 방미 전보다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에서 합의에 이르러 타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다만 구체적 쟁점에 대해선 말을 아꼈지만, 정부 안팎에서는 직접 투자 규모와 투자처 선정 기준의 상업적 합리성을 둘러싸고 한미 간 견해차가 남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 정부는 투자 부담 규모와 분산 방식을 조율하며 관세협상 결렬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대응 중이다. 직접적으로 현금을 내놓는 지분투자는 5%로 제한하는 한편, 규정 상 대부분을 신용보증과 대출로 채우는 구상이다. 반면, 미국은 일본식 백지수표 모델을 근거로 트럼프 대통령이 투자처를 지정하면 한국이 45일 내 자금을 넣는 방식을 요구 중이다.

 

이 과정에서 한미 통화 스와프도 주요 협상 카드로 등장했다. 한국은 당초 무제한 스와프를 조건부로 요구했지만, 현재는 단기 국가 부담 능력을 전면에 내세워 협상 주안점을 옮긴 상태다. 구윤철 경제부총리는 워싱턴DC 국제통화기금에서 “투자 구체안이 정해지면 외환 소요와 필요성, 그리고 스와프 규모를 재논의하게 될 것”이라 밝혔다. 실제로 스와프 체결 권한은 미국 연방준비제도에 있어, 전면적 협상대상으로만 남아 있지는 않다는 평가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무제한 통화 스와프 체결이 현실화하더라도, 투자 비중과 단기 지급 부담이 과중할 경우 재정 건전성 악화를 우려하고 있다. 3천500억달러, 우리나라 GDP의 20%에 달하는 이번 투자규모는 내년도 예산안의 70% 규모에 비견된다.

 

이처럼 관세협상의 마지막 고비에서도 양국의 입장차는 뚜렷하다. 하지만 오는 29일 트럼프 대통령 방한이 예정된 가운데, 최종 관세협상 타결의 주요 계기로 작용할 가능성도 남아 있다. 미국은 미중 갈등 속 공급망 재편의 한국 역할을, 한국은 관세 불확실성 해소를 기대하는 만큼, 유연한 문구와 조율 방안이 막판 절충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통상 당국자는 “양국 대화는 타결과 결렬 사이 현실적인 줄다리기 국면”이라며 “투자 규모와 조건에 대한 상호이해가 어느 시점 교차할지 주목된다”고 말했다. 정부는 오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 계기에 최종 합의를 노리며, 투자 규모와 투자구조 조정에 협상력을 집중할 방침이다.

조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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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김용범#한미관세협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