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8대 악법 통과 땐 민주주의 무너져”…국민의힘, 필리버스터·전국 천막 농성 총력전

김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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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 등 이른바 8대 악법을 둘러싸고 여야가 정면 충돌했다. 국민의힘은 국회 안에서는 무제한 필리버스터로, 국회 밖과 전국 지역조직에서는 천막 농성으로 맞서며 입법 저지전에 돌입했다.

 

국민의힘은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에 이재명 정권 악법 폭주, 민주주의 파괴 중단하라 등 문구를 내건 천막을 설치하고 사법장악 입법독주 저지투쟁을 시작했다. 여당이 연내 처리를 추진하는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 등 쟁점 법안을 겨냥해 여론전을 극대화하겠다는 구상이다.

국민의힘이 저지 대상으로 내건 법안은 당이 사법 파괴 5대 악법으로 규정한 내란전담재판부 설치, 법왜곡죄 신설, 대법관 증원, 4심제 도입,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수사 권한 확대 법안 등이다. 여기에 정당 현수막 설치 제한, 유튜브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 필리버스터 요건 강화 법안 등 국민 입틀막 3대 악법이라고 명명한 법안을 더해 8대 악법으로 묶었다.

 

당 지도부와 소속 의원들은 국회 본청 앞 천막에 릴레이로 상주하며 민주당이 해당 법안을 철회할 때까지 여론전을 이어가겠다는 방침이다. 장동혁 대표, 송언석 원내대표, 정희용 사무총장 등 지도부를 시작으로 의원 전원이 4∼5명씩 조를 편성해 2시간씩 천막을 지키기로 했다.

 

전국 253개 당협도 같은 날부터 각 지역에 천막을 설치하고 동시 농성에 들어갔다. 지역 당원들은 8대 악법의 문제점을 알리겠다며 1인 릴레이 시위에 나선다. 여의도에서 시작한 당의 대정부·대여 입법 공세를 전국 단위로 확산하겠다는 전략이다.

 

장동혁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 앞 천막에서 기자들과 만나 8대 악법이 통과된다면 대한민국 민주주의가 무너지고 결국 대한민국 전체가 무너지게 된다며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그는 사법부가 파괴되고 민주주의가 무너질 때 민주주의를 지켜낼 수 있는 마지막 힘은 국민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사법제도 개편 입법을 체제 위협 수준으로 규정하고 국민적 저지를 호소한 셈이다.

 

송언석 원내대표도 이들 법안에 대해 이 악법들이 완성되면 그야말로 전체주의 국가로 나아가게 된다며 수위를 높였다. 이어 국민의힘 107명 전원은 8대 악법을 반드시 저지하기 위해 총력 투쟁하겠다며 국회 안에서, 거리에서 국민과 함께 싸우겠다고 말했다. 원내·원외를 가리지 않는 전면전을 예고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국민의힘은 이날부터 열린 임시국회 본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여야 합의 없이 상정하는 모든 법안에 대해 필리버스터로 맞대응하겠다는 입장도 굳혔다. 이미 발언자 명단과 본회의장 지킴조를 편성하는 등 절차적 준비도 마친 상태다. 

 

당 핵심 관계자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향후 본회의에 상정되는 모든 안건에 대해 무제한 토론을 할 것이라며 8대 악법이 철회되기 전까지 비쟁점 법안에 대해서도 전부 필리버스터를 한다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쟁점 여부를 가리지 않고 의사진행을 전면 지연시키는 강수로, 정기 국회 막판 여야 대치가 한층 격화될 가능성이 커졌다.

 

국민의힘은 특히 전날 우원식 국회의장이 나경원 의원의 필리버스터 도중 마이크를 끄게 하고 본회의를 정회한 조치를 강하게 문제 삼고 있다. 야당은 국회의장이 소수당의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 권한을 박탈했다며 의회 민주주의 훼손이라고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주호영 국회부의장은 사회관계망서비스에 우 의장은 소수당 필리버스터를 자의적으로 중단시키며 민주당과 이재명 정권의 입법 폭주를 비호하는 시녀 노릇을 자처했다고 적었다. 그는 국회의장의 입틀막은 단 두 번뿐이었다며 61년 전인 1964년 이효상 의장이 김대중 의원 마이크를 끊었던 사건의 오점이 21세기 국회에서 반복됐다고 지적했다. 과거 군사정권 시기의 사례와 비교하며 우원식 의장 결정의 부당성을 부각한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은 현재까지 공식 반박 입장을 내지 않았으나, 내란전담재판부 설치와 사법제도 개편이 권력 비리를 덮기 위한 사법부 압박이라는 국민의힘 주장에 대해 다수 의석을 바탕으로 입법 권한을 행사하는 것이며 사법 정의 회복을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는 논리를 앞세울 것으로 관측된다. 다만 필리버스터가 비쟁점 법안까지 막을 경우 민생 입법이 표류할 수 있어 여론의 피로감도 변수로 지적된다.

 

정치권에서는 국민의힘의 무제한 필리버스터와 전국 천막 농성이 단기적으로는 보수 지지층 결집 효과를 낳을 수 있으나, 장기전으로 이어질 경우 입법 공백과 정치 불신만 키울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반대로 민주당이 다수 의석을 앞세워 쟁점 법안을 밀어붙일 경우 야당의 독주 프레임이 강화될 수 있다는 관측 역시 나온다.

 

국회는 앞으로 열릴 본회의에서 8대 악법을 둘러싸고 치열한 공방을 이어갈 전망이다. 여야가 필리버스터 요건과 상정 방식 등을 두고 합의를 도출하지 못한다면, 정기국회 말미까지 입법 전선이 풀리지 않은 채 정국 경색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김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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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장동혁#필리버스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