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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석방 우려 커졌다”…더불어민주당, 내란전담재판부 2심부터 설치 재추진

조민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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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 심판을 둘러싼 갈등과 사법 처리 방향을 두고 더불어민주당과 사법부가 다시 맞붙었다. 내년 초 윤석열 전 대통령의 1심 구속 기한 만료를 앞두고 석방 가능성이 거론되자, 더불어민주당이 중단됐던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를 다시 추진하겠다고 공식화했다.  

 

24일 더불어민주당은 국회와 대법원 앞에서 내란전담재판부 설치와 사법부 내란 가담 의혹 규명을 한 축으로 삼으며 공세 수위를 끌어올렸다. 핵심은 현재 1심 재판부를 건드리지 않고 2심 단계부터 전담재판부를 구성해 위헌 논란을 피해 가겠다는 전략이다.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를 사실상 당론으로 못 박았다. 그는 “내란전담재판부는 당연히 설치해야 하는 국민의 명령”이라며 “대통령께서 순방을 마치고 귀국하면 차질 없이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내란전담재판부에 대해 더는 설왕설래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강조한 뒤,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 제한 입법도 함께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를 골자로 한 12·3 비상계엄의 후속조치 및 제보자 보호 등에 관한 특별법안은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의원이 대표 발의한 상태다. 해당 법안은 현재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당 지도부가 재추진 방침을 공개적으로 밝히면서, 그간 사실상 멈춰 있던 법사위 논의에 다시 불이 붙을 가능성이 커졌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더불어민주당은 그동안 내란전담재판부 논의가 헌법상 재판의 독립과 법관 독립을 침해할 수 있다는 비판에 직면해 왔다. 특히 중도층 여론 악화와 내년도 예산안 심사를 앞둔 정국 상황을 고려할 때, 야당이 사법부 압박 프레임에 갇힐 수 있다는 우려가 당내에서 꾸준히 제기됐다.  

 

실제 지난 8월 말 한덕수 전 국무총리에 대한 구속영장이 법원에서 기각된 이후, 더불어민주당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의원들을 중심으로 내란전담재판부 설치 필요성이 거세게 제기됐다. 그러나 당 지도부는 정무적 부담을 이유로 속도 조절에 나선 바 있다.  

 

그러나 내년 1월 18일로 알려진 윤석열 전 대통령의 구속 기한 만료가 다가오고, 1심 재판이 연내 마무리되기 어렵다는 전망이 우세해지면서 기류가 급변했다. 당 안팎에서는 윤석열 전 대통령 석방 가능성을 우려하는 강성 지지층의 반발이 거세졌고, “내년 초면 윤 전 대통령이 거리를 활보하는 것 아니냐”는 항의성 목소리가 지도부에 쏟아진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에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등 굵직한 이슈에도 불구하고 더불어민주당 지지율이 비교적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다는 판단이 맞물리면서, 당 지도부가 내란전담재판부 카드를 다시 꺼낼 동력을 확보했다는 분석이 당내에서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3대특검 종합대응 특별위원회는 이날 대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법부의 12·3 비상계엄 가담 의혹에 대한 특별검사 수사를 촉구했다. 특위는 “대법원 수뇌부는 비상계엄 선포 당시 심야 긴급회의를 열었지만 회의록이 없다고 한다”며 “심야 회의에서 무엇을 논의했는지, 누구의 연락을 받고 움직였는지, 왜 회의록이 부존재로 처리됐는지 반드시 규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현희 최고위원이 위원장을 맡고 있는 특위는 조희대 대법원장 체제에 대한 강도 높은 비판도 이어갔다. 전 위원장은 “국민은 물론 사법부 구성원의 신뢰마저 잃은 조희대 사법부에 더는 국민의 명령인 내란 종식을 맡길 수 없다”며 “내란전담재판부야말로 내란을 완전히 종식하는 가장 확실한 안전장치”라고 말했다. 내란 사건을 다루는 별도 재판부를 통해 사법부의 정치적 부담을 줄이면서도, 내란 관련 사건을 보다 엄정하게 처리하겠다는 논리를 거듭 내세운 셈이다.  

 

더불어민주당 일부 의원들은 별도로 대법원을 찾아 김용 전 더불어민주연구원 부원장 사건 판결 지연 문제를 제기했다. 이들은 김 전 부원장 사건 판결이 10개월 넘게 미뤄지고 있다고 지적하며 “대법원은 더 늦기 전에 정의를 바로 세워줄 것을 호소한다”고 했다. 12·3 비상계엄과 관련된 수사·재판 전반에서 사법부의 태도를 문제 삼으며 대법원을 압박하는 모양새다.  

 

당내 법사위 핵심 인사들은 내란전담재판부 설치의 위헌성 논란을 피해 가기 위해 2심부터 적용하는 방식을 공식 검토하는 분위기다. 더불어민주당 원내 핵심 관계자는 통화에서 “이번 주 중반부터는 법사위에서 내란전담재판부 관련 논의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현재 진행 중인 재판을 뺏어오는 것이 아니라 2심부터 적용한다면 위헌성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정치권에서는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론 재부상이 사법부와의 정면 충돌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사법부 독립 침해를 둘러싼 법조계의 반발, 향후 헌법재판소 위헌 심판 가능성 등 변수가 적지 않은 가운데, 여야 대치 국면이 한층 격화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다만 더불어민주당은 내란전담재판부 설치가 이미 발의된 특별법안을 통한 입법 절차라는 점을 부각하며, 헌법과 법률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사법개혁을 진행하는 것이라고 맞설 태세다. 반면 보수 진영과 법원 안팎에서는 특정 사건과 인물을 겨냥한 맞춤형 입법이라는 비판이 거세질 가능성이 크다.  

 

앞으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내란전담재판부 법안을 어떻게 다룰지가 정국의 핵심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지도부는 이재명 대통령의 26일 귀국 이후 당·정부·대통령실 협의를 통해 추진 속도를 높인다는 방침이고, 야당과 사법부는 견제 수위를 높일 것으로 전망된다. 국회는 곧 시작될 예산 심사와 맞물려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를 두고 치열한 공방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조민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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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내란전담재판부#윤석열전대통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