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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플로 되살린 어스토니시아 스토리…엔씨, 레트로 패키지 플랫폼 전략 강화

장예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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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트로 콘솔 패키지 게임 IP가 PC 다운로드 플랫폼으로 이동하며 국내 게임 유통 구조 변화에 속도가 붙고 있다. 엔씨소프트가 자사 통합 플랫폼 퍼플을 통해 고전 RPG 어스토니시아 스토리의 예약 판매에 나서며, 대형 온라인 게임사 중심이던 디지털 유통 생태계를 패키지 게임까지 끌어들이는 구도로 재편하려는 흐름이 읽힌다. 업계에서는 모바일과 온라인 중심으로 수렴됐던 국내 게임 시장에서, 옛 패키지 IP를 활용한 다각화 경쟁이 본격화하는 분기점으로 보는 시각도 나온다.

 

엔씨소프트는 11월 20일 퍼플에서 어스토니시아 스토리 PC 디지털 다운로드 버전의 사전 판매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모든 이용자는 퍼플에서 해당 버전을 정식 출시 이전에 예약 구매할 수 있으며, 예약 기간 동안 10퍼센트 할인 혜택이 제공된다. 디지털 다운로드 방식은 패키지 생산과 물류 비용을 줄이고 업데이트 배포를 용이하게 하는 유통 구조로, 퍼플을 PC 게임 중심 허브로 키우려는 엔씨소프트의 전략과 맞닿아 있다.

퍼플에서 어스토니시아 스토리 PC 디지털 다운로드 버전을 구매하면 퍼플 디지털 굿즈 4종이 함께 제공된다. 디지털 굿즈는 게임 내 아이템 또는 프로필 장식, 배경 이미지 등 무형 자산 형태로 제공되는 보상으로, 패키지 중심이던 과거 레트로 게임 경험을 현대식 라이브 서비스 모델과 결합하는 장치로 해석된다. 수집 목적의 이용자와 실제 플레이 중심 이용자를 동시에 겨냥해 구매 가치를 높이려는 시도로 볼 수 있다.

 

엔씨소프트는 디지털 버전과 별도로 퍼플 한정판 실물 패키지도 예약 판매에 들어갔다. 이용자는 퍼플을 통해 한정판 실물 패키지를 미리 주문할 수 있고, 패키지 구매 시 디지털 굿즈 4종과 더불어 실물 한정판 굿즈를 추가로 제공받는다. 실물 굿즈는 피규어, 아트북, OST, 특전 일러스트 등 컬렉션 형태 구성이 일반적이어서, 레트로 RPG 팬층과 컬렉터 수요를 동시에 공략해 패키지 단가를 끌어올리는 효과가 기대된다. 특히 국내에서는 디지털 다운로드 비중이 빠르게 커졌지만, 패키지 실물 수집 수요가 꾸준한 만큼 하이브리드 판매 구조가 매출 안정성을 보완하는 수단으로 부각되는 추세다.

 

이번 전략의 배경에는 유통 파트너십 확대가 있다. 엔씨소프트는 11월 10일 대원미디어와 게임 유통 계약을 체결하고 어스토니시아 스토리, 환세취호전 플러스 등 대원미디어 보유 패키지 게임의 판매와 서비스 협력을 시작했다. 대원미디어가 보유한 레트로 RPG와 액션 게임 IP를 퍼플 상에서 재유통함으로써, 콘솔과 PC 패키지 위주로 존재하던 레거시 타이틀을 온라인 플랫폼으로 편입하는 구조다. 글로벌에서는 이미 밸브의 스팀, 소니의 디지털 스토어처럼 패키지 IP를 디지털로 재출시하는 사례가 일반화된 상황이며, 국내에서도 퍼플이 유사한 역할을 노리는 흐름으로 비교된다.

 

어스토니시아 스토리의 서비스 오픈 일정은 다음 달 18일로 예고됐다. 정식 서비스 이후에는 할인율이 변경되거나 한정판 구성품 공급이 제한될 수 있어 초기 예약 판매 구간이 충성 이용자 유치의 핵심 시점이 될 전망이다. PC 디지털 다운로드 기반으로 재출시되는 과정에서 해상도 개선, 호환성 보완, 인터페이스 개선 등 현대 플랫폼에 맞춘 리마스터 수준의 정비가 이뤄질 경우, 향후 추가 레트로 IP 발굴과 재유통에도 영향을 줄 가능성도 있다.

 

시장 관점에서는 모바일 위주 수익 구조에 기댔던 대형 게임사들이 PC 패키지와 디지털 다운로드를 결합한 멀티 포트폴리오 전략을 강화하는 사례로 읽힌다. 콘솔과 PC 중심의 글로벌 퍼블리셔가 레트로 IP 리마스터로 수명을 연장해 온 것처럼, 국내 기업들도 과거 인지도 높은 패키지 타이틀을 확보해 팬덤 기반 장기 매출원을 만들려는 시도가 늘고 있다. 특히 디지털 굿즈와 실물 굿즈를 연동한 판매 방식은 한정판 공급 전략과 맞물려 2차 거래 및 커뮤니티 활성화로 이어질 수 있다.

 

플랫폼 경쟁 구도에서도 변화 조짐이 감지된다. 퍼플은 그간 자사 MMORPG 연동과 모바일·PC 크로스 플레이에 초점을 맞춰 왔지만, 외부 패키지 IP를 편입하며 종합 게임 플랫폼으로 외연을 확장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스팀, 에픽게임즈 스토어 등 서드파티 중심 플랫폼이 강세를 보이는 가운데, 국내 대형 게임사가 자사 플랫폼에 외부 패키지 라인업을 추가하는 방식은 이용자 락인 효과를 노리는 움직임으로 평가된다. 경쟁 플랫폼과의 차별화를 위해 레트로 한국 RPG 라인업을 전면에 내세우는 전략이 가능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규제와 정책 측면에서는 디지털 다운로드와 실물 패키지 병행 판매가 특별한 인허가 이슈 없이 전개되지만, 향후 게임물 등급 분류, 소비자 보호 규정, 환불 정책 등에서 플랫폼별 차이가 산업 경쟁력에 영향을 줄 여지도 있다. 특히 한정판 굿즈 구성과 공급 수량, 예약 판매 일정 변경 등은 이용자 피해가 발생할 수 있는 영역이어서, 관련 고지 의무와 표준 약관 정비가 중요해지고 있다. 디지털 굿즈의 소유권과 거래 가능 여부를 둘러싼 법적 해석도 장기적으로 논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어스토니시아 스토리 예약 판매가 레트로 IP 재활용을 넘어, 국내 패키지 중심 게임을 디지털 플랫폼 생태계로 편입하는 시험대가 될 수 있다고 본다. 한 게임 산업 연구자는 레트로 RPG가 퍼플 같은 대형 플랫폼에서 일정 규모 이상의 실적을 보인다면, 다른 고전 타이틀의 재출시와 신규 라이선스 계약도 연쇄적으로 늘어날 수 있으며, 장기적으로는 모바일 편중 구조를 완화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산업계는 퍼플을 매개로 한 엔씨소프트와 대원미디어의 협력이 실제 매출과 이용자 확대라는 성과로 이어질지 주시하고 있다.

장예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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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씨소프트#퍼플#어스토니시아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