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메인옵스로 주권 AI 실현”…NC AI, 산업특화 거버넌스 제안
산업별 맞춤형 인공지능 전환 전략이 국제 학술 무대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NC AI가 독자 파운데이션 모델을 기반으로 한 산업 특화형 AI 운영 플랫폼과 거버넌스 설계를 공개하면서, 데이터 주권을 지키면서도 수익을 내는 ‘주권 AI’ 구현 방식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되는 분위기다. 업계는 이번 발표를 글로벌 빅테크 중심의 범용 AI 경쟁에서 벗어나, 국가와 산업 단위의 특화 AI 경쟁으로 전환되는 분기점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NC AI는 18일 정보시스템 분야 국제 학술 워크숍 WITS 2025에서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의 핵심 축인 산업 특화형 AI 운영 플랫폼 연구 성과를 발표했다. 발표 논문 제목은 DomainOps: A Hybrid AI Governance Framework for Industry-Specific AI Transformation으로, 도메인옵스 기반 산업별 AI 전환 전략과 거버넌스 프레임워크를 제안하는 진행 중 연구다. 논문은 학계 심사를 통과해 채택되면서 연구 필요성과 타당성을 인정받았다.

WITS는 1991년 설립 이후 경영정보학 분야에서 기술과 시스템 연구를 이끌어온 국제 학술 행사다. 인공지능과 데이터 과학, 머신러닝 등 첨단 정보기술이 실제 산업과 비즈니스에 미치는 영향을 다루며, 알고리즘 개발과 시스템 설계를 논의하는 기술 경영 분야 주요 교류의 장으로 평가된다. NC AI 연구진은 인텔리전스 시스템스 세션에서 19일 현지시간으로 도메인옵스 프레임워크를 발표한다.
도메인옵스는 데이터 스페이스 주권 보호 원칙과 상용 AI 플랫폼의 지속 가능한 수익화 구조를 결합한 모듈형 비즈니스 프레임워크를 지향한다. 제조와 공공, 유통, 문화 콘텐츠 등 각 산업 도메인별로 상이한 규제 환경과 데이터 속성, 참여 주체 구성을 감안해 거버넌스와 정산, 인센티브 구조를 유연하게 조합할 수 있도록 설계하는 접근법이다. 기존 일괄형 클라우드 AI 플랫폼이 산업별 세부 요구를 반영하기 어려웠던 한계를 줄이려는 시도가 담겨 있다.
특히 도메인옵스는 소버린 AI 전략과의 연계를 전제로 한다. 소버린 AI는 국가나 조직이 AI 데이터와 기술 인프라를 자율 통제해 외부 의존도를 최소화하려는 전략 개념으로, 최근 유럽과 중동, 동아시아 국가들에서 정책 키워드로 부상했다. 도메인옵스는 데이터 주권과 규제 준수, AI 안전성과 책임성을 내재화한 설계를 지향해, 특정 클라우드 제공자나 글로벌 모델 사업자 종속을 줄이면서 산업별 특화 AI를 구축할 수 있는 수단으로 제시된다.
NC AI가 참여 중인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추진하는 국가 전략 사업이다. 글로벌 범용 초거대 모델에 대한 기술 종속을 벗어나 국내 데이터와 산업 구조에 최적화된 파운데이션 모델을 확보하는 것이 목적이다. NC AI는 이 프로젝트에서 산업 특화 멀티모달 AI 모델 개발과 더불어, 도메인옵스를 활용한 산업별 AI 활용 허브 구축을 주요 과제로 맡고 있다.
도메인옵스 플랫폼은 파운데이션 모델과 실제 산업 현장을 연결하는 인터페이스 역할을 한다. 각 산업 분야 기업들은 공통 파운데이션 모델을 기반으로, 도메인옵스 상에서 자사 데이터와 업무 프로세스를 반영해 모델을 미세 조정하고, 배포와 운영, 모니터링까지 일관되게 관리하는 구조를 사용할 수 있다. 이를 통해 기업별로 개별 인프라를 구축하지 않고도, AI 도입 난이도와 비용을 낮추면서 도메인 특화 성능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NC AI가 주도하는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는 그랜드 컨소시엄 구조를 따른다. NC AI가 공통 AI 기술과 파운데이션 모델을 제공하면, 컨소시엄 참여 기업들이 각자 산업 현장의 노하우와 양질의 데이터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도메인옵스는 이 협력 구조 안에서 데이터 제공자와 모델 개발자, 서비스 사업자 간 권리와 보상, 책임을 정의하는 운영 규칙 역할을 수행하도록 설계된다.
컨소시엄 참여 기업들은 도메인옵스 플랫폼을 기반으로 자사 환경에 최적화된 AI 모델을 효율적으로 구축하고 운영하는 동시에, 축적된 도메인별 요구사항과 피드백, 실시간 운영 데이터를 다시 플랫폼에 환류하게 된다. NC AI는 이 선순환 구조를 통해 플랫폼 완성도를 단계적으로 고도화하고, 초기에는 제조와 유통, 문화 콘텐츠 분야를 중심으로 AX 인공지능 전환 확산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후 SI 기업과의 후속 협업을 통해 금융, 공공, 국방 등으로 도메인을 넓히는 구상이 포함돼 있다.
NC AI가 제안한 도메인옵스는 향후 프로젝트 진척에 따라 산업 현장의 AI 준비도와 리스크를 측정하는 산업용 AI 거버넌스 진단 모델로 확장될 가능성이 있다. 데이터 품질과 규제 준수 수준, 조직 내 AI 역량, 운영 리스크 등을 계량화해, 기업과 공공기관이 AI 도입 전략을 수립할 때 활용할 수 있는 기준선 역할을 노리는 구상이다. 나아가 이 프레임워크를 국내외 표준화 논의의 안건으로 끌어올려 국제 레퍼런스 모델로 발전시키겠다는 목표도 제시됐다.
국제적으로는 범용 초거대 모델 경쟁과 함께, 금융과 제조, 의료 등 특정 산업에 초점을 맞춘 버티컬 AI 플랫폼 경쟁이 격화되는 추세다. 유럽연합은 데이터 거버넌스를 강화하는 동시에 데이터 스페이스 구축을 추진하고 있고, 미국과 일본에서도 클라우드 제공자 중심의 산업 특화 AI 솔루션이 빠르게 늘고 있다. NC AI의 도메인옵스 전략은 이러한 흐름 속에서 한국형 데이터 스페이스와 소버린 AI를 연계하는 실무형 참조 모델을 제시하는 시도로 해석된다.
이연수 NC AI 대표는 이번 WITS 2025 발표에 대해 학술 성과를 넘어 대한민국이 주권 AI 시대를 여는 전략 로드맵을 국제 무대에 제시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도메인옵스가 국내 대표 기업들이 제조와 유통, 국방 등 다양한 산업군에서 AI 혁신을 이루는 기반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산업계는 도메인옵스가 실제 산업 표준과 규제 체계로 이어질 수 있을지, 그리고 국내 독자 파운데이션 모델과 결합해 어떤 성과를 낼지 주시하고 있다.
